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42022.12.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인식을 함께하는 통일외교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사진은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 아세안 지도자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

특집

정체 넘어 위기 국면 된 2022년 한반도

북핵문제 해결 통해
평화적 통일 환경 조성해야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해의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2023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한다.

2022년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지 10년이 지나고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첫 해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5월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10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새로운 임기 시작으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방전력 강화 정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제8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핵무력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무관심하고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와 군사도발로 한반도 정세는 강대강 분위기가 여러 차례 조성됐고 남북관계는 정체 국면을 넘어 위기 국면으로까지 전개됐다.
북한의 도발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
올해 1월 초 개최된 북한의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의 특징은 대남 메시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통상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관해 언급해왔는데 제4차 전원회의는 북한이 해마다 발표한 신년사를 대체한 회의였다. 제4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분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초인 1월 5일 자강도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왔다. 최근에도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하는 도발을 했다. 여기에는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면서 핵무력 고도화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의 안보질서를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내부 상황의 악화를 대남·대외 핵 협박을 통한 보상과 과시로 해결하려는 의도 역시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북한은 충격적인 핵 독트린을 발표했다. 핵무기 활용을 ‘방어용’으로 제한하지 않고 ‘공격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력에 대해 “미제의 핵도발 책동을 제압하려는 대미용”이며 “핵개발은 방어용으로, 적대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남조선은 우리의 핵타격력의 목표판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고,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군 창건 90돌 열병식 연설에서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된다면 핵무력 사명을 결행”하겠다며 핵무기가 공격용임을 천명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이미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통한 전술핵 개발 선언에서 나타났다. 전술핵 개발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타격 대상으로 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도 공격목표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그 정점은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이다. 북한은 회의에서 11개 항으로 된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 핵 사용의 구체적 조건과 원칙을 법으로 명기하며 북한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대폭 낮췄다.

북한은 2021년 1월 전술핵 개발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하며 핵무기 사용 문턱을 대폭 낮췄다.
사진은 지난 10월 북한이 진행한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 중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미니 SL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굳게 닫힌 남북 대화의 문
2022년 내내 북한은 우리의 대북 제안에 응답하지 않거나 반발하는 태도를 보였다. 4월 8일 우리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우리 측 시설인 해금강호텔을 해체하는 데 유감을 표명했다. 금강산 시설의 철거, 정비는 남북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우리 측에 충분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7월 11일에도 개성공단 통근버스로 추정되는 차량의 개성 시내 무단운행이 포착돼 정부가 유감을 표시했으나 북한은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5월 19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서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지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북한이 호응한다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5월 16일 연락사무소를 통해 2차례나 방역협력 관련 실무접촉 제안이 담긴 대북통지문 발송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역시 무응답이었다.

8월 15일 북한은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제안에 거칠고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무례한 언사와 핵개발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데 대해 유감을 밝히면서 이런 태도는 자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담대한 구상의 의도를 왜곡하는 것이 핵무력 고도화와 대내외 정책 추진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월 28일에는 우리 측이 북한에 댐 방류 시 사전통지를 요청했음에도 황강댐 수문 개방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에 정부는 북측이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는 점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9월 8일에도 북측 댐 방류 시 우리 측에 사전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북한의 사전통보 없는 대규모 방류는 우리 측의 큰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9월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으나 북한은 응답이 없었다.

하반기에도 북한이 모든 분야의 군사력을 동원해 파상공세를 펼치자 국방부는 10월 14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군사합의 준수 및 재발방지 촉구 전통문을 발송했으나 북한은 역시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와 상대하지 않고 군사도발을 자행하려는 북한의 정책을 엿볼 수 있다.

적반하장의 발언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유입이다. 북한은 코로나19의 유입경로를 조사한 결과 강원도 금강군이 최초 발생지역이라며 대북전단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8월 10일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에 발생한 코로나19가 남측으로부터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보건 전문가들은 대북전단을 통한 코로나19 유입에 대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11월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렸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성과 없이 종료됐다.
사진은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연합
2023년, 강대강 국면 속 미사일 도발 지속 전망
지난 9월 미국 농무부는 북한 주민 10명 중 7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다며 대북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식량난을 포함해 경제난이 극심해질 경우 식량 지원을 매개로 남북 접촉의 기회가 발생해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이 보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 시정연설에서 방재시설 건설, 의약품 공급, 국가방역시설 건설, 농업생산 개선의 협력방안 강구를 언급한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2023년도에도 현재의 강대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력 고도화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 효과를 누리려고 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결의안 이행 및 도발에 따른 새로운 대북결의안 혹은 성명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북한은 내년에도 한미연합훈련 중지와 폐지, 핵 관련 군축회담 등의 주장과 함께 여러 종류의 도발을 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압박차원에서 ICBM과 SLBM의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으로 위협하는 한편, 주한미군과 태평양 인근 미군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도 시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 간 파국보다는 일정한 압박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즉,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유도해서 국면전환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반도 정세는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역사를 되돌아볼 때 북핵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물론 국제사회와 확고한 인식을 공유해 나가는 통일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수 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