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62022.04.

세계는 지금

지금 우크라이나 국경은?
폴란드, 벨라루스, 한인사회 진단


민주평통에는 131개국에서 3 , 900명의 해외 자문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코리안의 삶과 평화통일 이야기를 자문위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전쟁 속에도 멈추지 않는 일상
평화를 위한 지원 지속되어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여간 지속 중인 가운데 전쟁 장기화와 확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은 당사국 뿐 아니라 주변국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러시아를 돕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돕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
우크라이나 주변국 자문위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3월 24일에 화상으로 진행됐다.

참석 | 정종완 중동부유럽협의회 회장(오스트리아 거주), 심경섭 자문위원(중동부유럽협의회, 폴란드 거주),
오덕희 자문위원(모스크바협의회, 벨라루스 거주)

좌측부터 오덕희 자문위원, 정종완 중동부유럽협의회장, 심경섭 자문위원

전쟁 주변국에 덮친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방패 벨라루스는 전쟁위협 증가

Q.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지 상황은?

▶ 폴란드: 200만 명 피란민 수용, 전쟁으로 물가 높아져
▶ 유럽: 피란민의 정착까지 고려하며 적극 지원
▶ 벨라루스: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와 운명공동체 인식


심경섭 | 폴란드는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입된 나라로 유입 난민은 2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난민 중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가 어렵고 폴란드 국민이 이들과 접촉해 돕는 상황이라 코로나19 방역은 사실상 무장해제 됐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백신접종 쪽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쟁의 여파로 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디젤 기준으로 전쟁 이전 1,800원 선이던 기름 값이 얼마 전 2,400원 선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정종완 | 오스트리아에도 적은 수지만 우크라이나 난민이 들어왔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시리아 난민 때와는 달리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일원으로 정착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럽은 이번 전쟁을 자신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간주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온을 유지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오덕희 | 벨라루스에는 친척이나 연고가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입되고 있고 공식 발표는 없지만 3천~5천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벨라루스 국민은 편향된 정보로 인해 러시아가 주장하는 전쟁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부분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슬라브족으로 혈연관계가 있는 친척들의 피해·사망 소식을 들으며 전쟁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Q.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이유는?
오덕희 |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는 러시아 모스크바부터 프랑스 파리까지의 일직선상에 놓인 도시입니다. 러시아와 서유럽을 잇는 거점이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합니다. 벨라루스는 정치,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의존성이 큽니다. 정치적 배경을 보면 2020년 9월 당선된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이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로 현 정부가 체제 안정을 이루었기에 이에 대한 보답 차원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서방의 오랜 경제제재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심하고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릅니다. 또 지난 2월 27일 국민투표로 핵무기 조치금지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개헌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는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 배치가 가능해졌음을 시사합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공동운명체가 된 상황이고 함께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슬로바키아 국경을 통해 구호품을 전달한 민주평통 중동부유럽협의회

주변국 일상생활은 점차 회복세
우크라이나 내 피란민에 대한 지속적 도움 필요

Q.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민이 겪는 어려움은?
오덕희 | 벨라루스 교민은 50여 명으로, 요즘은 대사관에서 비상연락망으로 매일 안전점검과 비상시 출국 루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금융제재로 인해 한국발행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하늘 길도 터키 이스탄불 편외에는 모두 막힌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일상을 유지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정종완 | 오스트리아 교민들은 여행업과 요식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전쟁, 인플레이션의 삼중고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요즘은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심경섭 | 폴란드 교민은 5천 명 이상 됩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요식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비가 위축돼있었는데,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경제상황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상황을 보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산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이들이 주택을 장기 임대하여 사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가 살고 있는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의 경우 집세가 30% 인상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관광을 하고 소비를 하면서 경제회복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Q. 민주평통의 우크라이나 지원 활동은 어떻게 진행됐나?
정종완 | 중동부유럽협의회는 3월 2일 1차 지원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구호품을 전달했습니다. 처음에는 폴란드 구호기관을 통해 전달했는데 2차부터는 폴란드 국경은 구호품이 충분해서 받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크라이나에 있는 정광섭 선교사님과 연락이 닿았는데, 안쪽은 국경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난민촌을 이루고 있어 구호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교사님은 교회를 개방해 200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지원할 쌀, 미역국, 라면과 이유식, 분유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요청을 했습니다. 이에 국경이 열려 있는 슬로바키아 창고에 구호품을 두면 우크라이나에서 차를 끌고 나와 싣고 가는 방식으로 구호품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난민들이 우리가 제공한 라면과 미역국을 먹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평통 중동부유럽협의회가 전달한 구호품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난민들

소외된 해외동포에 대한
정부와 민주평통의 지원과 관심 많아지길

Q. 한국 정부와 민주평통에 바라는 점은?
심경섭 | 폴란드의 경우 각 나라와 기업의 적극적 지원으로 구호품은 충분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내부의 난민을 돕는 방법을 찾거나 성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면 한국의 경우는 고려인들을 돕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1만 명 중 일부가 폴란드에 유입됐습니다. 이들은 방문취업비자로 한국 입국을 희망해 대사관이 있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몰리고 있습니다. 필요 서류만 충족하면 비자는 쉽게 발급되지만 전시상황에 신분증도 챙겨오지 못한 난민들에게는 무리한 요건입니다. 민주평통과 한국 정부가 고려인을 비롯하여 해외동포를 돕는 실제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오덕희 | 올해가 한국-벨라루스 수교 30주년이지만 그동안 벨라루스는 관심 밖의 나라였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크지 않던 교역마저 더 악화될 것 같습니다. 1992년에 이주하여 30년을 벨라루스에서 살았는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고 한국과 벨라루스 관계가 좋아지길 기대합니다. 벨라루스는 디지털 경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IT 전문 인력이 많습니다. IT분야에서 한국과 벨라루스가 협력 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종완 | 4월 14일 우크라이나를 위한 평화 콘서트를 준비 중입니다. 무료입장을 기본으로 자유의사에 의한 기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부금은 난민 지원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 곡을 많이 준비했고 마지막 곡은 우크라이나어로 부를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 난민과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음악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중동부유럽협의회가 주관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봄 평화 콘서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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