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52022.03.

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①

왕효근 민주평통 청년부의장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이
나아갈 이정표를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9월 1일 제20기 민주평통 출범과 함께 신설된 청년부의장은 평화통일 분야에서 높아진 청년의 역할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여, 그에 따라 증가한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제20기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은 5,164명. 이들이 가진 5,164개의 평화통일 생각을 잘 모아 ‘청년다운’ 활동 방향을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가 왕효근 청년부의장에게 주어졌다.

왕효근 민주평통 청년부의장

“청년부의장이 신설되면서 지역과 중앙 조직이 입체적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청년부의장으로서 저는 ‘최초’보다 ‘시작’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잘 할순 없겠지만, 이것이 잘 정착되고 제도화될 수 있도록 시작하는 역할을 해 보려고 합니다.”

민주평통 40년 역사상 첫 청년부의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왕효근 부의장은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17기에는 자문위원으로, 18~19기에는 상임위원으로 지역과 중앙 모두에서 활동해 본 경험 때문인지 청년부의장으로서 구상하고 있는 일도 많아 보였다.
최초의 청년부의장에게 주어진 과제
지난 6개월간 왕효근 부의장은 ‘생업을 내려 놓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이어왔다. 가장 먼저 시·도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회의를 돌며 지역부의장들에게 청년위원들의 역할과 계획을 설명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2021 세계 청년위원 컨퍼런스’를 주최했고, 그 뒤로 이어진 크고 작은 각종 행사와 회의들을 소화했다. 지난 1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4주년 기념 청년 공개토론회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왕효근 부의장은 올해는 청년자문위원 활동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을 전하며 “청년의 역할과 노력을 담은 평화선언 등을 통해 민주평통 청년이 장기적으로 나아갈 이정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청년자문위원 주도의 웹드라마 제작, 청년자문위원 수 만큼인 5,164장의 헌혈증서 기증 등의 다양한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해야 할 일과 계획하고 구상한 일들이 산적해있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과제는 청년자문위원들이 민주평통의 공식적인 기능과 역할에 잘 융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청년자문위원의 주도성과 역할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이기도 하다.

“지역에서는 지역부의장 아래 수직적인 질서가 있고 그 안에서 제한적인 역할들이 주어지는데, 청년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라고 하면 잘 안하려고 할 거예요.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만들어 내고, 유연함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캠페인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청년들의 실질적 참여와 쌍방향 소통이 중요
청년부의장이 신설되고, 청년운영위원회가 가동되며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겨났다. 특히 제20기 민주평통의 활동 방향 중 하나인 ‘뉴미디어를 활용한 평화통일 활동 활성화’는 청년세대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왕효근 부의장은 “2030 청년들은 이미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뉴미디어를 삶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화통일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문위원들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펼쳐나갈 활동에 대한 기대도 크다. 자문위원들의 지역별 활동을 ‘평통의 아이덴티티’라고 표현한 왕효근 부의장은 “청년자문위원들이 지역에서 실질적인 평화통일 활동을 해 나갈 때 공허한 말잔치가 아닌 구체화된 성과가 나온다”며 “지역 중심의 평화통일 활동이 활성화될 때 민주평통의 힘이 가장 강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역에서 민주평통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데, 그런 여건 속에서 청년답게, 청년스러운 활동을 통해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며 대행기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정부기관 등과의 연대·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사무처 차원에서는 지역의 청년들이 제안한 참신한 아이디어 등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과 중앙 간 쌍방향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사무처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흔들림 없는 활동으로 ‘K-평화’ 만들어 나가야
올 한 해도 한반도 평화 시계(視界)는 안갯속이지만 왕효근 부의장은 “제20기 민주평통과 한반도 상황이 비슷하다”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제20기 임기(2021.9.~2023.8.) 중에는 선거 이후 의장(대통령)이나 대행기관장(지자체장)이 바뀌는 가변성이 있죠. 이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한반도와 같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만약 우리 자문위원들이 변화의 시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화통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면 한반도에서도 지속가능한 평화 실현이 가능하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는 민주평통이 국민 여론의 흐름을 가장 먼저 전달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며 대선 이후 청년자문위원 주도로 ‘당선자와의 대화’ 같은 행사를 준비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전 세계에 ‘K’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왕효근 청년부의장은 이제는 우리가 K-평화를 만들어 세계 평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청년자문위원과 국민들에게 또 스스로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아픔을 딛고, 우리 아버지와 삼촌의 희생을 통해 이 나라가 성장해 왔다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우리 후손들은 오늘보다 훨씬 나은 대한민국에서 살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기대합니다.”




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②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IOC 선수위원

“대화와 협력의 물꼬 트는
남북의 랠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 중국의 왕하오 선수와 대결하던 유승민 선수는 금메달을 결정짓는 순간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지금, 유승민 선수는 대한탁구협회 회장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 만들기’를 위해 힘쓰고 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IOC 선수위원

지난 1월 28일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가 시작됐다. 프로탁구리그는 많은 탁구인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프로탁구리그의 출범으로 선수들에게는 아테네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성장의 발판이, 국민들에게는 탁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프로탁구리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추진력 있고 안정적인 리그 운영의 기반을 다지는 데 역량을 기울이겠다”며 “e스포츠 및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장점을 연구하고 접목하여 탁구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탁구로 만드는 만남의 계기
우리 국민들에게 탁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남북을 잇는 화합의 상징이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코리아’라는 팀명으로 참가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모습은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보여주었다. 27년이 흐른 2018년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결성돼 활약했다.

당시 남북 단일팀 결성에 큰 역할을 했던 유승민 회장은 “남과 북이 안부를 물으며 교류하는 작은 계기들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라며, “프로탁구 출범 원년인 올해 남북탁구대회가 개최된다면 남북 간 만남의 새로운 장을 여는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탁구대회가 개최된다면 남북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거나, 원팀을 이루어 세계 유명선수를 초청하여 경기하는 방식으로 세계인의 축제를 만드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구현’을 강조하는 IOC나 대한탁구연맹(ITTF)도 환영할 만한 스포츠 가치 실현의 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는 유승민 회장이 탁구인으로서, 또 스포츠 행정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다.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북측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과 다를 바 없이 소탈하고 정이 많으며 잘 웃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국제대회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눈빛을 교환할 때면 한민족이 공유하는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도, 분단의 아픔으로 가슴 한편이 아리기도 했다. 유승민 회장은 “언젠가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가 구현되어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한민족의 정과 따스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을 강조했다.
남북이 하나 되어 웃을 수 있는 날 오길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탁구는 남북의 특수한 관계 속에서 대화 무드를 조성하고 남북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해왔다. 수많은 탁구인들은 남북 스포츠 교류 활성화에 있어 탁구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유승민 회장 또한 그렇다.

유승민 회장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소신을 전하며, 이러한 노력이 “세계사에서 아픈 역사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분단을 뛰어넘어 평화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단이 앗아간 민족 간의 대화와 소통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탁구라는 종목이 이어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작지만 강하고 유연한 탁구공처럼 남과 북을 오가는 랠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때로는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고 때로는 격렬하기도 하겠죠. 승리하기 위해 서로 경계하고 경쟁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결국 하나가 되어 웃는 탁구처럼 남과 북이 자주 만나고 함께 하나가 되어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2024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북측 참가 위해 노력할 것
유승민 회장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나 특별한 선물이 아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작은 이야기를 나누는 정(情) 어린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 어린 소통’이 탁구를 통해 시작되기를 희망했다.

한국에 탁구가 도입된 지 100주년이 되는 2024년 부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유승민 회장은 “코로나19로 취소된 2020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비 당시에도 북측을 초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회가 취소되며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서 “2024년, 부산에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북측의 대회 참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부산에서 한반도 평화의 바람이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을까. ‘스포츠를 통한 평화’가 남한과 북한 선수들의 랠리를 통해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과 함께한 유승민 회장 ⓒ대한탁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