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42022.12.

평화통일 창

신인배우로 북한의 변화 읽기

새로운 신인배우의 등장
북한에 신인배우가 등장했다. 이름은 ‘정홍란’과 ‘김류경’으로, 아직까지 소속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정권 수립 74주년을 맞아 진행된 공연에서 새로운 패션과 함께 독창을 선보이며 북한의 변화흐름을 주목하게 했다. 뱅 헤어(bang hair)와 정장바지, 서구적 이목구비를 가진 신인배우들의 등장은 북한 음악계의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정홍란’은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뱅 헤어와 정장바지를 착용하며 변화를 암시했다. 공연 형식에 있어서도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백댄서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전에는 가수와 댄서 구분 없이 일체된 형태로 대형을 이뤄 걸그룹과 같이 춤과 노래를 동시에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가수와 댄서를 구분해 가수 개인을 부각시켰다. 음악 또한 기존보다 더 빨라지고 다양한 리듬으로 편곡된 노래를 불렀다. 북한 유튜브 계정으로 추정되는 채널에서 얼굴을 내비친 ‘김류경’은 출신학교 추정이 가능하다. 2021년 7월 24일 공개된 평양음악대학의 소개 영상 중 음악 레슨장면에서 ‘김류경’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불타는 삶을 우린 사랑해’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대중음악 예술인 양성과정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인배우 등장의 의미
북한 음악은 내용적 측면에서 지도자 찬양 및 우상화, 체제선전으로 고정돼 있다. 반면 형식적 측면에서는 다양하게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북한 문학예술의 기본속성 중 하나로 강조되는 것이 ‘인민성’이다. 인민대중의 요구와 사상 감정을 뜻하는 인민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인민들의 취향, 곧 유행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유행의 적정수준 또한 북한 당국에 의해 관리되며 새로운 음악과 신인가수 또한 당국의 주도로 기획되고 공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인가수들이 소속된 기획사만 해도 장르별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획사들이 존재한다. 반면 북한의 경우 당국의 필요성이 있지 않은 한 새로운 음악장르의 유입이 어렵고 예술단체의 존폐도 당국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고작 두 명의 신인배우 등장이지만 북한 내 변화의 지점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주목케 한다.

9월 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정권 수립 기념 축하공연에서 노래하는 신인배우 ‘정홍란’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의 변화를 대하는 해석
새로운 얼굴의 등장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대부분 이전에 북한에서 보지 못했던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강조하며 인민들의 변화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지점은 분명 북한 사회 내 변화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미상의 인물이 등장하면 ‘뉴페이스’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폐쇄된 북한의 부족한 정보들로 뉴페이스란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하나씩 끼워 맞춰 나간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들을 통해 인물에 집중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 드러난 부분에서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엮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이다. 한때 인기를 누렸던 인기가수들이 기억에서 멀어지듯 현재의 신인가수도 다음 경축공연에 나타날 뉴페이스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
김정은 시기에 등장한 신인가수는 모란봉전자악단(2012)과 청봉악단(2015), 삼지연관현악단(2018) 소속 가수들이 있다. 독창가수로 활동했던 김옥주는 최근 경축공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일 시기 창립됐던 대중악단들이 오랜 기간 활동했던 반면 김정은 시기 창립된 대중악단들은 다음 악단으로 대체되는 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신인배우들의 출현은 북한 내 트렌드를 주도하는 흐름이 그만큼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특수성과 보편성의 문제를 어디까지 어떻게 살펴봐야할지 경계를 찾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북한의 변화, 그중에서도 사회문화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는 계속 가져가야 할 고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신인가수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또 다양한 장르의 융합으로 새로운 장르와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는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빨라지는 듯하다. 북한에서도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신인가수들을 통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 걸까? 북한의 신인가수를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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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승 희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