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52022.03.

ⓒ연합

그린 한반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남북을 넘나드는 바이러스,
남북 공동방역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남북을 넘나드는 공통의 보건·환경 이슈를 통해 한반도 생명공동체의 중요성과 과제를 점검한다.

남북 간 인적교류가 어려운 현실에서 소, 돼지, 조류 등 동물 관련 바이러스는 사람과 달리 자유롭게 남북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호에서 다룬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남북 공동방역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북한 최대의 세포축산단지 조성
북한 강원도 세포군의 구릉지역을 ‘세포등판’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5만 정보(약 1억 5천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의 축산 단지가 있다. 이는 남한의 단일 목장 중 가장 큰 삼양목장의 50배 크기에 달하는 수치로, 2012년 9월 22일 착공하여 2017년 10월 말에 준공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이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단지 내에 목초 방목장, 축사와 함께 사육에 필요한 건초재배장, 건초가공장, 사료공장 등이 있어 외부에서 가축의 먹이를 조달받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가공 공장이 있어 육가공품과 유제품을 생산해 내며, 이외에도 수의 시설, 방역 시설, 품종 개량 시설, 연구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가축 분뇨를 자동으로 집진하여 메탄가스를 추출해 액화천연가스(LNG)로 가공한 뒤, 단지 내 시설들과 근로자 주택에 연료와 취사용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세포축산단지는 외부 컨설팅 기관에서 설계를 받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시설인 만큼 인프라도 잘 조성되어 있다. 곳곳에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들이 설치되어 있고, 저수지 간 낙차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 시설도 있어서 단지 내에는 항상 전력이 공급될 수 있다. 또한 수도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주택마다 상술한 가스를 연결한 보일러를 설치해 온수도 공급한다. 단지 내를 강원 북부선 철도가 관통하는데 성산역에서 여객과 화물을 처리한다. 북한 강원도 성산역 역시 새로 시설을 지었다.

이 단지 건설로 북한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여겨지던 북한의 강원도 세포군이 대규모 개발로 주목을 받았다. 각종 공공시설이 재건축되어 대폭 확장되거나 신축되었고, 세포군 중심지에 있던 축산전문학교는 대학으로 승격됐다. 세포등판 건설 시 노후화된 주택들을 새로 건설하여 세포군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다만 관광단지로 꾸린다는 계획은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와 구제역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의 영향으로, 북한 당국이 외국인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소 사육 두수 등을 늘리지 못하는 것은 동물 질병 때문으로, 북한, 몽골, 러시아, 중국지역의 소, 염소 등을 세포축산단지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남북의 백신·방역 교류
구제역 백신은 북한에서 구하기가 어려워 보통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비싸게 거래된다. 남북 교류 재개 시 코로나19 백신 교류와 더불어 동물용 백신, 그중에서도 구제역 백신 교류는 먼저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볼 때, 올해 6~9월경에는 남북교류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남북이 하나되는 통일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코로나19 백신 등 관련 기자재 교류와 구제역 백신을 비롯한 동물용 소독약, 진단시약 등 진단 장비 등을 우선적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남북을 넘나드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남북이 서로 발생 정보를 주고받기만 해도 효율적으로 방역을 할 수 있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이동을 시작해 한반도를 거치는 철새들의 서식지 인근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었을 경우 정보가 공유되면 미리 대처와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을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전파 상황과 수준을 공유하면 그만큼 효율적인 대처방안도 찾을 수 있다. 일부 축산농가에서 소독약 지원 등과 같은 백신·방역 교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남북 축산 질병 정보 교류 및 바이러스 진단기자재, 소독약 교류는 실보다 득이 많다.

남북 교류 재개는 서로가 필요로 하고 이익이 되는 방역 교류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남북을 넘나드는 바이러스에 좀 더 잘 대응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2022년이 이러한 남북 교류가 재개되는 해로 기록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 준 영 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