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변함없는 원칙’과
‘변화있는 접근’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는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변화된 환경 때문이다. 새로운 국제질서는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했다.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던 코로나19는 새로운 변이들이 발생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코로나19는 국제사회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됐다. 세계 각국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첨단무기로 패권을 다투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백신의 영향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19는 일시적으로 지나갈 유행이 아니다. 향후 전개될 국제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촉진하는 촉매제이다. 코로나19가 극복된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인류는 앞으로도 코로나19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직면할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나브로 다가오던 질병과 환경오염, 기후변화들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류 앞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나날이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 문제,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환경오염 문제도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미래사회는 그리 밝지 않다. 지구온난화와 질병으로 인해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만큼을 태워버린 호주 산불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이고,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은 건강하지 못한 지구 환경 속에서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말한다. 이미 많은 시간을 놓쳤고, 늦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변하지 않으면 지구는 기후 재난으로 거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우택 연세대 정신과 교수는 인류가 미래에 대응했던 가장 어리석은 일로 2차 세계 대전을 앞두고 프랑스가 만든 ‘마지노선’을 꼽았다. ‘마지노선’은 독일과의 국경선 350km에 걸쳐 구축된 방어선으로, 엄청난 비용과 최고의 현대적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구축한 요새였다. 포격이나 탱크로도 파괴할 수 없었고, 요새 안에는 전력, 급수, 공조, 통신 시설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프랑스는 철통같은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6주 만에 독일에 항복했다. 독일은 마지노선을 우회하여 벨기에 지역을 탱크로 돌파했다. 전우택 교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발생 원인을 1차 세계대전의 성공이라고 지적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견고한 참호로 독일의 침략을 막는 데 성공한 프랑스는 독일의 침략을 정확히 예측했지만 변화는 예측하지 못했다. 25년간 전쟁의 양상은 크게 바뀌었고 변화된 전술이 마지노선을 쓸모없이 만들었다. 성공에 대한 집착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20년 전의 성공이 미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미래를 위해 우선 버려야 할 것은 성공의 경험이다. 성공은 확신을 만든다.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던 방식, 원칙에 집착하게 된다. ‘라떼는 말이야’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맞이할 새로운 환경은 대한민국 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와 협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변함없는 원칙’을 갖고 ‘변화있게 대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항심(恒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