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62022.04.

북한은 농촌발전 10개년계획을 추진하며 금융지원을 위한 협동농장의 국가 대부 미상환 자금 전액을 면제하는 특혜조치를 단행했다.

북한포커스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조하는 북한
농촌발전전략으로 농촌 생활환경 개선에 주력

북한은 지난해 말 개최된 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발표했다. 강령에서는 식량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농촌발전 전략의 기본과업으로 규정하고, 10년간의 농업 관련 목표와 계획을 제시했다. 북한이 농촌문제를 강조한 배경과 식량증산 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북한은 올해 초 식량증산과 농촌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농촌발전 10개년 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식량주권과 주민생활 향상은 어쩌면 당연한 목표이지만 정책을 수립한 의도와 추진 시점이 다소 의외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농업분야 자신감 표출하며 성과 강조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점검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2021년을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선언했다. 식량증산과 신규주택 2만 호 건설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식량 생산량을 부풀려 보고하던 ‘고질적인 허풍’을 제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성과, 자신심을 가지게 하는 뚜렷한 진일보를 이룩”했으며, 나아가 “어떤 조건에서도 농사를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는 확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적어도 식량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과 환경은 구축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10년 동안 식량증산만큼 정책적 관심이 높고 성과를 거둔 분야도 드물다. ▲2012년 6·28방침(농장책임제, 분조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책임제 등) 시범사업, ▲2013년 경제개발구(농업개발구) 지정, ▲4차례 농장법 개정(2009년 제정, 2012, 2013, 2014, 2015년 개정), ▲2019년 농업발전 5대 요소, ▲2020년 간석지 개발 5개년계획(2020~2024), ▲2021년 치산치수 전망계획(2021~2030), ▲2022년 농촌발전 10개년계획 등이다. 이러한 식량증산 정책을 통해 식량생산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북한은 낙후된 농촌 및 지방의 생활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발전 5대요소는 기존의 산발적인 농업정책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2019년 12월 정면돌파전을 제시했던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농업 분야에서 결정·채택했다. 식량증산을 위한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package)로 체계화함으로써 정책의 계획 및 집행 효율성을 강화한 것이다.

농촌과 지방발전 계획의 결정판, 농촌발전 10개년계획
2021년은 농촌발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는 국가의 기본정치방식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선포했다. 그 일환으로 국토의 ‘균형적동시발전 촉진’을 제시한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2021.3.), 도당위원회 책임간부 협의회(2021.6.), 도·시·군의 역할을 강조한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2021.9.),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새롭게 제정한 <시군발전법>(2021.9.), 시·군당책임비서의 ‘책임’을 예고한 제5차 3대혁명선구자대회(2021.11.)까지 농촌 및 지방발전을 위한 계획 수립이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그 결정판이 농촌발전 10개년계획인 셈이다.

북한은 10개년계획 추진을 위해 첫째, 국가 재정투자를 담당하는 내각은 “투자몫을 계통적으로 늘이고 설비와 자재, 자금을 계획대로 무조건 보장”하고, 둘째, 식량증산을 위한 ‘농업발전 5대 요소’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며, 셋째, 금융지원을 위해 협동농장의 국가 대부 미상환 자금 전액을 면제하는 특혜조치를 단행하고, 넷째, 모든 시·군에 필요한 시멘트의 우선 공급, 지방 건재공장 조성으로 농촌 살림집 건설을 우선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승격하는 등 국가적인 지도체계를 수립했다.


북한은 농촌발전 10개년계획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제도를 보완했다. 주목할 부분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참가 대상에 시·군이 포함되었고, 농촌발전 사업 실적의 책임을 시·군의 책임자인 책임비서에게 묻겠다고 한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5차 3대혁명선구자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2021.11.)에서 시·군의 발전을 위해 시·군의 역할을 강제하는 제도를 제시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에 “시·군, 련합기업소를 포괄하는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하고, 실적이 부진한 시·군의 책임자에게는 “3대혁명붉은기단위대렬에서 제명하거나 칭호를 박탈당한 단위의 당책임일군들은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은 사상, 기술, 문화의 영역에서 해당 단위의 종합적인 발전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촌발전 10개년계획의 직접적인 집행 단위인 시·군의 최고책임자에게 실적 대비 상벌조치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삼지연시에 새롭게 건립된 문화주택, 최근 북한은 식량증산 성과를 평가하고 낙후된 농촌 및 지방의 생활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밀 농사 중심의 농업생산구조 변화 시도
10개년계획에서 특이한 점은 주민들의 식생활을 ‘흰쌀밥과 밀가루음식 위주’로 전환하기 위해 밀 농사를 확대 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밀은 식량을 대체하는 곡물이지만, 시장을 통해 밀가루 국수, 빵 등이 기호식품으로 성장하면서 식량부족 문제와는 다른 수급 해법이 필요한 작물이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중 무역이 중단되면서 밀가루 수입이 대폭 감소했고, 공급 부족의 결과로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밀 농사 확대의 정책적 의도는 먼저, 주민들의 밀가루 선호현상에 따라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고, 둘째, 주요 식량의 대외의존도를 축소하고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밀 농사 확대를 위해 북한은 2021년 말 밀, 보리 재배면적을 전년대비 1.7배 증대했다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 2021.11.9.).


북한은 여전히 식량이 부족하지만 식량난이 발생할 정도의 절대 부족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식량증산의 ‘자신심’과 함께 낙후된 농촌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농촌발전 10개년계획은 1970년대 한국이 식량의 절대 부족 상황을 벗어나고, 농촌발전을 위한 새마을운동을 추진한 동기와 목표가 매우 닮아있다. 북한이 식량증산과 농촌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김 일 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