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창
점점 다양해지는
북한의 여가활동
팬데믹과 변덕스러운 날씨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요즘, 나들이를 떠나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주말의 경우 국내 항공편과 기차편을 원하는 시각에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도로 역시 만원이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인산인해로 생각했던 경치를 온전히 만끽하지도 못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고된 여정으로 인해 “역시 집이 제일 편하다”는 명쾌한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휴가가 주어진다면 재충전 시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계층·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북한의 여가활동
북한 주민의 여가와 휴양활동 모습은 계층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업무차 지방 출장을 나서는 그 길이 즐거운 여행으로 여겨질 수 있고, 누군가는 휴가길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비슷한 상황과 처지에서 생활하더라도 여가와 휴양을 대하는 자세가 같을 수는 없다. 필자가 만난 북한이탈주민들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나 농민, 지방의 소도시나 생활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거주민은 여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직장에서 맡은 일이 끝나면, 생계형 부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한 이유도 여가를 제약하는 이유 중 하나다. 팍팍한 삶과 함께 즐길만한 장소나 콘텐츠가 적은 점도 여가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통상 북한 주민의 여가활동은 국가에 의무적으로 행하는 노동, 교육을 제외한 정치활동, 체육활동, 문화활동, 과외활동 등으로 이해됐다.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 특성에 따라 직장 단위로 영화나 공연을 단체관람하는 행위를 주로 했으며, 집에서는 태양열 전지판, 축전지 등을 활용해 TV 시청을 많이 한다. 전기공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휴대용 매체도 여가를 보내는 데 필요한 필수품이 되고 있다.
대도시에 거주하거나 부유한 계층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다. 북한 각 도시 또는 도청소재지나 중심 지역에는 놀이공원이 있다.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면서 여가시설들이 급속도로 낙후되었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시설 투자와 개보수가 이뤄졌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체육, 여가활동을 장려하면서 현대적 시설로 탈바꿈했다. 평양에는 곱등어(돌고래)관, 4D 영화관, 전자오락관이 있는 릉라인민유원지, 북한 최대의 워터파크인 문수물놀이장과 함께 동물원, 야외빙상장, 볼링장, 롤러스케이트장 등이 있다. 식당도 잘 갖춰져 있어서 볼거리, 놀거리와 함께 먹거리도 비교적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양덕온천문화휴양지에서 휴양을 즐기는 북한사람들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사람들은 어떻게 휴가를 보낼까
북한 노동법에는 정기휴가와 보충휴가를 규정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 휴가를 생계를 위한 활동이나 경조사 등으로 사용한다. 법정공휴일이나 민속명절은 북한 주민이 타인의 눈치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다. 이날은 평양과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주민도 나름대로 휴양을 즐기는 편이다. 주로 거주 공간이나 인근에서 영상물이나 음악을 접하거나 카드놀이, 체육활동 등으로 여가를 해결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교통 사정, 이동의 제한, 경비 등을 고려해 인근 지역의 강이나 바다로 간다. 머무는 기간은 보통 하루다. 바다가 멀면 강으로 가는데 물놀이와 함께 주로 고기를 잡는 천렵(川獵)을 한다. 그물인 반두로 열심히 고기를 잡아 식사한다. 보양식인 어죽을 즉석에서 쑤고,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으면 식사 준비가 끝난다. 식사를 하며 술도 한 잔씩 곁들이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힘들었던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기분을 만끽한다.
김정은 시기 들어 여가시설이나 휴양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근년 들어 북한이 선전하는 대표적인 휴양지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다. 양덕온천은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온천으로 온천과 약수가 많아 북한에서도 손꼽히는 온천지다. 양덕온천문화휴양지는 “온천욕과 여러 가지 체육 운동을 함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온천 치료 봉사 기지, 다기능화된 복합체육문화 휴식 기지”라는 것이 북한의 설명이다. 북한에서 휴양지 건립에 공을 들이는 것은 주민의 사회복지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 특성에 기초한 문화 자원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이용 접근성은 제한적이지만 시설 리모델링이나 신규 건설은 장기적으로 주민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피서를 떠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시기가 있었다. 금강산, 개성 관광이 가능하던 때였다. 기분 좋은 상상을 나누고 싶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지만 남북이 서로의 휴양지를 오갈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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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승 대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