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포커스
최고인민회의 결과로 본 북한 사회
농촌 사회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 주력
지난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된 사회 분야 주요 논의 사항을 살펴보고 전염병 위기, 기후 위기가 북한 대내외 정책에 영향을 주는 도전 요인을 짚어본다.
북한은 지난 9월 7일부터 8일까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를 진행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북한이 핵무력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함으로써 핵무기의 목적, 운용 통제, 사용 원칙과 조건 등을 규정한 것이다. 동시에 이번 회의에서는 「사회주의농촌발전법」 및 「원림록화법」이 함께 채택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최대방역위기와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 및 과제를 제시했다. 전염병 확산, 식량 문제, 재해성 기후 등의 문제가 북한이 사활을 두고 있는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이 당면한 위기 의식과 대응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회주의농촌발전법」 및 「원림록화법」 채택의 의미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첫날 「사회주의농촌발전법」 및 「원림록화법」 초안을 장별로 논의한 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이번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농촌발전법을 채택함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림록화법을 채택함에 대해’가 전원찬성으로 채택됨. 조선중앙통신 2022.9.8. 북한은 이 법안들이 농업을 발전시키며 전국단위 농촌마을을 ‘사회주의 리상촌’으로 변모시켜 생활환경 개선과 문화휴식 조건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 이를 제도화한 것이다. 두 법의 원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에 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농촌발전법」은 2021년 12월에 개최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때 채택된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의 주요 목표와 내용이 구체화되고 실천 방안들이 명시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농촌건설강령이 ‘부유하고 문화적인 농촌건설’, ‘농업생산의 획기적 증진’, ‘농민생활환경 전면적 개선’을 강조한 만큼 이번 「사회주의농촌발전법」은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농촌 테제를 공식화하고 이를 실현·집행하기 위한 기준과 방법들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사회주의농촌발전법」과 「원림록화법」을 채택하고
농촌 사회 발전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은 2022년 5월 9일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는 모습 ⓒ연합
북한은 2010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214호로 「원림법」을 채택한 바 있다. 원림은 사람들의 문화정서생활과 환경보호를 위해 여러 식물로 아름답고 문화적으로 조성한 녹화지역으로 정의된다(제2조). 또한 원림은 공원, 유원지, 도로와 건물 주변 녹지, 도시 풍치림, 환경보호림, 동식물원 등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2조). 기존의 「원림법」이 도시원림화정책 요구에 따라 도시와 마을에 공원과 유원지를 조성하고 살림지구 안의 녹지를 관리하는 계획이었다면 이번 「원림록화법」은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의 원림조성과 보호 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특히 자연재해로부터의 원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과 재해방지 역할을 위한 산림조성 등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적 재해방지능력을 강화하는 문제와 인명구조에 필요한 역량 및 장비 확보, 산림복구전투를 포함한 국토환경 보호 및 관리사업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1) 이번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농촌발전법을 채택함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림록화법을 채택함에 대해’가 전원찬성으로 채택됨. 조선중앙통신 2022.9.8.
전염병 위기와 재해성 기후 위기 대응 강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건국 이래 ‘최대의 방역 위기상황’을 초래했으며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었음을 밝혔다. 북한은 지난 8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통해 2022년 5월 12일부터 시작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정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극복했음을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방역대전의 승리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및 최고 지도자의 업적으로 과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북한 보건제도의 수준과 능력제고의 필요성을 드러냈다는 점 또한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올겨울 변이 바이러스 재유행을 대비해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대책을 세울 것임을 밝히고 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사회 분야 논의 결과 및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전염병 위기 및 재해성 기후 위기 대응이 향후 대내정책에서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두 가지 위기는 올해 알곡생산 등의 식량 문제와 함께 인적·물적 피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 및 5개년계획의 올해 성과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하다. 북한이 전염병 위기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지만 독감 유행 및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은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국경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마스크 의무 착용 및 거리두기, 상업시설 운영시간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백신 접종도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민생물자 부족 및 외부 방역물자와 식량 수급의 필요는 국경봉쇄 해제를 필요로 하지만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 제한을 완화하고 무역을 전면 재개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5일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 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붕만 남기고 물에 잠긴 주택들의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은 올 봄 가뭄, 밀가루 수입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노력동원 제한 등의 위기가 더해지면서 가을 작황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북한이 재해성 이상기후 영향으로 해마다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불리한 기상기후조건을 기정사실화하고 농업생산 전반을 따져볼 것”과 “홍수 발생으로 인한 인명 피해 예방, 재해방지 능력 제고, 중장기적 치수전략 수립”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은 “국가 알곡 생산 계획을 무조건 수행해” 주민들에게 식량을 넉넉히 제공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다. 즉 북한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농사조건과 환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최고인민회의 이후에도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 가능성과 대비를 계속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끝으로 북한의 코로나19 통제 정책은 장기간 식량 불안정과 영양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5세 미만 아동 사망률 및 신생아 사망률 등이 개선되고 있고 아동 영양부족 국가 비율도 완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은 2022년 하반기에도 타격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우리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20년과 2021년 사이 북한 영유아 대상 필수 예방접종률이 상당 부분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2021년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는 1,060만 명의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종합하면 북한은 「사회주의농촌발전법」 및 「원림록화법」을 채택하여 농촌 사회 발전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피력하고 내부 역량 집중과 투쟁 독려를 통해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이 비록 방역대전의 승리를 선언하고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여 사회주의의 우월성,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 자위적 국방력 건설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염병 위기 및 재해성 기후 위기는 식량 생산 및 수급, 무역 전면 재개,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2) DailyNK 2022.9.15.
3) “농업부문에서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투쟁을 계속 힘있게 벌리자”, 노동신문 2022.9.11.; “재해성 기후를 극복하고 소출을 높이기 위한 대책 계속 강구”, 노동신문 2022.9.12.; “재해성 기후에 계속 각성을 높이고 만전의 대응책을 세우자”, 노동신문 2022.9.13.; “가을철에도 재해성 기후는 계속된다, 항상 각성해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자”, 노동신문 2022.9.14; “태풍과 폭우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자”, 노동신문 2022.9.15.
최 규 빈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