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22022.10.

평화톡 통일톡

히말라야 6,694m에서 외친 평화통일

“청년의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 멈추지 않을 것”

2022년 5월 4일 오전 10시 30분. 지구가 생긴 이래 아무도 밟지 못했던 히말라야 푸캉(PhuKang, 6,694m)에 10개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푸캉은 네팔 북서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에 위치한 미답봉(未踏峯, 현재까지 누구의 발도 들이지 않은 산봉우리)이다. 이곳에 대한 정보라고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팔 북서부 마낭(Manang)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가장 가까운 경찰 지구대가 55.3km 떨어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런 빈약한 정보 탓에 스위스, 프랑스 원정대도 포기했던 산이다. 2008년 스위스 원정대는 정상까지 향하는 루트를 찾지 못했고 2017년 프랑스 원정대는 악천후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이처럼 하늘이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미지의 땅 푸캉에 남겨진 평화통일의 발걸음은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역경을 넘어 희망을 보다
푸캉을 오르는 과정은 예상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원들 대부분은 물갈이에 시달려야 했고 물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베이스캠프에서 전진 베이스캠프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 악마처럼 입을 벌린 골짜기는 최대 난코스였다. 400m에 가까운 비탈인데다 얄궂게도 미끄러운 흙으로 되어 있어 발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몸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니 쓰러지고 엎어지길 수십 번. 어렵게 이동해 계곡물에서 식수를 길러온 후에는 정상에 가기 위해 맞은편의400m 흙 비탈을 다시 올라가야 했다. 험난한 코스를 걸으며 대원들이 하루 동안 먹은 거라곤 수프와 숭늉조금, 사탕 2개, 초코바 1개 정도였다. 대원 중 한 명은 15kg 정도나 살이 빠지기도 했다.

태풍 같은 눈보라와 살인적인 추위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칼바람과 싸우며 그야말로 온몸을 쥐어짜며 한걸음 한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설산 꼭대기에 발을 디딘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눈물이 밀려왔다. 설산이 빚어내는 눈부신 대자연의 풍경과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에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고는 해야 할 일을 깨닫기라도 한 듯 ‘함께 그리는 평화통일’이 적힌 깃발을 정성껏 꽂았다. 역경이 희망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히말라야 푸캉을 등반하고 있는 이건진 위원장(왼쪽)과 함께한 대원들(오른쪽)
한라에서 백두까지, 도전은 계속된다
전문 산악인도 아니었던 필자가 산을 오를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건 2020년 ‘DMZ 통일걷기’가 맺어준 인연 덕이다. 10박 11일 동안 강원도 양양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까지 272km를 걸으며 평화통일에 뜻을 함께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김미곤 대장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됐다. 이번 원정대의 히말라야 등반을 이끈 김미곤 대장은 8,000m 14개 봉우리를 우리나라에서 7번째, 세계에서 41번째로 오른 고산등반가이다.

DMZ의 한 길가에서 연을 맺은 우리는 히말라야 미답봉 등정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함께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도전에 함께할 대원들과 2021년 9월 첫 훈련을 시작했다. 15kg의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하중 훈련과 암벽 훈련, 텐트 설치 훈련, 체력 훈련 등 힘든 훈련들을 묵묵히 견디며 이번 원정을 준비했다. 산을 좋아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필자가 히말라야 미답봉을 오르는 건 불가능한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건 팀원들의 도움과 도전 정신 덕분이었다. 사실 이번 히말라야 등반은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보다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든 일이었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도 몇 번이나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포기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대원들은 조금만 더 가보자며 필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 혼자서는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오게 됐을 때는 함께한 대원들을 의지하며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함께 정상에 오른 우리는 6,694m에서 평화와 통일을 외치며 서로의 손을 들어줬다.

히말라야 푸캉 정상에 꽂은 ‘함께 그리는 평화통일’ 깃발과 배지

구로구협의회 자문위원들과 함께한 ‘평화+통일 쓰담 달리기’ 행사


서울로 돌아온 필자는 히말라야를 오른 자신감과 도전 정신에 힘입어 ‘함께 그리는 평화통일’을 서울지역 청년 활동 슬로건으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6월 구로구협의회 자문위원들과 함께 ‘평화+통일 쓰담 달리기’ 행사를 진행했다. ‘쓰담 달리기’는 ‘플로깅(Plogging)’의 우리말로, 조깅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의미한다. 통일에 대해 같은 마음을 가진 자문위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통일에 대한 열망과 비전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은 통일의 길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포기했던 길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노력하니 어느새 정상에 와 있지 않던가. 통일의 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짙은 안개와 비바람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묵묵히 옳은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무엇을 이루는 길은 언제나 마음과 맞닿아 있다. 필자는 이제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휴전선을 넘어 백두대간을 따라 백두산을 오르는 것이다. 새로운 길로 백두산을 오르는 날까지 청년의 마음으로 평화통일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건 진 민주평통 구로구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