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42022.12.

북한은 농업생산력을 발전시킬 방안으로 과학농사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준공한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대규모 채소생산기지인 연포온실농장의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포커스

김정은 시기 농업정책 변화와 농촌건설

정책 변화에도
농업 생산성 증대에 한계

김정은 체제 이후 농업정책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농촌건설의 의미와 한계를 분석한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농촌건설 정책을 공식화했다.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농촌건설 정책은 농업의 생산성 증대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그동안 농업 생산성에만 편중됐던 농업정책이 농촌건설이라는 포괄적인 접근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농업생산성 증대, 자율성 확대로 생산의욕 고취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경축행사를 통해 주민들의 식량공급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강조했다. 그는 경축사에서 ‘다시는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김정은식 경제관리개선 방안을 예고했다. 이후 북한은 2012년 경제관리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상무조를 설치하고 농업분야에서 식량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방안은 같은 해 농장포전담당제의 시범화1를 통해 구체화됐다. 이른바 ‘포전담당제’라 불리는 농장포전담당제는 농가의 가구원에 따라 0.7~1.2ha 규모의 협동농장 밭을 나눠주고 농장원이 책임적으로 관리해 얻어진 소출을 6(정부) 대 4(농장원)로 분배하는 제도를 말한다. 농장원의 생산의욕을 고취시켜 곡물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마련된 포전담당제는 2013년 분조관리제 내 포전담당제 실시, 2014년 협동농장관리책임제 실시, 2015년 분조단위와 농장원의 책임관리 강화 등 협동농장에서 농장원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제도적 완성도를 높였다.

북한은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화를 선포했다. 즉 포전담당제를 통해 곡물생산에 대한 책임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분배의 평균주의를 지양함으로써 농장원의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고 국가의 곡물수매계획을 달성한다는 농장책임관리제2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7차 당대회를 통해 세운 목표는 대부분 미달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2016년 481만 톤, 2017년 471만 톤, 2018년 455만 톤, 2019년 464만 톤, 2020년에는 440만 톤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화 단계(2012~2015)로 추진될 때만 하더라도 1가구당 분배곡물은 1.5~2톤에 달해 그 효과가 분명했던 반면 전면적인 도입기인 2016~2020년 사이 곡물생산은 곡물수매계획 확대로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그동안 추진된 국가발전 5개년전략 목표의 대부분이 미달됐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경제관리 체계의 한계보다는 2017년부터 강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외적 영향에서 원인을 찾았다. 물론 대북제재로 인해 농자재(비료원료, 비닐 등) 수입에 필요한 외화 조달이 어려워진 측면도 일부 있었다.
1) 포전담당제는 2000년대 들어서 적극적인 경제관리개선조치에 따라 시범적으로 추진된 바 있으나, 2000년대 중반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문제로 붉어지면서 시장화문제와 함께 중단됐다.
2) 농장책임관리제에 따라 협동농장 운영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농장원의 부업조직을 인정하는 조치를 통해 농장원의 소득을 높일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지난 11월 남포시에서 개최한 금성트랙터공장 준공식의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농업문제에서 농촌건설로의 확대
북한은 2021년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대내외적 환경과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적 토대의 재정비와 발전을 강조하며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담보’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그와 연계된 농업과 경공업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강화하는 발전 전략을 채택했다.

농업부문에서는 생산성을 높여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알곡 생산목표를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향후 2~3년 안에 국가의무수매 계획을 2019년 수준으로 설정하고 수매계획과 수매량을 반드시 달성해 주민들의 식량공급을 정상화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농촌을 비롯한 낙후한 시군단위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방안으로 해마다 시멘트를 1만 톤씩 공급해 농촌을 문명화하고 부유한 농촌으로 전변할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북한의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한 변화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해부터 나타났다. 2021년 2월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 계획의 비현실성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강조했음에도 2021년 농업생산량은 469만 톤에 그쳤다. 5개년 계획 첫해의 미비한 성과는 곧 농업환경의 문제보다 농민의 정치사상적인 문제와 사상 개조의 문제로 귀결됐다. 2021년 11월 30일부터 발표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에 관한 사상’에서는 3대혁명(사상, 기술, 문화)의 혁신을 통해 지방건설과 농촌건설을 원활하게 진행하면 곧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상적 관점과 더불어 농촌환경을 개선해 농촌 정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술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2021년 12월 진행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농촌강령으로 규정하고 남은 5개년 기간 동안 농촌문제 해결을 핵심과제로 규정했다. 여기서 농촌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목표는 농촌의 사상의식 수준을 제고하고 농업생산력을 발전시키며 농촌마을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농업부문에서는 과학농사(알곡생산구조 변경, 콩, 감자, 저수확지 증산, 농업생산 과학화, 정보화, 집약화), 농촌경리(수리화, 기계화, 과학화, 전기화 확대), 새땅찾기, 간척지 개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황해남도 대단위 농업지역에 국가적 지원을 집중하고 특혜조치로 금성트랙터공장에서 능률 높은 농기계를 생산해 공급함으로써 농업대단위 선구적인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의 주기가 빨라지는 데 반해 이를 대비할 농업생산기반은 열악한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사진은 2021년 7월 폭염으로 말라붙은 논밭에 물을 주는 북한 주민들 ⓒ연합
북한 농촌건설이 갖는 한계
농촌건설이 중요한 이유는 5개년 계획 첫해를 거치면서 농업정책의 기류가 변화됐다는 데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농촌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공업을 재건할 수 없고 그로 인한 도시와의 불균형이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코로나19와 같은 대외적 위기를 대응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나타난 전술적 변화인 셈이다.

북한은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 최대의 농업대단위 지역인 황해남도를 남은 5개년 기간 동안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농업생산과 농촌환경의 선구적인 모델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시작으로 10년간 전국으로 확대하는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전술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1월 21일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하고(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농업의 모든 부문에서 통일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운영체계를 도입했다.하지만 5개년 계획 2년 차인 올해의 경우 봄 가뭄, 폭우의 영향으로 곡물 부족분이 100만 톤에서 121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0월 25일 당 중앙위원회 제10차 정치국회의를 개최해 농업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결정서를 채택하고 양곡정책 집행을 저해하는 현상과 투쟁할 것을 강조했다. 국가의 수매계획 우선 달성에 따른 농장원들의 분배 몫 하락이 예측된다.

중요한 문제는 기후 변화로 가뭄과 폭우의 주기가 빨라지는 데 반해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농업생산기반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농업생산기반 문제는 북한이 농업생산 증대 정책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곡물 부족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농촌환경 개선사업도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농촌건설의 모델로 제시된 삼지연시에 국가적 건설역량을 집중했음에도 8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감안할 때 전국 149개 군, 3,400여개의 리 단위의 농촌건설에는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과적으로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한 농촌건설 정책은 기반시설 부족, 농자재 부족, 건설자재 부족, 인력난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연간 최소 곡물수요량은 560만 톤 규모인 데 반해 생산량은 400만 톤 대에 그치고 있다. 또한 농촌건설에 필요한 건설자재, 특히 시멘트의 생산능력은 목표치(연간 1천만 톤)의 절반 수준인 560만 톤에 불과해 농장원의 소득 하락, 열악한 환경에 따른 농장원의 불신과 농촌으로부터의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