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한반도
북한의 산림과 녹화사업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과 남북 산림협력
“남북의 나무가 국경 넘나들며
든든히 뿌리내리길”
기후위기는 국가 간의 협력과 공동 대응이 필수적인 전 지구적 문제가 되었다. 같은 한반도 땅을 나눠 쓰는 남북에게도 이는 해결이 시급한 공통의 과제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남북 산림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겨우내 비와 눈이 많이 오지 않아 건조한 날들이 지속됐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2022년 2월까지 3개월간의 강수량은 평년의 7분의 1 수준인 13.3㎜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대규모 동해안 산불로 나타났다. 동해안 산불은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른 이면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오르면서 상대습도가 낮아져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북한의 산림복구 노력
북한도 기후위기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은 거의 매해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 횟수가 증가해 많은 인명피해는 물론 도시와 산업기반시설이 파괴됐다. 겨울철·봄철의 강설량·강수량 축소와 이상고온으로 인해 농업생산성도 악화됐다. 때문에 국제 사회는 북한을 GDP 대비 자연재난 피해가 가장 큰 10개국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북한도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계획했던 경제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자연재해를 언급하면서 이를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북한은 재해로 인한 피해를 근본적으로 축소하고, 전국적인 재난관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2019~2030)을 계획했다.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의 핵심내용 중 하나로 ‘치산치수 사업’이 포함됐다. 북한은 2016년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한 이후 국제사회에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속적으로 상향해 제시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산림조성에 힘쓰고 있다. 2021년 UNSDGs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도 산림복구사업의 진행상황과 성과를 보고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산림복구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2012년 4월 27일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해”라는 첫 번째 담화를 통해 무분별한 산지 개간과 남벌로 인해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산림조성과 산림보호 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10년 내 산림복구사업을 완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30년 동안 총 168만ha에 산림조성을 완성한다는 ‘산림건설총계획(2013~2042)’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림건설총계획 발표 이후 초반사업이 미진하자 시작 연도를 2013년에서 2015년으로 늦추고, 산림복구정책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하는 ‘산림복구전투’를 지시했다. 산림복구전투가 시작되면서 각 당기관과 군기관, 각 지방행정기관, 경제기관, 근로단체 등 전당·전군·전민 총동원체제를 만들었다. 대다수 기관에 ‘산림복구전투지휘부’를 조직했고 국무위원회가 직접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본격적인 산림복구를 위한 조직이 마련되면서 2015~2017년에는 산림 분야 국가예산이 독립 편성되기도 했다.
국가적 노력과 함께 주민들의 정책 호응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산지를 개간해 식량과 수익을 얻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경사도 15도 이하 산지는 농사와 산림복구를 동시에 추진하는 ‘임농복합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임농복합경영을 시도하는 곳의 주민에게 수확물의 처분권을 주고 토지세도 경감하면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20년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는 산림조성과 산사태방지사업, 하천관리사업에 집중하는 ‘치산치수사업’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위한 남북 산림협력 필요성
산림복구전투의 시작으로 북한의 산림에서는 2000년대 대비 산림복원의 효과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의하면 경사도 8도 이상 산림황폐지가 2008년 284만ha인 것에 비해 2018년에는 262만ha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고, 북한의 SDGs 자발적 국가보고서에서도 산림면적이 2015년에 비해 2020년 80ha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남북한의 각 보고서에 면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북한 산림의 황폐화율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황폐산림 면적은 아직 넓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경제 회복 단계에 들어서고 농업과 공업 부문의 투자가 확대되면 지금처럼 산림복구 관련 정책 지원이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국가적인 대규모 건설이 지속되면 원목의 수요가 점점 많아질 것이고, 산림복구사업이 지방예산으로 지속된다면 지역의 경제상황에 따라 차이도 발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넓은 면적의 황폐산림을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때문에 남북 산림협력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당연시되는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남북 산림협력 또한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1949년부터 남한은 봄비로 겨우내 언 땅이 녹고 땅이 촉촉해지는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국가적인 식수운동을 전개했다. 우리와 같이 북한은 3월 2일을 식수절로 정하고, 3월과 4월을 국토환경보호월간으로 지정해 군중적인 식수행사를 진행한다. 남과 북, 식목일과 식수절의 명칭은 다르지만 남북의 나무들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길 바라본다.
박 소 영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