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42022.12.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에 대응해 대북억제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군사적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현장 ©연합

진단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와 동아시아 정세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간 대립 구도 심화될 것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와 이에 대응한 한·미·일 간 군사적 협력을 살펴보고, 이것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북한은 2022년 한 해 동안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미사일 발사를 많이 단행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집계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4일까지 33차례에 걸쳐 총 64기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북한이 2022년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상당한 정도는 다양한 모델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대형 및 초대형 방사포 포함)이지만 화성-12형과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7형 등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평가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중거리 순항 미사일도 발사됐다. 이는 김일성 시대(1984~1994년 총 17기)와 김정일 시대(1995~2011년 총 46기)의 기록뿐 아니라 종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2017년(25기)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 동향
김정은 위원장은 2013~2018년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추진했으나 이 노선은 ‘병진’이 아닌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귀결됐다. 특히 북한은 2016~2017년 남한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3차례의 핵실험과 총 48기의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고, 급기야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에는 이른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러한 과거가 현재와 오버랩(overlap)되는 것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2022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제7차 핵실험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를 사실상 모두 끝내고 정치적 결단만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9월에는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며 핵무기 사용 문턱을 기존보다 크게 낮췄다.

북한이 2022년 단행한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시험 발사’가 아닌 ‘실전 배치’를 강조하고 있으며 ‘전략 미사일’과 함께 ‘전술 미사일’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2021년 1월의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은 미국 본토와 서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 위한 ‘핵탄두 탑재 중·장거리 미사일’ 뿐 아니라 남한과 일본 등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단·중거리 미사일’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에 배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을 통해 드러낸 것처럼 한미 연합군에 비해 열세로 평가되던 재래식 군사력의 선별적 증강까지 추진하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우세를 점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심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은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서의 군사적 활동 수준을 증가시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핵추진 잠수함 USS 키웨스트(SSN722) ©연합
한·미·일의 군사력 증강을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
북한의 이러한 핵·미사일 능력 강화에 대응해 남한과 미국, 일본도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비전으로 제시하고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목표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웠다. 특히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추진’을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의 획기적 보강 △한미 군사동맹 강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강군 육성 △첨단전력 건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 대응 능력 강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북한의 대남 핵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남한의 미사일 전력 및 재래식 군사력 첨단화 등을 통해 북한의 전반적 대남 군사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북한이 2022년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때마다 미국의 이른바 ‘전략자산’이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전개된 것은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실행력 제고를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다양한 수준에서 실질화되는 한편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하고 전략사령부 창설을 비롯해 각종 군사력 증강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것 등은 남한이 군사력 증강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대남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역시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윤석열 정부 및 일본 기시다 내각과의 협의 하에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의 군사적 활동 수준을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많이 단행되던 2022년 9~10월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한반도 및 일본 등에 전개하며 한미 및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미국의 항모강습단도 5년 만에 한반도를 찾았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비롯해 세계 최강의 항공기 중 하나로 꼽히는 F-35B 스텔스 전폭기, U-2 고고도 정찰기, EA-18 전자전기 등을 한미 연합 대규모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참여시켰다. 이와 함께 2022년 10월 말 ICBM 및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함께 이른바 ‘3대 핵전력(nuclear triad)’ 중 하나로 꼽히는 핵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을 부산항에 입항시켰다.

일본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며 미국 및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0년 간 계속해서 방위비를 증가시켜 왔는데, 올해는 5조 4,005억 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내년에도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능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2년 1월에는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극초음속 기술의 공동 개발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비행하자 일본 내에서 이른바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2022년 4월 ‘적기지 공격 능력’을 더욱 공세적인 ‘반격능력’으로 강화시켜야 한다고 일본 내각에 제언하기도 했다.

북한은 진영 간 대립구도 속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평양 류원신발공장을 참관하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 ⓒ연합/조선중앙통신
동아시아 내 진영 간 대립 구도 심화 가능성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재추진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간 군사적 협력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일 협력은 미중 전략 경쟁과 연결되며 진영 간 대립구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미중 전략 경쟁은 점차 안보 부문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앞으로 상당한 기간 지속되며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상호 간 전략 경쟁에서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들을 중심으로 상대방에 배타적인 일종의 진영(block)을 각각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한·미·일 협력이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연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18~2019년 이른바 ‘한반도 평화의 봄’ 국면에서 북한이 보인 대외적 행태는 경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의 유입·확산을 우려해 전면적 국경봉쇄를 3년 가까이 단행하는 가운데서도 북한은 주요 계기 시 서신 교환 등을 통해 북중 우호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2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질서 변화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동아시아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양안문제도 역내에서 ‘뜨거운 이슈’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구축되는 ‘한·미·일 대 북· 중·러’라는 진영 간 대립 구도는 1945년 이후부터 불과 30여 년 전까지 이어진 냉전기의 그것과 외형적 측면에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적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냉전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 약소국인 남북한은 진영 간 대립 구도 내에서 자율성을 갖기 어렵다. 남한의 경우 총체적 국력이 커져 이제는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가 됐고 북한도 핵·미사일 능력을 매우 고도화한 것이 사실이지만 역내 강대국인 미·중·일·러에 비해 상대적 약소국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무엇보다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남한이 상호 관계를 발전시켜 온 중국 및 러시아가 앞으로는 배타적인 상대 진영이 될 수밖에 없다는점은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장 철 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