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남북 공동 대응 필요한 감염병 위기
팬데믹과 대북제재 사이의 틈새 찾아야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위기 문제로 북한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초 보도가 이뤄진 4월 이후 발열자가 하루 최대 30만 명 이상 발생하면서 누적 발열자는 460만 명(2022.6.20. 기준)을 넘겼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북 보건의료 협력·지원의 과거와 현재
감염병 확산은 비단 코로나19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신종 플루, 에볼라, 메르스 등의 감염병이 북한에서도 확산했던 때가 있다. 당시에는 정부와 민간단체 차원의 대북 지원이 이루어졌다. 2009년~2010년에는 신종 플루 방역을 목적으로 타미플루 치료제와 손 소독제, 열감지 카메라 등을 지원했다. 2014년에는 에볼라 방역을 위한 열감지 카메라 3대를, 2015년에는 메르스 방역을 위한 열감지 카메라 및 마스크를 지원했다.
앞서 언급한 지원들은 모두 당국 차원의 직접 지원 및 간접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의 상황은 달랐다. 코로나19 방역을 목적으로 이뤄진 당국 차원의 지원은 2022년 6월 현재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2020년 한 시민단체의 손 소독제 간접 지원만이 높은 북한 지원의 장벽을 통과한 유일한 지원이었다.
민간단체의 대북 보건의료 협력 및 지원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 당시 북한은 ‘큰 물’이라 부르는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사회 인프라 복구와 침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북한은 국제 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식량이나 약품 등 긴급 구호 지원이 이뤄졌다. 1997년에는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활성화 조치가 내려졌고 1999년에는 대북 지원창구를 다원화하며 남북협력 기금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로 식량 차관이 시작되고 대북 지원이 활성화됨에 따라 민간단체의 협력·지원 사업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했으며 지원액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대북 지원 총액 3조 3,000억 원 중 민간 차원의 지원은 9,231억 원으로 무려 30%에 가까울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민간단체에서 이뤄지는 주된 보건의료 협력·지원 사업으로는 ▲결핵 퇴치사업 ▲의약품·영양제·의료장비 지원 ▲병원 건립 및 현대화 ▲제약공장 시설 복구 ▲보건의료 분야 기술이전 및 학술교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협력·지원 사업으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공동 발전을 이루고 남북의 평화·공존을 이루기 위해 1999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설립됐다. 62개의 민간단체가 소속된 협의회는 ‘대정부대북인도개발협력 사업’, ‘대북인도개발협력 조사연구 사업’ 등을 전개하며 대북 지원 및 보건의료 협력을 위한 사업들을 현재도 준비하고 있다.
감염병 위기 극복은 남북 공동의 협력 사안
다시 코로나19 사례로 돌아와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남북한은 한반도에서 비무장지대를 포함하는 접경지역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북한은 감염병의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코로나19 환자의 증가는 결코 북한 혼자서 감내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감염병 확산 위기와 함께 한국은 인도주의적 우려와 도의적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과거를 돌아보며 북한이 수용할 만한 현실적이면서도 신속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이루어졌던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 프로세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과 시급성이 요구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과거보다 더욱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당국 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북한 지원의 장벽을 통과했던 손 소독제 지원 사례를 모델로 삼아 국제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사항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받아들일 만한 매력적이고도 효율적인 지원방안 도출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문 진 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