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72021.07

평화통일 현장

남쪽의 최북단에서 만나는 북한 꽃

사람도 왕래가 어려운데
식물은 오죽하랴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분단의 현장에서 평화, 생명 그리고 희망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펀치볼에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북한식물 보전 및 DMZ 산림생태계 복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DMZ자생식물원이 있다.

  식물원에는 DMZ 일원에 자생하는 식물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방계식물과 북한식물을 보전하고 있는 ‘북방계식물전시원’이 있다. ‘북한식물’은 남한이 아닌 북한에만 살고 있는 식물을, ‘북방계식물’은 빙하기에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극동지역으로부터 남하하여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식물을 말한다.

  기후변화 등 환경 적응성이 뛰어난 식물들은 여기저기에서 잘 자라겠지만 환경변화에 민감한 식물들은 자리잡기가 힘들어 북방계식물과 북한식물은 더욱더 보기 어렵다. 국립수목원은 2016년 양구군 해안면에 DMZ자생식물원을 조성하여 DMZ 일원의 식물과 북방계식물을 탐색, 조사, 수집, 보전하는 연구사업을 진행해 왔다. DMZ 철책주변 훼손지를 우리꽃, 우리식물로 복원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사업과 연계하여 북한 주위의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수집한 북한식물을 보전하고 있다. 북한식물은 과거 60여 종 정도 수집되어 식재되었으며, 현재는 20여 종이 적응하여 생활사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종은 아니지만 북한식물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일 년에 한 번 꽃이 많이 피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북방계식물전시원을 특별개방하고 있다. 행여나 관람 중 훼손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신 지면을 통해 몇 종류의 북한식물을 소개한다. 식물의 이름은 지명, 특징, 모양, 쓰임새, 색깔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붙여진다. 여기서 소개하는 북한식물 또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한반도 생태계 보전을 고대하며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 안에 번개 몇 개 /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대추 한 알>



  힘들게 꽃을 피우는 식물만큼이나 DMZ자생식물원은 식물들보다 더 많은 계절과 나날을 견디며 아름다운 결실인 한반도 생태계 보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반도 식물 통일의 첫 발걸음으로 ‘북한 관속식물 종합목록’을 발간했고, 목록 중 북한식물 348종을 확인했다. 북한 내부를 직접 조사할 수 없으니 북한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 식물원을 대상으로 기증, 교환, 수집 및 증식 등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DMZ 및 접경지역 식물 조사를 기반으로 ‘DMZ 야생화벨트’ 사업을 통해 통일 후 한반도의 동·서 생태축을 연결하여 DMZ 생태축 복원 및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남과 북이 함께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사업들이 성과를 얻기 위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남과 북의 협력이다. 통일은 멀리 있다 하더라도, 식물과 생태계 보전에 대한 통일은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현실도 화해의 분위기로 따뜻해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백두산떡쑥(국화과)
  백두산 지역에서 주로 자생한다. ‘떡을 만들어 먹던 쑥’이라는 의미에서 백두산떡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두산의 건조한 풀밭에서 자라며 전체가 솜털로 덮여 있다. 꽃은 5~6월에 분홍빛이 도는 흰색으로 피며 잎이 지면에 퍼져 꽃이 진 자리도 아름답다.

너도개미자리(석죽과)
  너도개미자리와 사촌인 개미자리와 닮아서 유래됐다. 개미자리는 밭이나 길가에 개미가 많은 곳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낭림산 이북으로부터 백두산까지 분포하며 잎은 침형으로,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핀다. 대량증식을 하여 정원, 관상용 소재식물로 활용된다.

오랑캐장구채(석죽과)
  ‘오랑캐’는 북쪽에서 자생한다고 해서, ‘장구채’는 씨방의 모습이 장구채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산지대의 초원에서 자라며, 잎은 피침형이고 꽃은 6~7월에 백홍색으로 핀다. 북한에서는 ‘가지대나물’이라 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진퍼리꽃나무(진달래과)
  진달래와 사촌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종모양으로 생긴 흰색꽃이 달리는 나무다. ‘진퍼리’는 진펄, 즉 습지나 물기가 있는 땅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함경북도 무산 지역에서 자라는 상록관목이며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어난다.

황산차(진달래과)
  함경도에서 자라며 꽃은 5월에 적자색으로 핀다. 진달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이 좀 더 작고 소담하다. 차를 끓여 먹기도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으나 황산(黃山)에서 나는 차(茶)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함경도에는 황산이라는 지명이 없는데, 중국 3대 차 생산지인 황산의 차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짐작된다.

명천봄맞이(앵초과)
  우리가 흔히 아는 봄맞이 종류인데, 함경북도 명천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지명을 딴 이름이 붙었다. 북부지방에서부터 만주와 시베리아까지 분포한다. 주걱 모양의 잎은 지면으로 퍼지며 꽃은 6월에 흰색으로 핀다. 매우 작아서 몸을 숙이고 땅을 살펴봐야 볼 수 있다.

윤정원 DMZ자생식물원
임업연구사(조경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