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52022.03.

평화통일 창

막걸리부터 소주까지
북한의 명주(名酒)

명주(名酒)란 이름난 술을 말한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종류도 많고 역사도 깊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과 코냑, 중국의 마오타이와 우량예, 일본의 전통주 사케, 영국의 위스키, 멕시코의 테킬라, 러시아의 보드카 등 대충 떠올려 보아도 손에 다 꼽기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어떤 술이 있을까. 북한을 대표하는 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백두산 특산품인 들쭉으로 만든 들쭉술이나 대동강맥주를 떠올릴 것이다. 북한의 술은 맛과 향보다 건강을 많이 강조하는데, 때문에 몸에 좋은 재료를 이용한 술이 많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선전하는 술 중에는 백화술이 있다. 백화술은 백여 가지의 천연 약용식물의 꽃으로 만들어 소화 장애, 간 기능 저하, 저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개성고려인삼술도 건강을 강조하는 술이다. 개성고려인삼술을 판매하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에서는 ‘장군’이라는 브랜드로 개성고려인삼술, 삼로술을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삼술이나 송이버섯술, 령통술, 찔광이술, 가시오가피술, 살구술 등도 천연재료를 이용한 북한의 술이다.

전통주 분야의 국가비물질문화유산 1호, 막걸리
명주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역사성이다. 특히 민족마다 이어 온 전통문화 속에서 형성된 고유한 술과 독특한 음주문화는 국가적인 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 우리 전통주 중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는 것은 제86-1호인 ‘문배주’, 제86-2호인 ‘면천두견주’, 제86-3호인 ‘경주교동법주’ 세 가지이다. 남북정상회담 만찬 자리에 ‘문배주’, ‘면천두견주’가 올랐던 것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전통주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무형문화재’를 ‘비물질(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북한은 2012년부터 비물질문화유산을 ‘우리 인민의 유구한 력사와 찬란한 문화전통이 깃들어 있는 나라의 귀중한 재부’로 규정하고 국가비물질문화유산, 지방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전통주’ 중에서는 가장 먼저 ‘막걸리 담그기’를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막걸리 경연대회도 개최했다.

막걸리계의 양대 산맥은 문수식당 막걸리와 락백막걸리이다. 문수식당 막걸리는 막걸리 경연대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막걸리이다. ‘막걸리의 고유한 맛과 향기, 산미를 살리면서도 발효 기일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막걸리 생산기술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락원백화점에서 생산하는 락백막걸리는 흰쌀막걸리와 강냉이막걸리, 검은찹쌀막걸리를 기본으로 한다. 강냉이막걸리는 ‘풋강냉이 맛’과 ‘살짝 볶은 강냉이의 고소한 맛’이 어울린 감칠맛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경계막걸리, 삼일포막걸리처럼 지역 명물 막걸리도 있다. 막걸리 외에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주는 ‘감홍로 양조기술’, ‘단군술 양조기술’, ‘백화술 양조법’, ‘오갈피술 양조방법’, ‘감주 담그기’, ‘이강고양조기술’, ‘문배주 양조기술’ 등이 있다.
북한을 대표하는 국주(國酒), 평양소주
전통주보다 더 많이 주목하는 술은 ‘국주(國酒)’인 평양소주다. 북한은 2015년 국가상징의 하나로 국주를 지정했다. 평양소주는 대동강식료공장에서 생산하는 희석식 소주인데,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전통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양소주를 10대 국가상징의 하나로 지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쌀을 원료로 하여 향을 첨가해 만든 평양소주에는 북한을 대표하는 국주로서 일종의 인증 마크인 ‘조선명주’ 도장이 찍혀 있다.

북한은 평양소주를 국주로 지정한 이유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랑으로 설명한다. 고급호텔 같은 곳에서 마시는 특별한 술이 아니라 ‘인민들이 좋아하며, 애호하는 술도 명주가 될 수 있다’는 지침에 따랐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고급스럽게 만든 술이지만 인민대중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특권층만 즐기는 다른 나라의 명주와 달리 북한의 명주는 ‘최고지도자와 인민이 함께 맛보는 술’이 됐다는 것이다.

평양소주에는 최고지도자의 사랑이 담겨 있다는 스토리 외에 경제적인 전략도 담겨 있다. 자력갱생과 국산품 애용, 인민생활용품 질 제고의 성과를 반영한, 저렴하면서도 먹을만한 술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평양소주의 브랜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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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 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