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42022.12.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현 이탈리아 총리)가 2022년 9월 14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

분석

유럽 극우 세력 약진과 국제질서

유럽 결속에 부정적이나
국제정치 영향은 적어

9월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제2당으로 급부상한 데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승리하며 100년 만에 극우 정권이 탄생했다.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부상하게 된 배경과 이것이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유로화 위기, 난민위기, 브렉시트(Brexit) 등을 거치며 부상한 유럽의 극우정당은 코로나19라는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지지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기성정당의 문제해결 능력 부재 등에 대한 불만은 극우정당 지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최근 선거에서 활약한 유럽의 극우정당
지난 9월 25일에 있었던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ratelli d'Italia, FdI)정당은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차지하며 승리했다. 이와 함께 10대부터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 사회운동(MSI)에 가입해 활동한 전적이 있는 45세의 여성 조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가 총리가 되자 세계 각국에서는 이탈리아의 우경화에 대한우려가 쏟아졌다.

조지아 멜로니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극우적 성향을 띄는 이탈리아 정부의 책임자가 됐다. 그는 2006년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돼 이제는 중진급 정치인이 됐지만 지난 정부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기성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새로운 인물인 것처럼 선거에서 자신을 프레임화 시켰다. 또 스스로를 동성결혼이나 급진적 사회 변화로부터 가족과 전통을 지키는 어머니, 이민자와 난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조국 이탈리아를 지키는 용맹한 여인으로 이미지화했다.

한편 이탈리아 선거 2주 전인 9월 11일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Sverige demokraterna)이 20.5%을 득표하며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노동자당(Sveriges socialdemokratiska arbetareparti, 사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정당이 됐다. 주요 우파정당인 온건당(Moderata samlingspartiet)이 다른 우파계열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며 총리 자리를 가져갔지만 스웨덴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인 정당인 것은 분명하다.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견지해온 국가이기에 이러한 결과는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사민당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블루칼라 노동자와 10~20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4분의 1정도가 스웨덴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의 스웨덴 선거에서도 극우정당이 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의 승패를 좌우하는 정치세력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와 스웨덴 이외의 유럽지역에서도 극우정당의 약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4월과 6월 각각 대선과 총선을 치렀는데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극우정당 중 하나인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RN)의 대선 후보가 대선 결선투표에 올랐다. 그리고 국민연합이 지난 총선에 비해 무려 82석을 더 획득하며 주요 보수정당인 공화당(Les Républicains)을 제치고 원내 제3정당으로 올라섰다.

난민문제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부상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은 보트가 전복돼 해상구조를 기다리는 아프리카 이민자들 ©연합
극우의 개념과 부상 요인
유럽 극우 포퓰리즘 정당 연구 권위자인 카스 무데(Cas Mudde)에 따르면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공유하는 이념은 ‘극단적인 민족주의(Nativism)’이다. 이들은 사회를 우리(us)와 그 밖에 있는 사람들(others)의 이분법적으로 시각으로 바라본다. 또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 난민, 국제기구 등을 현재 우리 국가가 겪고 있는 경제 및 사회적 불평등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그들이 볼 때 국민의 이익보다 인권이나 기타 국제 규범을 우선시해 이민자와 난민을 국내로 끌어들인 주류 정치인과 거기에 동조한 기성언론, 학자를 비롯한 엘리트들도 모두 비난의 대상이다. 극우정당은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국가 정체성과 연결시켜 다양한 성정체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시도에 반대한다. 그러나 성정체성에 관한 극우정당의 입장은 모든 극우정당이 반이민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는 것과는 달리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은 공동 당대표인 알리체 바이델(Alice Weidel)이 동성 파트너와 자녀를 입양해 키우고 있음에도 당은 공식적으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AfD는 전통적으로 구분된 성역할에 대한 반대입장을 펼치는 현대의 페미니즘에도 반대한다. 반면 프랑스의 극우정당 RN은 당의 얼굴인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 2017년 대선에서 LGBTQ 커뮤니티를 보호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지난 9월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선전한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난민문제가 정치이슈화된 국가이다. 이탈리아는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이후 지중해를 통해 유럽연합에 망명 신청을 하러 오는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난민들로 계속해서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난민을 여러 회원국에 재배치 및 재정착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번 2018년 총선에서도 난민 유입을 막겠다고 공약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 M5S)과 동맹(Lega)이 크게 선전했다. 시리아 난민 위기가 계속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도 유럽 전역으로 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자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정당들이 당분간 이탈리아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지리적으로는 난민이 유입되는 유럽 공동국경과는 거리가 있기에 이탈리아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노동력에 대한 필요와 인권 보호 차원에서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온 국가이다. 2015년 난민 위기 때도 스웨덴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난민 망명 신청을 많이 받아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민주당은 반이민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소위 민족다원주의(ethno-pluralism)로 불리는 ‘다른 문화를 가진 다른 민족은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고유의 문화를 지키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펼치며 2017년 총선부터 많은 득표를 해왔다.

시리아 난민 위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유럽 전역에 늘어나면서 이민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정당들이 당분간 이탈리아에서
높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독일 유입을 위해 주독 우크라이나대사관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 ©연합
극우정당 약진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
유럽 곳곳에서 나타나는 극우정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국제협력 약화와 국제경제의 안정성 저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유럽의 극우정당은 유럽연합의 공동정책 결정에 반대하고 친러시아를 넘어 친푸틴 성향을 대체로 견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에 반대하기 때문에 보호주의와 자국 중심주의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극우정당이 추진하는 외교정책으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지원해 온 유럽연합의 입장에도 균열이 생길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들 정당이 실질적으로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하는 것보다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이탈리아형제당의 경우에도 막상 집권한 후에는 반EU 입장이 온건화됐다. 조지아 멜로니 총리는 유로화 탈퇴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극단적인 입장에서 유럽연합의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현실적인 입장으로 선회했고, 전 유럽의회 의장인 안토니오 타자니(Antonio Tajani)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인사에 있어도 반유럽 성향을 갖는 이들은 배제했다. 원내 제2정당이 된 스웨덴민주당의 경우에도 다른 우파정당이 연정에서 스웨덴민주당을 제외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주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정당이 득세한 국가에서 이민자와 난민 유입 제한을 지지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은 명확하다. 때문에 이러한 반이민, 반난민 기조가 위기를 함께 타개하려는 유럽 전체의 결속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반이민과 극단적 민족주의가 핵심이 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정치세력화하지는 않았지만 유럽의 극우정당 지지를 통해 커지게 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세계 정치경제의 불안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익과 문화를 보호하고 인정하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면 그 국가는 폐쇄적이고 혁신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는 한 국가의 미래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경제 분야를 비롯한 국제적 협력 또한 약화될 수 있다. 권위주의 정부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찾아온 에너지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과 보호가 국제경제와 협력에 필수적임을 우리는 이미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황 인 정 성균관대학교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