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72021.07

세계는 지금

남반구에 떠오른 샛별

호주의 ‘한국 엄마’
임현숙 자문위원



전 세계 124개국에서 3,600명의 자문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코리안의 삶과 평화통일 이야기를 자문위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화상 인터뷰를 하는 임현숙 자문위원                                                               

평범한 유치원 교사 입양아의 대모가 되다
  어떤 일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나라의 아이를 입양하는 것, 그리고 조건없는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 그런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삶의 터전을 통째로 바꾸는 것 등이다.

  우연히 방문한 호주에서 알게된 한국인 입양아의 이야기는 임현숙 자문위원의 삶을 바꾸었다.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자동차를 몰고 입양아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갔고, 입양가족과 소통하는 핸드폰은 단 한순간도 꺼놓지 않았다. 매년 임현숙 자문위원이 설립한 샛별한국학교에는 한국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입양아와 입양가족이 찾아오고, 이들은 다시 호주 전역으로 흩어진다. 모든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이 특별하고 가슴 한켠에 하나하나 남아 있다는 임현숙 자문위원은 호주 하늘 위에 떠 있는 길잡이 별, 샛별이었다.

임현숙 자문위원과 함께한 입양아들                                               

Q 어떻게 호주에 정착하게 되셨나요?
  한국에 있을 때는 평범한 유치원 교사였어요. 1986년 호주 교육부에서 초청을 받아 일주일간 호주를 방문했었는데, 그때 한국에서 입양 온 학생들을 만나게 됐죠. 그 당시는 호주 직항편도 없었고 한국 교민이 3,500명정도였는데 그보다 더 많은 한국 입양아가 있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한국 아이를 입양한 양부모님들이 자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르쳐주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게 호주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죠.
Q 샛별한국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제가 호주에 온 1986년 샛별한국학교를 설립했습니다. 호주에 입양된 아이와 가족, 주변 친지들에게 한국을 알려주고, 한국 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학교에요. 영아부터 80세가 넘은 한국 전쟁 입양 가족까지 다양한 연령이 함께하고 있고요.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님, 어쩔때는 친지까지 10명 이상이 한번에 등록하기도 하시고 어떤 분들은 아이가 오기 전부터 등록해서 한국말을 배우세요. 아이로 인해서 한국 문화를 궁금해하고 배우고자 하시는 거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입양가족                                               

Q 학교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보통은 한국 문화와 한국의 상황 등 전반적인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코로나19 전에는 한국문화캠프를 하거나, ‘마더랜드 투어’라고 해서 모국 방문을 하기도 했죠. 모국알기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DMZ나 남북관계, 한국전통 문화 학습, 한국의 인간문화재 초청수업 등 다양한 활동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엔 한류가 많이 퍼져서 입양아들이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호주 입양아 가족 모국 방문

Q 한류가 입양아들에게 주는 영향이 있나요?
  대단하죠. 예전에는 아이들이 ‘나는 왜 버려졌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면 요즘은 그걸 넘어섰어요. K-POP이 호주에서도 유행하면서 청소년들이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고 싶어하는데 호주에서는 그런 것들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양부모님들이 난감해 하기도 하시죠. 해주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니까요. 어떤 아이는 머리 염색을 잘못해서 두피가 벗겨지기도 했어요. 제가 한국에 있는 헤어샵에 물어봐줄테니 그만하라고 말리기도 했었죠.

Q 자문위원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북한 어린이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호주에 살면서 시민권을 취득하면 북한 어린이 교육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13기 평통 자문위원으로 추천을 받아서 활동하게 됐죠. 그때 활동하면서 통일 문제에 대해 많이 배우고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13기에는 청소년들에게 모국의 평화통일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면, 이번 19기에는 호주인인 양부모님들에게 평화통일 문제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계획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한국을 떠나 온 1986년도와 지금의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만큼 발전했어요. 모국의 발전상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어깨를 으쓱하게 됩니다. 모국이 평화롭게 통일될 때 아이들도 더 밝고 넓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은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예요. 호주의 양부모님과 성인이 된 2세 한국 입양인을 포함해서 깊이 있고 전문성 있게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알아갈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