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한반도
북한 지하자원과 남북협력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서로의 강점 살리는협력 방안 찾아야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의 경제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전력과 철도를 비롯한 북한지역 사회간접시설 참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국가가 참여하지 않으면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인프라 사업을 제외하고 우리 기업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업은 지하자원 분야다.
북한에는 많은 지하자원이 있다. 어느 외국 학자는 ‘북한에서 지하자원을 빼놓으면 북한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세계 1위 매장량을 기록하고 있는 마그네사이트(MgCO3)를 비롯해 2차전지 원료인 흑연(黑鉛 Graphite),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무역분쟁의 한 축인 희토류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광물은 남한에는 매장량이 없거나 개발 경제성이 낮아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들이다.
외국기업, 특히 중국 기업은 북한 지하자원 진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북한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북한에서 가장 많은 지하자원을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물론 처음부터 중국 기업이 북한 광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북한과 등을 지고 있지만 북한 광산에 처음 진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1895년 북한 평안북도 운산금광 개발을 진행한 미국이 외국 기업 진출의 시작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 일본의 무자비한 지하자원 수탈 시기를 지나 중국 기업은 2000년대 들어 북한 광산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북한 광산에 대한 남한 기업의 진출은 중국에 비해 매우 미미하다. 2004년 북한 황해남도 정촌리에 있는 흑연광산 투자가 유일하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과의 지하자원협력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2007년 남북 정부가 합의해 추진한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북한 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남한 정부가 북한에 8천만 불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함경남도 단천에 있는 광산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광산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채 중단됐다.
남북 지하자원 협력은 새로운 가능성
북한은 경제발전이 더디고 산업규모가 작아 1차 산업인 광업의 비중이 크다. 광업은 북한 산업의 12~14%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다. 이 때문에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은 유엔을 통해 북한 지하자원 수출을 가장 먼저 금지시켜 북한으로 공급되는 외화를 차단했다.
광업은 북한에서 중요한 산업이지만 지하자원 개발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광산 개발에 필요한 현대화 장비도 부족하고 전력공급도 열악하다. 물론 2010년 이후 중국과 활발한 무역을 통해 일부 장비와 식량 등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이는 중국 수출이 이뤄졌던 일부 지역일 뿐 이를 제외한 대다수 광산은 가동률이 매우 낮다. 개발을 최우선시하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광산 주변 토양과 하천오염도 방치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남북 지하자원협력은 오염된 광산 환경을 복원하고 친환경으로 광산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지하자원과 남한 쌀을 교환하는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RFEP)을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남한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지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시작을 지하자원 매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 생태계가 전환되거나 국가 간 분쟁(전쟁)이 발생하면 광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니켈, 석탄, 철광석 등 가격이 급등했고,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 흑연 등 2차 전지 원료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와 같은 광물가격 급등 시기에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남북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을 돌아보자. 이제는 과거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로만 북한과의 지하자원 협력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한과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가 아닌 기업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과 외국에 북한 지하자원을 넘겨주는 우(遇)를 범하지 않도록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 경 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