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코로나19, 전쟁, 그리고...
2020년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팬데믹 단계를 넘어섰다.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이 생활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고, 국제 정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는 상호의존적 세계 경제의 탈세계화를 촉진하는 배경이 됐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제적 세계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제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이미 위기에 봉착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많은 부분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을 촉진했고 탈세계화를 증폭시키는 주요 계기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경제안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와 맞물리면서 다단계·다국적 제조업 공급망의 급격한 단절을 야기하고 세계 자본주의의 원심력을 추동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국제 정세에 미치는 또 다른 커다란 영향은 국제 협력의 구심력을 약화시키고 복원력을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즉, 미국과 중국 등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경 밖의 문제보다는 국경 안의 문제에 더 집중하는 내부지향성을 보여 왔다. 이러한 경향은 힘의 구조적 전환 및 분산과 맞물리면서 지역적 주요 행위자의 안보 자율성을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지금 유럽에서 목격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코로나19로 야기된 국제 질서의 변화 흐름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영향으로 에너지·자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득이하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루어질 것이며, 당분간 경제적 탈세계화 흐름도 가속화될 것이다. 언뜻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협력의 구심력이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나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계 간의 세력 대결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실상은 국제 협력의 구심력이 강화된다기보다는 국제 협력의 파편화와 분열상을 보다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신냉전 구도의 국제 질서를 말하지만, 과거처럼 국제 질서 구도가 행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또한 과거처럼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지도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적 주요 행위자가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 공간도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 일례로 인도와 터키 등 회색지대에 있는 지역의 주요 국가들은 진영의 경계에 구속되지 않으면서 국제 사회의 명분과 자신의 국익 사이를 오가는 대외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파편화된 국제 협력과 변화의 속도, 폭이 큰 유동적인 정세 흐름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의 대외정책 밑그림을 설계해야 할까.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수 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