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52022.03.

세계는 지금



민주평통에는 131개국에서 3 , 900명의 해외 자문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코리안의 삶과 평화통일 이야기를 자문위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민주평통 우크라이나지회를 만나다

삶의 위협 속에 생업을 멈춘 사람들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 해법 찾아야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슬라브 민족, 키예프 공국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왜 전쟁을 하는 것일까.
2014년 크림반도 사태를 계기로 국경 봉쇄 및 적대관계에 돌입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둘러싸고 긴장을 높여왔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우크라이나 위기와 우리 교민의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자문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월 23일 화상으로 진행됐다. 조윤동 지회장은 한국으로 철수한 상황에서, 고려인인 강정식 자문위원은 수도 키예프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참석 | 조윤동 우크라이나지회장(중동부유럽협의회), 강정식 자문위원(국립외국어대 한국어 교수, 고려인)

조윤동 우크라이나지회장(좌), 강정식 자문위원(우)

우크라이나 국민들,
힘 키우려면 나토 가입해야

Q.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과 국민들의 인식은?
강정식 |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쟁에 대한 위협감과 압박감이 상당이 높습니다. 대부분은 침착하게 행동하면서도 초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들의 애국심은 상당이 높아져 있습니다. 끝까지 조국을 지키겠다고 결집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러시아를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친척처럼 여기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크림반도 합병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국민 대부분이 안전을 위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제를 살려서 군사력을 강하게 만들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크림반도 사태와 비교해서 어떤지?
조윤동 | 크림반도는 2014년에 러시아로 합병됐습니다. 크림반도는 흑해를 끼고 있는 휴양지로, 관광산업이 발달했었는데 그 이후 모든 관광산업이 폐쇄되며 지역 경제가 망가졌습니다. 현재 크림반도는 군사 관련 공무원과 현지 관리들만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퇴보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크림반도 사태와 돈바스 사태 등의 위기가 발생했는데, 실제 거주하는 사람과 교민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교민 대부분 철수,
생업 위해 빠른 안정 필요

Q. 한국 교민 상황과 정부의 대응은?
조윤동 | 우크라이나에는 600여 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대사관은 지난 2월 12일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구역(여행경보 4단계)으로 발령하고 안전지대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500여 명의 교민들은 한국과 인근 동유럽 국가로 피신했고, 현재 약 50~100여 명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대부분 현지인과 결혼했거나 나오기 어려운 분들이죠. 대사관은 피신하지 못한 가정에 랜턴, 나침반, 눈에 띄는 비상 조끼가 들어있는 비상용 가방을 배부했습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안전캠프를 설치했으며, 희망자에 한해 항공기와 비상 전세기를 띄울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습니다.
Q. 생업을 두고 철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윤동 | 한국 교민들은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역업이나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도 있고 유학생, 선교사, 주재원도 있습니다. 특히 현지에서 생업을 하는 교민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멈춘 상태에서 급하게 빠져 나왔기 때문에 현지 직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큽니다. 장기화되면 개인적인 손해도 크게 발생하고 거래상의 신용관계도 깨질 겁니다. 저는 한 달 정도면 이 상황이 정리될 줄 알고 나왔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위기의 해법,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역할 중요

Q. 현재의 위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강정식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군사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서방국가의 도움과 지지가 매우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나토에 가입하거나 미국·영국과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향후에도 러시아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루빨리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자유롭게 살았으면 합니다.

조윤동 | 우크라이나 상황은 우리의 구한말 역사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끼리 대립하며 강국에 둘러싸여 장기간 외세와 싸워 왔습니다. 경제적·군사적으로 힘이 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 풀어나가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에는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유럽의 곡창지대로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국들과 좋은 해법을 찾아서 평화를 유지하면서 서로 교역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협력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우크라이나지회는 어떤 일을 해 왔나?
조윤동 | 우크라이나지회는 중동부유럽협의회에 소속되어 있고, 한국 교민 4명, 고려인 지도자 4명 등 8명의 자문위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도 고려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많습니다. 그동안 분기별로 간담회를 진행해 왔고, 지난 11월에는 고려인 청년 100여 명을 대상으로 청년 포럼, 평화통일 간담회를 실시했습니다. 5월에는 학교 단위로 평화통일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또 대사관과 협력하여 고려인을 지원하는 사업과 한인과 고려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문화행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고려인과 교민들이 따로 행사를 했는데, 이제는 서로 동포라는 의식 속에서 좋은 교류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상황이 안정되어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영상보기 인터뷰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