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72021.07

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여성,
시대정신과 함께하며
평화를 만드는 주체로
서야합니다



신낙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부의장


  제19기 평통의 대표적인 여성사업인 여성평화회의가 지난 5월 27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평화를 말하고, 보고, 듣기 위해 전 세계의 여성들이 참여한 여성평화회의는 신낙균 여성부의장을 비롯한 여성 자문위원들의 2년 여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회의에는 평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국내외의 여성 리더뿐 아니라, 자문위원과 평화활동가들이 폭넓게 참여했고, 「여성평화헌장」을 채택해 여성평화운동의 방향도 제시했다. 이 과정을 이끈 중심에는 신낙균 여성부의장이 있다.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그동안 여성자문위원의 평화역량과 평화구축 과정에서 역할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평통 여성부의장으로 보낸 2년의 여정에는 여성과 평화를 위해 노력해 온 그의 인생이 함축되어 있다.

여성자문위원의 노력이 만든 여성평화회의
  2019년 9월 1일 제19기 출범과 함께 여성부의장으로 임명된 신낙균 부의장은 통일 문제에 비해 평화 문제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여성들이 평화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공감한 여성 자문위원들과 함께 세계의 여성들이 평화를 논의하는 여성평화회의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시작부터 여의치 않았지만 꿋꿋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한반도 여성을 중심으로, 2021년에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세계의 여성 지도자와 함께하는 여성평화회의를 개최했다.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해외 연사들을 초청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공간적·시간적 거리와 문화 차이가 큰 해외 연사를 제시간에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것도 변수였다. 그럼에도 여성평화회의는 평통 행사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행사는 1만 1,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포기해야 하나 하는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이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습니다.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러니 먼저 포기하지 말라’는 거죠. 여성평화회의도 그런 생각으로 끝까지 추진했어요.”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여성평화회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철저한 계획과 대안 만들기’, ‘준비 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의 헌신’을 꼽았다. 위기라고 생각했던 코로나19는 온라인 공간을 열게 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인기 연예인의 공연도,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아닌 여성의 평화 문제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는 사실에 신 부의장은 더 많은 사람과 평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원래는 4~500명 정도 규모로 성대하게 진행하려 했는데 코로나19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기회가 됐어요. 조회 수가 10,000 회를 넘겼는데, 거기에서 큰 희망을 봤죠.”

여성의 사회 참여와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
  신낙균 여성부의장의 삶은 여성과 평화라는 두 단어로 압축된다. 대부분 여성들의 꿈이 ‘현모양처’이던 1950년대, 이화여대에 진학한 그는 자신보다 뛰어났던 여성들조차 졸업 후 결혼과 육아로 집 안에 머무르게 되는 것을 보며 여성의 사회 참여를 고민하게 됐다. 고등교육을 마친 고급 인력이 사장되어 버리는 것은 여성에게도, 국가적으로도 손실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때 친구들을 보면서 여성이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고, 의식이 먼저냐 제도가 먼저냐를 고민하게 됐죠. 사실 이건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아요. 의식이 높아야 제도가 생기고, 제도가 있어야 의식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의식과 제도가 같이 가야 하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예요.”

  1995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으로서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노력하던 시절, 그를 눈여겨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인이 되었고, 이후 여성의 사회 참여와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었다. 육아휴직과 정치권의 여성할당제, 여성의 직장 내 고용차별 금지, 가정폭력 방지법이 대표적이다. 문화부 장관 시절에는 우리 문화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고, 국회의원 재임 중에는 공공외교의 틀을 만들었다. 미성년자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도 이끌어 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뤄낸 것은 없었다. 여성할당제를 주장할 때는 남성 의원들에게 험한 소리를 듣기도 했고, 여성에게는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맞서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아무리 진보적인 남성도 여성 문제에서는 보수적이에요. 할당제를 도입한 후 그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비례의원 비율이 50%를 넘었어요. 그때 우수한 여성들이 많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어요. 여성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이 열린 거죠.”

지난 5월 27일 여성평화회의에서 개회사를 하는 신낙균 여성부의장

힘은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며, 함께 뭉칠 때 나온다
  19기 활동이 마무리되고 20기 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평통과 함께한 지난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먼저 신 부의장은 평통이 코로나19라는 뉴노멀 시대에 잘 적응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석부의장과 사무처장 등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리더십, 자문위원, 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9기에 여성위원 비율 40%를 이뤄냈다는 점도 남녀평등을 위한 양적인 조건을 맞췄다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여성부의장으로서 아쉬웠던 것은 조직의 구성이다. 각 협의회마다 여성분과위원회가 있고, 상임위에도 여성분과가 있지만 여성 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체계적인 일처리나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힘은 뭉치는 데서 나옵니다. 상임위원회와 지역협의회의 기능이 다르지만 모자이크처럼 각자 정체성을 가지되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여성자문위원들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직책이 아니라 보조자로 서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인간관계에서는 겸손이나 겸허가 미덕이 될 수 있지만 일에서는 겸손이 필요 없다. 여성들도 일할 때는 당당하게 주체자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평화가 깨졌을 때 남성보다 여성과 어린이가 더 많이 희생당했고, 여성이 평화구축 과정에 참여했을 때 성공적으로 이행될 확률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를 강조하며 “여성들이 평화 문제에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여성의 평화프로세스 참여율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정신과 함께하며 여성이 평화의 주체로 역할 해야
  여성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평화를 위한 역할을 깨닫고 주체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규범이 바로 「여성평화헌장」이다. 여성평화헌장을 만들기 위해 구성된 기획추진위원회는 오랜 시간 폭넓은 논의를 하며 누구나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가치들을 담았다. 「여성평화헌장」이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이의 평화만들기 지침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낙균 부의장은 「여성평화헌장」이 태풍을 부르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희망했다. 최근 K-방역과 BTS, 영화 등 K-문화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반도 여성들이 만든 헌장이 전 세계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는다.

  “세상을 바꾸는 건 창의적인 소수예요. 먼저 깨우친 소수로부터 시작해서 전체로 확대해 나가는 거죠. 그런 과정에서 개념이 정리되고 평화감수성이 생기고요. 평화감수성은 평화역량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평화역량이 평화를 만드는 힘으로 연결되어 평화가 구축되는 겁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여성리더로서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여성들이 자아실현과 사회적 역할을 계속해 달라면서도, 그 과정에 평화 마인드를 키워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제 여성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닙니다. 유리천장도 많이 깨졌어요. 여성들이 자아실현을 하면서 사회에서 역할 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공적인 분야에 많이 진출해서 사회의 주체로서 남성과 같이 책임과 권리를 나눠야 조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자신의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도 필요해요. 리더가 되려면 시대정신에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상생하는 평화 마인드를 갖춰야 해요. 이를 통해 이 시대 여성들이 평화의 주체로 나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