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52022.03.

지난해 열렸던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전략무기들 ⓒ연합

북한포커스

북한의 국방력 강화 계획과
향후 정세 전망

한반도 정세 전환 위한 대책 필요

북한이 2022년 1월에만 총 7차례에 걸쳐 11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를 계기로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는 국방력 강화 계획을 살펴보고, 향후 정세를 전망해본다.

북한이 2022년 1월에만 총 7차례에 걸쳐 11기의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수준이 다시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이례적인 설명을 내놓아서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2022년 1월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관련해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극초음속 무기개발 부문”이라고 설명했는데, 북한이 이처럼 군사력 증강과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북한이 언급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및 5대 과업’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향후 정세를 간략하게나마 전망 하고자 한다.

북한의 계속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로 경색된 한반도 정세. 근본적인 전환의 계기를 모색해야 할 때다. 사진은 북녘이 보이는 파주 임진강
북한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주요 내용
북한이 2022년 1월 11일 이전에 무기 개발과 관련한 계획을 밝힌 적이 있는지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22년 들어 처음으로 1월 5일 국방과학원 주관하에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의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 전략무력의 현대화 과업을 다그치고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한 2021년에 비슷한 내용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북한은 2021년 9월 11~12일 단행한 ‘신형 장거리 순항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2021년 9월 13일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점목표 달성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전략무기인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 사업”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이 김 위원장을 뜻하는 “당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중핵적인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순항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자 북한의 대남·대미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은 2021년 9월 15일 북한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이 ‘남한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1년 9월 29일에는 전날 진행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와 관련해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에 속하”며 “당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최중대 사업으로 간주돼 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은 2021년 1월 초 개최한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또는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등의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제8차 당대회 이후 관련 보도에서 이러한 내용을 전한 바가 없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에서 2016년 개최된 제7차 당대회 이후 5년 동안 이뤄진 여러 분야의 성과를 언급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고 하면서 군사 분야의 성과와 과제도 포함시켰을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추진해 온 군사력 건설이 ‘재래식 구조’였다고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앞으로 북한군을 ‘첨단화, 정예화된 군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군수산업이 북한군의 무기체계를 ‘지능화, 정밀화, 무인화, 고성능화, 경량화’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2013~2017년 국가전략노선으로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도입,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북한의 무기개발 5대 과업 주요 내용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전략무기 개발’ 또는 ‘국방력 발전(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과 관련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별도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북한이 제8차 당대회 이후 무기개발과 관련해 남한의 ‘국방 중기계획’과 비슷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특별한 관심’을 갖는 ‘5대 과업’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이 포함되는데, 이는 모두 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했던 사안이다.

이러한 맥락을 연장하면 나머지 세 가지 과업에 관해서도 일정하게 유추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했던 사안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즉 ▲핵기술 고도화 ▲전술 핵무기 개발 ▲새로운 장거리 미사일 개발 ▲초대형 방사포 개발 완성 ▲신형전술 미사일 개발 ▲개별 유도 다탄두 미사일 개발 ▲핵잠수함 개발 ▲군사정찰위성 발사·운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고체 연료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개발 ▲ICBM 급 고체 연료 지대지 탄도미사일 개발 등이 세 가지 과업에 해당하는 사안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이 세 가지 과업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이어가던 중인 2022년 1월 19일,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언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없이 강화·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선결적·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북한이 2017 년 11 월 29 일 화성 -15 형 미사일 시험발사 및 이른바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유예해 왔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의 재개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17년 이후 발사한적이 없는 화성-12형 중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약 5년 만인 2022년 1월 30일 다시 쏘아 올렸다. 2022년 2월 초에는 영변에 있는 우라늄 농축공장과 5MWe 흑연감속로의 지붕 등에서 눈이 녹은 사실이 발견됐는데, 이는 이 시설이 가동 중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라늄 농축공장에서는 고농축 우라늄을, 5MWe 흑연감속로에서는 플루토늄을 각각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무기급 핵물질이다.

지난 5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좌).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우)과는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연합
군사력 증강 계획의 공개, 전략적 유연성 제약할 수도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항은 바로 김정은 정권이 밝힌 것과 같은 북한의 군사력 증강 계획이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공개된 적이 있는지다. 김일성 정권은 1960년대 초반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4대 군사노선’을 추진했지만 김정은 정권이 2021년 이후 밝히고 있는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및 5대 과업과 같이 비교적 명시적인 군사력 증강 계획은 밝힌 적이 없다. 이는 김정일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일 정권은 선군정치를 주창하며 ‘선군경제노선’을 내세웠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한 적이 없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훨씬 더 많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과거에 비해 북한이 군사적인 사안을 많이 공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 나타나는 이러한 특징은 종종 북한의 전략적 유연성 발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북한 입장에서 나름의 논리와 명분을 갖춰 제시한 주장을 주워담거나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대량 생산 및 실전배치 등을 공언한 상황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북한이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대내외적으로 선언·약속하고,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전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당시에 많지 않았을 것이다.

멀게는 2019년 2월 말, 가깝게는 2020년 10월 초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정세의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다시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지시한 바와 같이 “물리적 힘을 더욱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적인 행동’에는 북한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중에서 김 위원장이 ‘특별한 관심’을 갖는 5대 과업 중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세 가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열거한 세 가지 과업의 후보군을 감안해 본다면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다시 전환시키기 위한 대책을 매우 시급하게 모색해야 할 때이다.

장 철 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