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92022.07.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 비서국 회의 등에 집중된 정치 분야 공개활동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 경제, 방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사진은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포커스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으로 본 북한

‘핵무력에 의한 평화’와
‘자력갱생’ 강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22년 상반기 공개활동의 분야별 특징을 분석하고 하반기 공개활동의 방향을 전망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1월 1일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시작으로 상반기에 총 42회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노동신문 보도 및 2022.6.21. 기준). 김 위원장이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제9차 대회, 당 제1차 선전부문 일군강습회,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제25차 전체대회 등에 보낸 서한과 친서 교환 등은 제외한 수치다.

군사·정치 부문에 집중된 공개활동
군사 분야가 2022년 상반기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1.11.), 중요 군수공장 현지지도(1.28.),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3.10.), 서해위성발사장 현지지도(3.11.), 화성-17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지도(3.24.),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참관(4.17.), 조선인민혁명군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참석(4.25.),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6.21.) 등 김 위원장은 총 15회의 군사 분야 공개활동을 했다.

정치 분야 공개활동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1.2.),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1.19.), 김정일 생일 8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2.15.), 당 제2차 초급당 비서대회(2.26.~28.), 김일성 생일 110돌 경축 중앙 보고대회(4.15.),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5.12.),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정치국회의(6.7.),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6.8.~10.) 등 총 13회로, 2순위를 차지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 분야 공개활동은 7회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2.12.), 연포온실농장건설 착공식(2.18.),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 현지지도(3.16.), 송화거리 준공식(4.11.),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4.13.) 참석 등이 있었다. 사회문화(보건·의료) 활동은 리용무(1.28.), 양협섭(5.14.), 현철해(5.20.) 장례식 참석을 포함해 설 명절 경축 공연 관람(2.1.),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방문 비상방역상황 요해(5.12.), 당 황해남도 해주시위원회 약품 지원 등 7회였고, 대남·대외 활동은 없었다.

이와 같은 김 위원장의 2022년 상반기 공개활동 현황에서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2020년부터 월등히 증가한 군사 분야 활동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소위 ‘한반도 평화의 봄’ 국면에서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활동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무산된 2019년에도 군사 분야의 활동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부터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공개활동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북한이 2019년 12월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고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정책 기조에 의한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는 김 위원장의 대남·대외 활동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군사 분야 활동 증가와 함께 대남·대외 활동의 급격한 감소는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현재 북한이 대북제재 및 외교적 고립 아래 체제 안정·수호를 위한 내실 다지기, 국방력 강화, 그리고 대남 및 대미 강경책을 우선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있다. 셋째, 김 위원장의 정치 분야 활동은 국방, 경제, 방역 문제 해결 논의에 집중되어 있다. 김 위원장의 정치 분야 활동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 비서국 회의 등이 대부분인데 이 회의에서 국방, 경제, 방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북한은 2022년 투쟁 방향으로 ‘국가의 부강발전’과 ‘인민의 복리’를 제시하며 경제와 방역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0일 평양 주민들에 대한 검역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대남·대외 강경책 유지하며 한미 대응 관망 예상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정면 돌파전’에 기초한 대내외 전략과 노선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이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과 노선의 핵심은 국가제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자력갱생, 국방력 강화 등을 바탕으로 한 체제 안정 및 발전 추구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2021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2022년 투쟁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제와 방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제 부문에서는 ‘극난한 환경에서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만을 강조할 뿐 구체적 방법과 수단 등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사회주의 농촌 문제의 당면과업을 독립된 의제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농업 생산 및 농촌 문제 해결이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농촌테제’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국방력 강화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결론에서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 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2022년 핵심 과업을 제시한 바 있다. 대남·대외 전략과 관련해서 북한 매체들은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으나 그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북한은 대남·대외 강경책을 통해 정세의 긴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관망하는 태도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2022년 상반기 공개활동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2022년 투쟁 방향 및 사업과 관련해 이루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2020년부터 유사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대북제재에는 자력갱생을 통한 버티기와 내실 다지기로 대응하고, 핵무력을 중심으로 한 국방력 강화로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지난 4기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과 관련해 중간 점검을 하고 당·정·군의 주요 보직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과 목표 달성을 독려했다. 북한은 회의에서 상반기 정책추진과 관련해 사상, 제도, 국가제일주의 정신 제고, 경제의 상승 추이 등이 “돌발적인 비상방역사태 속에서 안정과 발전 속도를 확실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당 및 국가정책 집행에서 “발로된 편향과 원인”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도와 당적 조치들을 언급했다는 점, 하반기 과제를 제시하면서 북한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었다는 점에서 공식적 평가와는 달리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경제지도관리에서 새로운 변칙점(나아가는 방향을 바꾸는 지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사와 소비품 생산이 올해 경제 과업 중 급선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변화’, ‘식량’, ‘소비’를 강조했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상승 추이라는 평가와 달리 주민 생활과 직결된 식량과 소비품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급성 장내성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주민들을 위해 의약품을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하반기 북한, 국방력 강화 및 농촌 문제에 집중할 듯
북한은 지난 6월 진행된 제5차 전원회의에서 별도의 의제로 방역 문제를 다루면서 방역의 과학성, 선진성 그리고 국가의 방역 능력 건설을 강조했지만 구체적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방역과 관련해 인민들의 자각이 중요하다며 당 조직 중심의 사상동원사업 전개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사상교육과 엄격한 통제가 북한의 주된 방역 정책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의 향후 공개활동은 핵무력 중심의 국방력 강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생활고 개선, 방역 상황의 안정적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4차 전원회의에서 다룬 사회주의 농촌 문제의 당면과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022년 과업으로 국가의 부강 발전과 인민의 복리를 제시했지만, 대북제제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타개할 방법이 자력갱생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 생활의 기본인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식량 증산과 더욱더 심해지고 있는 도농 간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생겼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와 외교적 고립 속에서 지속적으로 ‘핵무력에 의한 평화’ 추구와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자력갱생’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무 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