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22022.10.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8월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연합

분석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과 한반도

대만과 비정치적 관계 강화하며
‘전략적 자율성’ 확보해야

최근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주요 쟁점과 이것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방향을 모색해본다.

지난 8월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이 갑작스럽게 대만을 방문하여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고, 9월에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대만과의 관계를 공식 수교 직전 단계로까지 격상하는 내용의 「대만정책법안」을 통과시켜 다시 한 번 중국을 자극했다.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대만해협에서의 위기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만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인식 차이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은 미국과 중국의 대만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미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에 합의했다고 인식하고 대만문제를 자국의 주권과 영토에 관련된 내정(內政)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대만의 분리 독립 시도나 미국을 포함한 외부세력의 개입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미국은 냉전시기 내내 대만의 안보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자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당시 대만문제 해결을 위한 3가지 원칙 ▲대만과 단교 ▲대만에서 미군 철수 ▲대만에 대한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 등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냉전 이후 현재까지도 대만문제를 소위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에 기초하여 중국견제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해왔다.

이처럼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인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탈냉전 초기까지는 대만문제가 미중관계에서 차지하는 민감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9·11 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국력 차이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미국은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했고, 중국 역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으로 주변환경을 조성하고 대만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미중 전략경쟁(strategic competition)이 심화되면서 양국관계에서 대만문제가 차지하는 민감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략적 탐색과 견제를 위한 전략적 카드의 하나로 대만문제를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만문제를 대중국 견제 카드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되는 추세에서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만문제를 대중국 견제 카드로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22년 8월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과 이에 따른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 등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다시 한 번 고조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유지 가능성
미중 수교 이후 역대 미국 행정부는 대만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대체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해왔다. 즉 중국과 대만 간 갈등 심화 및 무력 충돌이 발생하게 될 경우 미국은 대만의 안보와 미래 지위(status)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방식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총 4차례(2021년 8월과 10월, 2022년 5월과 9월)에 걸쳐 소위 ‘대만 방위’ 의지를 피력했고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9월 대만과의 관계를 공식적인 수교 직전 단계로 격상하고 동맹국 수준의 안보적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의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이유로 대만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된 미중 합의 위반이자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정책은 당분간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첫째, 2022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대내적으로는 침체된 경제를 회복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도 동맹국과 관계 강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과의 전략경쟁 등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는 소위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 차원에서 여전히 대만과의 관계 강화라는 전략적 카드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공언 및 미 의회의 「대만정책법안」 통과 등은 오히려 대만 해협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이행 여부는 미지수이다.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비대칭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만 방위’ 의지를 공식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곧 미중 전략경쟁을 더욱 가속화하고 대만해협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셋째, 단기적으로 대만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적 명확성’으로의 전환은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현상타파’를 의미하고, 이는 곧 중국 내 강경파들을 자극함으로써 시진핑 지도부가 지금보다 더 강경하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기대하는 대만문제의 실질적 해결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현재 미국과 중국이 처해있는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3~5년 내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 및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모두 높지 않다. 비록 최근 미국의 많은 싱크탱크에서 중국과 대만의 군사력 비대칭성 및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해협에서의 빈번한 군사행동 등에 주목하면서 중국과 대만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2021년 11월 미중 화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미중 경쟁이 충돌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식적 수준의 ‘가드레일’과 의사소통 채널이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둘째, 중국은 대만과의 무력 충돌 시 미국의 개입 및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서방사회의 대중국 제재 및 이에 따른 중국경제에 미칠 막대한 피해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시진핑 지도부가 직면한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2022년 10월 16일로 예정된 제20차 당대회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지도부 입장에서 대만문제에 대한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은 지속하겠지만, 혹시라도 대만침공을 결정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시진핑 지도부의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쇠퇴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대만에 대한 강·온 양면정책을 지속하면서 2049년 건국 100주년을 목표로 중장기적으로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군이 8월 4일부터 7일까지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자 대만 역시 8월 9일부터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대만 공군 소속 미라주 2000-5 전투기가 공군기지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 ©연합

이처럼 단기적으로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역내 불안정성을 심화할 것이고, 이는 곧 한반도 정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명분으로 대만 위기에 개입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 위기에 한국도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미국이 한국에 직접적인 파병 및 병참지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충돌 및 한국의 ‘연루’ 상황에서 북한이 체제 생존을 위해 한반도에서의 안보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대한 리스크와 우리의 대응방향
향후 미중관계에 있어 상호 핵심이익을 겨냥한 전략경쟁이 지속될 경우 대만문제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겠지만, 미중 간 대만문제를 둘러싼 군비경쟁이 격화하거나 제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두 강대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에게 외교적 지지와 함께 군사적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 역시 한국의 대만문제에 대한 개입 혹은 동참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 심화라는 새로운 전략환경 하에서 내·외부 위협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리의 국가이익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만정책이 대부분 국내적 요인에 대한 고려에서 출발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미중 두 나라의 국내정치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 관계를 파악하여 우리의 대외정책 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초래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지경학적 리스크를 고려하여 대만과의 비정치적 관계를 강화하고, 우리의 대미·대중 정책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 종 호 한양대 ERICA 중국학과 부교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