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62022.04.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지난 3월 7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함께 양회를 구성하는 정협은 매년 3월 중국의 1년 국정 운영 기조를 결정하는 회의다. ⓒ연합

국제

2022년 양회(兩會)로 보는
중국 대외전략 방향과 한국의 대응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3월 초 열렸다. 양회에서 제시된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와 한국의 외교전략을 알아본다.

지난 3월 4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서 양회(兩會)가 개최됐다. 통상 매년 3월 초에 열리는 양회는 11월에 열리는 당대회와 함께 공개적인 정치행사로서 중국 정치를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대회의 주제어는 ‘안정 속의 발전(穩中求進)’이었다. 가을에 열리는 20차 당대회라는 더 중요한 정치행사를 앞두고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비교적 조용하고 안정적인 회의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을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을 확정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회 기간 중 정부업무보고를 수행하는 리커창 총리도 다가오는 가을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 회기는 예년에 비해 매우 짧은 8일에 불과했고, 특별히 새로운 정책이나 입법도 없었다.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수위 조절하며 정세 관리
대외정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고 비교적 많은 정보를 제공한 행사는 왕이 외교부장의 전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이다. 이번 회견은 100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총 27개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특히 중국과 세계 각국과의 관계, 최근의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왕이 외교부장의 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중국 지도부의 발언에 비해 논조를 다소 순화해 불필요한 자극이나 정세 악화를 피하려 하는 느낌이 있다.

예컨대 작년 7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민족주의적 호소와 강한 자신감을 설파하고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맞대응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는 외부세력은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릴 것’이라는 다소 거친 언사로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비하면 이번 대회 중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순화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연계해 외부에서 가장 민감하게 주목했던 타이완 문제도 중국 지도부는 전체적으로 언급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화민족 부흥 전략 속 미중 전략 경쟁 격화
중국의 국제정세 인식과 관련해 최근 유행하는 개념이 ‘백년대변국(百年大變局)론’이다. 2017년 2월 시진핑 주석이 처음 언급한 이후 중국의 대외전략을 논할 때 기본 전제의 개념이 되고 있다. 세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했고 세계화 추세의 동력과 구성요인의 변화 및 과학기술 혁명 등의 요인으로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진입했으며 그 중심에 중국의 부상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전환기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적 열망을 실현할 기회의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국제문제에 대한 중국의 참여와 역할 확대를 통해 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계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존의 글로벌 거버넌스(全球治理) 체계가 선진국의 이익을 과대 대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더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한다. 요컨대 중국은 특유의 지구전과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위상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중 양대 강대국이 한국을 배제할 위험성도 있는 만큼
한국도 ‘자강전략’ 실행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진은 해상훈련 중인 중국의 랴오닝 항공모함 ⓒ연합

중국의 국제정세 인식이 이럴진대, 이미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해 온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다. 이러한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동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가장 유의해야 할 대목은 대외전략에서 한국과 북한이 갖는 기회의 이점이 역전된다는 점이다. 미중관계가 협력적일 때 한국은 폭넓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친미와 친중의 교집합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양득(兩得)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반면, 북한은 심각한 고립과 안보 딜레마를 경험했다. 그런데 미중관계가 악화하고 디커플링이 진행되면 한국과 북한의 처지가 뒤바뀐다. 한국의 경우는 양대 강국 사이에서 ‘선택 압력’이 가중되고, 북한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흥정을 시도할 수 있는 ‘선택 기회’의 장이 확대된다. 한반도 정세 관리의 자율성과 주도권 측면에서 한국보다 북한이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한국, 예방외교와 자강전략 실행해야
최근 몇 년 사이 한반도 정세는 이런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외교안보 전략의 방향성을 ‘예방외교’와 ‘자강전략’, 그리고 ‘국민통합’에 두어야 한다. 미중 사이 선택 딜레마가 이미 예견되는 사실이고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최선의 방책은 선택 딜레마의 압력을 완화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압력이 가중될 만한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예방외교가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의 방향성은 자강전략이다. 미중 양국은 한국을 향해 ‘선택 압력’도 가하지만, 경우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를 배제한 채 타협과 흥정을 시도하려 들 수도 있다. 즉 미중 양대 강대국 간 전략 경쟁 심화 상황에서 한국에는 ‘선택 딜레마’와 함께 ‘배제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위험 요인으로서,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이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방외교’와 함께 반드시 ‘자강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자강전략은 군사적 능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첨단기술 능력, 여타 국가들의 외교적 지지 확보 등도 중요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이 3월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국민통합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극심한 진영논리와 국민분열이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적 해법을 찾는 데 진보와 보수 진영 어느 한쪽의 논리가 맞고 다른 한쪽이 틀렸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최근 20여 년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가장 중요한 이슈인 북한 비핵화 해법에서 진보와 보수 정권은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진영에 집착하지 말고 진보와 보수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공유하면서 단합하지 않으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안보적 위기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경험한 모든 국난의 근저에는 내정에서의 심각한 진영 싸움과 국론분열이 있었다. 외교안보 문제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국민통합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이 문 기 세종대학교 중국통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