평화통일의 창
북한이 사랑하는 ‘배우’
  누구나 한 번쯤 TV 속 스타를 마음에 품기 마련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스타들은 누군가의 우상으로 존재했고, 이들을 향한 팬들의 사랑은 ‘오빠부대’, ‘삼촌팬’을 낳으며 ‘팬덤’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시대를 대표하는 많은 스타가 탄생한 만큼 대중들의 최애 스타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북한이 최고로 애정하는 대중스타는 누구일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배우는 조선예술영화 <꽃파는 처녀>의 홍영희, <도라지꽃>의 오미란, <이름 없는 영웅들>의 김정화, <홍길동>의 리영호 등이다. 이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권위와 관록 있는 북한 대표 배우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설적인 배우들 외에도 북한 대중에게는 또 다른 최애 스타들이 있다.
  1985년 창립한 ‘보천보전자악단’은 북한 최초로 전자악기를 내세운 악단이다. 당시 남성 전자기악조와 여성 가수들로 구성되었는데, 가수 개개인의 독창이 부각되면서 중심이 되었다. 1991년 11월 29일 자 「로동신문」은 다섯 명의 여성 가수들 각자의 독특한 매력과 개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가창력, 세련된 표정과 율동’의 김광숙,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고운 목소리로 귀염성 있게 노래하며 순진한 표정과 율동으로 애교 있게 표현하는’ 전혜영, ‘아무 노래나 감정을 담아 심장으로 부를 줄 아는 훌륭한 가수’ 리경숙, ‘노래에서 유동이 없고 기초가 튼튼하며 감정이 아주 풍부한 가수’ 리분희, ‘웅글은 목소리로 건드러지게 부르는 독특한 창법과 풍만한 표정’의 조금화.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중 어떤 가수가 최고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북한에서 ‘배우’란 연기, 화술, 노래, 무용, 교예 등 예술전반 분야에서 예술창조에 기여하는 창조자를 통칭한다.
당이 애정하는 안방 배우와 떠오르는 신예 배우
  북한에서 연기의 기본은 ‘사상성’이다. 배우들의 공로에 따라 붙는 인민배우와 공훈배우 칭호 또한 애국과 사상성을 높이 평가하여 수여하는 명예칭호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2017년 문학예술부문의 권위 있는 상인 5.16상을 새롭게 제정했다. 영화예술부문에서 이 상을 최초 수상한 배우는 ‘텔레비죤극창작사’의 강남훈이다. 강남훈은 텔레비전 연속극 드라마 <임진년의 심마니들>의 연출을 맡았는데, <백금산>의 ‘류혁’ 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까지 조선중앙TV에서 재방영되고 있는 <백금산>, <임진년의 심마니들>, <좌우명>, <한나의 메아리> 등을 통해 북한 안방 배우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초로 5.16상을 수상한 북한 배우 강남훈                                                               
  북한 내 영화산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신예 배우들이 등장했다. 2015년 5월부터 방영한 텔레비전 연속극 <방탄벽>의 배우 리수경과 2016년 제15차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조선예술영화 <우리 집 이야기>로 여자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백설미이다.
  음악계에서도 2012년 모란봉악단(당시), 2015년 청봉악단 창립과 함께 새로운 배우들이 등장했다. 이 중에서도 가무를 곁들인 댄스곡에서 ‘센터’를 담당했던 모란봉악단 정수향과 청봉악단 김주향의 인기는 말 그대로 ‘센터급’이다.
  모란봉중창조 출신 김옥주는 청봉악단 멤버로 활동했을 당시부터 독창을 꿰차며 현재까지 위상을 지키고 있다. 공훈국가합창단 소속으로 활동하던 김태룡은 2020년 국무위원회연주단 소속으로 등장하였고, 최근 주요 국가행사 기념공연에서 애국가를 독창하며 현재 북한 대표가수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여성 가수들이 메인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볼 때 젊은 남성 가수가 국가 행사에서 단독으로 애국가를 부른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와 비슷한 최애 배우를 향한 ‘팬심’과 ‘덕질’
  북한 당국은 문화예술 분야의 콘텐츠 제작 및 송출, 배우 양성과 관리 등 전 과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새로운 배우의 등장은 사실상 제한적이고 활동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북한 대중이 최고 애정하는 대중스타는 시대에 따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계속 변화하며 존재하고 있다. 사진 수집, 팬레터 보내기, 꽃다발 선물, 사인받기 등 배우를 향한 ‘팬심’과 ‘덕질’도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현재 북한 사회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을 통한 통제 강화 분위기에 비추어보자면, 북한의 최애 대중스타는 북한 외부에 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사실 ‘최애’ 대중스타는 다분히 개인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 할 순 없지만, 최애가 누구이든 자신의 스타를 향한 ‘팬심’과 ‘덕질’은 스타가 있는 한 계속 될 전망이다.
*사진출처 : 유튜브 캡쳐
하승희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