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92022.07.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자유를 지켜야 하는 과제가 윤석열 정부에게 주어졌다.
사진은 지난 6월 19일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행사 현장 ©연합

특집

통일·대북정책 과제와 남북관계

상호주의, 실사구시 원칙으로
남북 공동 이익 실현해야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는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할까. 북핵문제의 해법과 통일·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안한다.

정부의 기본 사명은 주권을 수호하고 국익을 추구하는 한편 국가의 일체성과 계속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지난 역대 정부가 북한과 이뤄오던 일들에 대해 그것이 자산이든 부채든 승계하고 처리해 나가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인지는 현재 한국이 처한 환경과 여건, 북한의 반응을 감안하면서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고 정책을 실사구시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과거와 달라진 국제질서, 새로운 남북관계 모색해야
남북관계는 국제질서의 큰 틀 안에서 남북한이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된다. 지금은 국제질서의 대전환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북 포용정책은 국제 탈냉전의 산물이었다. 탈냉전 시기 미국은 주적이 없어진 상황에서 세계화를 주도했고 한국은 그러한 조류에 편승하여 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소련·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협력과 무역을 펼쳤다. 북한에 대해서는 포용정책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다. 우리가 북한 보다 국력의 우위를 차지한 점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1991년 노태우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또한 수년간에 걸쳐 식량 280만 톤, 비료 25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해 북한 주민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2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했다. 남북 간 철도·도로를 연결하고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관광사업 등 경제협력과 지원도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남북 간에 많은 인적 접촉과 물자 교류가 이루어졌다. 대북 포용정책의 기본 취지는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방과 변화로 유도하고 민족공동체를 재구축해,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탈냉전 시기에 일관되게 핵개발을 추진해 핵무장을 완성했고, 유엔 안보리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거래를 차단했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미중 간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진영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세계화의 퇴조와 공급망의 재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소위 신냉전 질서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질서를 복구시켰다. 탈냉전 질서에서 가능했던 여러 정책들이 현재 정세에서 한계를 맞은 것이다. 대북 포용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정세변화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성공하기 어려웠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제질서와 북한의 핵무장으로 달라진 남북 간 역학관계에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맞게 될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위협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를 거부하고 핵군축을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남북관계에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이때부터 핵무력 고도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문제 해결, 주민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사상통제 노선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대남전략 면에서도 큰 변화를 보였다. 핵무력을 대남전략에 활용할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 군사위협들을 제압하고 한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해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핵위협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와 핵우산 제거,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남한의 군사력을 핵무력으로 무력화 시킨 후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과 ICBM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북한이 추구했던 남조선 혁명노선보다도 더 호전적인 노선이다.

최근 북한은 전쟁 초기에 핵무력을 사용해 남한군을 전멸시키겠다고 밝히고(2022.4.5.), 핵무력의 사명을 전쟁 억제력에만 묶어두지 않고 자신들의 근본 이익을 침해할 경우 이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2022.4.25.). 물론 우리도 북한의 전략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마음먹은 대로 한반도의 질서를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앞으로 핵무기를 정치·경제와 군사, 심리전 영역에서 유효하게 사용해 한반도 질서를 주도해 나가려고 할 것이다.

재난 긴급구호, 영유아와 임산부 영양 지원, 보건·의료 지원 등의 인도적 지원은 비핵화 전이라도 동포애적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2010년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를 위한 우유, 분유 선적 모습 ©연합
남북 간 힘의 균형 확보하고 한미동맹 강화
국제질서의 대전환과 북한의 핵위협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국가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세계문명사의 흐름에서 국가의 좌표를 분명히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선진적인 문명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기반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과학과 진실을 존중하고 과학과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며 기회와 자유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자유와 인권,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유세계와 연대하고 과학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룩한 선진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의 기본 노선을 정립한 것이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흔들리는 국제질서와 북한의 핵위협 상황에서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여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전술핵과 초대형 핵탄두, 극초음속 미사일과 신형 ICBM, 핵잠수함과 SLBM, 군사정찰위성 등 전략무기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핵무장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강대국 간 대결로 인해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흔들리지 않도록 실질적인 억제체제를 갖춰야 한다.

강한 자주국방력 건설을 통해 남북 간 힘의 균형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한미 확장 억제 등 한미동맹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남조선 군대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는 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이 국지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대비태세를 갖추어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민들이 북한의 핵무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평화의 기본은 세력 균형이었다. 세력 균형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평화에 대한 기대나 약속, 평화협정은 모두 전쟁의 참화로 귀결됐다. 현 상황에서는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며 군사적 억제력을 바탕으로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외교에 의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에 불안정이 지속되고 남북 간의 평화구축과 경제협력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원칙과 일관성 있는 대북비핵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는 국제적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 대북제재 외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하고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상호주의 정신에 따라 경제지원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면 ‘남북 공동경제 발전계획’ 등 담대한 계획을 실현해 북한경제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공동 번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한국의 재정과 민간자본, 국제금융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급속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 비핵화 시 한반도 평화의 주인인 남북한이 주도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남북한 국토·환경의 보존을 위한 ‘그린데탕트’ 사업 등으로 교류·개방을 확대해 남북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강원도 철원 평야 사진
개방과 교류로 민족공동체 회복해야
궁극적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한반도의 평화 통일 추구는 헌법정신을 따르는 일이자 가장 큰 국익을 가져올 수 있는 역사적 과제다. 우리는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지만 국가 규모와 국력이 두 배로 커지고 국민들이 두 배로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나라이다. 우리는 통일을 통해 8,000만 민족의 자유와 인권을 확대하고 복리를 증진시켜 더 강하고 큰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개방과 교류를 통해 민족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남북 통일의 원동력은 남북한이 원래 하나의 나라였으며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에 있다. 남북 간 단절과 대결을 상호 개방과 소통·교류로 전환해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해야한다. 또 대화의 문호를 열어놓고 상호주의와 실사구시적으로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언론·출판·방송 개방과 교류를 통해 남북 간 언어의 이질화를 방지하고, 남북 간 민족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토·환경의 보존을 위해 ‘남북 그린데탕트(미세먼지, 기후변화, 자연재해, 산림보존, 공유하천, 농업 공동대응 등)’를 추진할 수 있다.

비핵화 전이라도 재난 긴급구호, 영유아와 임산부에 대한 영양지원, 보건·의료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동포애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문제 등 분단으로 인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도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성공적 정착 지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모두 민족 정체성 유지라는 맥락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 천 식 前 통일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