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평화
말과 글에 평화의 염원을 담아
통일로 나아가다
필자는 일본에서 태어나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이주했다. 이후 목숨을 건 탈북 과정을 거쳐 할아버지의 고향인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입국 이후 어느덧 14년이 흐르는 동안 필자가 누린 행복의 맛은 다름 아닌 ‘자유’였다. 그 맛을 단순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자유는 달콤하고 향기로우며 때로는 영롱한 빛을 내뿜는 아름다움까지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유의 맛을 북한 땅에 전할 수 있는 길은 통일밖에 없다. 캄캄한 북에서 살다가 밝디밝은 남한에 온 필자에게 있어 통일에 대한 갈망은 누구보다 크다.
북한에 대한 편견을 지운 평화·통일교육
한국 정착 2년째 되는 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일이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통일교육이다. 통일교육원 전문 강사로 임명된 이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면서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 강연을 하고 있다. 필자가 10년이 넘도록 찾아간 학교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북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고, 통일에 관한 생각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해당 교육은 남북 출신의 강사들이 2인 1조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그 효과는 상상 외로 크다. 우선 남북 출신의 강사가 함께 연단에 서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질감이 나 편견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학생들 중에는 남한 출신 강사를 북한 출신 강사로 오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러한 에피소드들 덕분에 학생들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북한에도 남한과 다를 바 없는 문화가 있고 음식이 있으며 풍습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통일이 되면 한반도에 어떤 기적들이 일어날지에 대한 상상력도 심어준다. 통일은 아득히 멀어 보이는 추상적 개념처럼 보이지만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꿈과 희망을 준다.
김주성 작가의 출간작 <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
남북 교류는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는 초석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기간 동안 수많은 학생 앞에서 평화·통일교육을 했지만 통일은 아직 요원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분단의 세월은 어언 반세기를 넘어갔다. 그간 남북 청소년들은 서울과 평양에서 노래했고, 남북 탁구 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남북의 다양한 접촉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졌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들이 회동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통일의 물꼬를 텄다고 생각했는데 한반도는 여전히 긴장 속에 있다. 평화를 위한 실천이 미비했던 탓일까. 한반도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길은 통일에 대한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남북이 통일에 대해 같은 마음을 가지려면 우선 서로 소통하고 친해져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민간 교류다. 예술 교류, 문화 교류, 교육 교류, 체육 교류, 소상공인들의 경제 교류 등 교류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러한 교류가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만드는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북한을 바로 알리기 위해 ‘말을 통한 교육’뿐만 아니라 ‘글을 통한 책’에 관심을 두었다. 북한 문단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 삼아 한국에서 여러 편의 소설과 서평집을 출간했다. 말(교육)은 청자와 함께 있어야 할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반면 글(책)은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독자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글은 어쩌면 말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큰 효과를 지닌다. 오늘도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고 싶은 간절함을 안고 필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통일을 위한 길을 변함없이 걸어간다.
평화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남북이 자주 만나 소통하며 차근차근 평화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평화와 통일이 만나는 날, 북한 땅에 필자가 맛본 자유의 꽃이 만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평화·통일교육 모습
평화·통일교육은 학생들에게 통일에 대한
상상력과 희망을 심어준다
김 주 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