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42022.12.

평화통일 칼럼

대한민국에서
인화(人和)가 필요한 이유

중국에는 기원전인 춘추전국시대부터 다양한 전략서들이 등장했다. 손무(孫武)의 『손자병법』(孫子兵法)을 포함해 강태공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주나라 강상(姜尙)이 쓴 『육도』(六韜), 한나라 황석공(黃石公)의 『삼략』(三略),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제갈량(諸葛亮)의 『장원』(将苑)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들 중 필자는 오기(吳起)의 병법서인 『오자』(吳子)를 좋아했다.

처음 『오자』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의 ‘열전’(列傳)에서 오기를 손무와 대등하게 평가하며 두 사람을 중국 역사상 최고의 병법가들로 꼽았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읽히는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와 대등하게 평가받는 오기에 대해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오기가 주변의 제(齊)나라, 진(秦)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했던 노(魯), 위(魏), 초(楚)나라에서 활약하며 이들을 강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중·일· 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한국에서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솔깃한 부분이었다. 실제로 『손자병법』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주로 다룬 데 비해 『오자』는 전쟁과 정치를 함께 다루고 있었다. 특히 오기는 약한 나라가 전쟁에서 강한 나라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치의 안정을 중시했고 대군이 아닌 정예부대 중심의 군대를 양성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군주와 백성, 그리고 장군과 병사 사이의 인화(人和)를 강조했다. 오기가 위나라의 서하태수로 진나라와 대치하던 중 한 병사의 등에 심한 종기가 생기자 이를 입으로 빨아 치료해준다. 이 일이 병사의 어머니에게 전해지자 그녀는 대성통곡을 했다. 그녀의 남편도 전쟁터에서 등에 난 종기를 오기가 빨아준 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적과 싸우다 전사했는데 이젠 아들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탕한 생활로 가산을 탕진해 화병(火病)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살인을 저질러 홀어머니만 남기고 이웃 나라로 도망치고, 아내를 죽이는 충성을 보이며 대장군의 직위에 오른 오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군주와 함께 백성을 아끼고 그들을 위해 제도를 개혁하며 내치를 강화했다. 군주와 오기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정예병들과 오기의 탁월한 전략이 더해지니 전쟁터에서 강대국도 무시 못할 위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

과거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중견국이 강대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과 국민들의 인화가 필요하다는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최근의 이태원 참사를 보며 과거의 비극과 희생이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아 더욱 답답한 마음이다. 공허하고 진부해진 말이지만 지도자들이 시스템과 관례를 떠나 국민들을 자신의 가족과 같이 사랑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김 한 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