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2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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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

비핵화 단계에 따른 상응 조치 구체화하며
남북관계 풀어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평화의 한반도’를 주제로 제31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문가 토론회는 변화하는 국제환경과 남북관계 환경을 진단하면서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글로벌 중추국가’와 ‘담대한 구상’의 실현 방안을 모색했다.

제1세션 ‘남북관계 정상화와
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 추진 방향’
남북관계 정상화, 비핵화 단계에 따라
안전보장과 경제협력 함께 교환
9월 6일 개최된 제1세션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 추진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최대석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세계적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남북관계도 이와 연계돼 있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고 통일을 준비하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추진과제’를 발표한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를 독자적 영역보다는 북미구도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는 영역으로 간주해왔고, 우리 정부도 북미협상을 중심에 두고 남북관계가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선순환’ 논리로 접근하면서 남북관계가 수단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나 교류협력의 양적 빈도나 지속성을 남북관계 지표로 보는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안전보장, 평화 프로세스, 동북아 갈등 구도 등을 포괄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 추진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정부 이후 보수·진보 정부가 교차해오면서도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와 번영이라는 큰 틀은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비록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따라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로 등장했지만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잠정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또한 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을 위해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관계의 기존 규정을 유지하되, 당면한 평화 가치의 시급성을 강조해 장기간의 남북공존을 현실로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과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비핵화에 대응하여 안전보장을 하는 안보 대 안보 교환이 필요하다며 “안보에는 경제, 외교, 군사 등이 포괄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안보 대 안보의 구도에 경제도 포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일기 책임연구위원은 “안보 대 안보 교환 모델이 대두하고 있지만 안보 대 경제 모델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현실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의 단계에 따라 ‘안보 대 안보+경제 교환’ 모델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안보 대 안보의 교환이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면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비핵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수립하면서 북미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는 협상은 한국의 역할을 제약하고 북한의 위상을 높이는 만큼 “북한의 ‘대남 거리두기’ 만성화를 우려하지 말고 새로운 어젠다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인애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는 “냉전시기처럼 철의 장막을 다시 만드는 것이 북한의 의도”라고 분석하면서 “이제는 남한도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북관계 틀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 내실화하며 통일 준비 지속
‘담대한 구상’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구상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제안이지만 북한 핵 문제가 남북관계의 상수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약요인도 많다고 진단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담대한 구상의 실현은 한미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미국이 한국 정부의 구상을 지지할 때 북한도 현실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제성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대화에 나올 의지가 없음을 천명하고 있는 만큼 우리 내부를 추스르며 남북대화 및 교류의 시간을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북·통일정책의 이어달리기와 통일 준비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 틀을 내실화하고 플랫폼을 전문가 집단으로,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정치권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조은희 숭실대학교 교수는 2030세대 젊은 층의 통일인식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0세대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질문하는 것을 대답해주는 것이 통일교육”이라며 “전 세대가 공감하는 평화통일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대석
(이화여자대학교)
홍민
(통일연구원)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영자
(통일연구원)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제성호
(중앙대학교)

조은희
(숭실대학교)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현인애
(이화여자대학교)




제2세션 ‘한반도 평화·번영 환경 조성을 위한 국제협력’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 이슈에서 역할 해야
제2세션은 ‘한반도 평화·번영 환경 조성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9월 7일 열렸다. 2세션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로드맵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 과제를 중심으로 토론했다. 토론회는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의 사회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 하에 지구촌 번영에 기여하며, 과학기술 강군을 건설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정책 차원에서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 강화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을 강화해나간다는 구상”이지만, 아직은 국제사회의 이해가 낮고 철학적·논리적 정교화가 필요한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람직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모습으로 ▲새로운 지정학의 세계를 주도 ▲설득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감하는 국가 ▲신안보 등 세계적 이슈에 대한 논의 선도 ▲중견국을 뛰어넘는 가치 선도자로의 위치 선정 등을 제안했다.

전봉근 교수는 북한 핵 문제의 엄중성을 설명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증강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까지 한국,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서태평양 주둔 미군에 대한 선제적 핵 타격력과 핵 보복억지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비핵화 추진 전략과 관련하여 ▲북핵외교와 남북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대북 인도지원 적극 제공 ▲북미 간 낮은 신뢰 수준을 고려한 ‘낮은 수준의 비핵화 잠정합의’ 추진 ▲초기 비핵화 상응 조치의 미니딜 패키지 준비 ▲한미의 공동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담대한 계획’ 포함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글로벌 중추국가의 위상과 내용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면서 북핵문제 해법에 제안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연구센터장은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어울리는 기여를 하고 국제질서 구축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한반도를 넘어서는 역내 문제와 글로벌 이슈에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중추국가가 가치지향 외교를 강조하고 있어 미국 편승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배타적인 측면보다는 복합적인 방향에서 국제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에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정학적 중간국으로 ‘균형’의 관점을 가져야 하며, 국제 및 지역 차원의 강대국인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묵인하거나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관심은 신냉전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어느 진영에 서는 것인가”라며 “대만문제와 북핵문제 등에서 한국이 얼마나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북핵문제로만 환원되지 않도록 해야
글로벌 중추국가와 담대한 구상을 연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외교와 대북정책을 구분하면 스스로를 제약하는 환경에 빠진다고 지적하고 “글로벌 중추국가와 담대한 구상은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는 등 근본적 작동원리는 같다”며 두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정철 서울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중추국가와 북한을 연결할 경우 의도하지 않더라도 북한을 열등한 국가로 위치시키고 흡수통일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진단하며 “글로벌 중추국가를 대북정책의 상위개념으로 넣지 말고 서로 분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북핵 접근법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중단된 점을 고려하여 “북미수교 프로세스를 북의 최종적 비핵화보다 선행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북미수교는 비핵화를 지속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하고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연계시키는 접근법”이라고 부연했다.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현재와 같이 모든 사안이 핵 문제로 전환되는 ‘북핵환원주의’로는 북한문제 자체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관리 가능한 북핵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이 구체화되고 ‘담대한 구상’ 등 대북정책의 방향성이 나온 시점에서 열려 한반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구체적 정책추진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민주평통은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준비,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평화정착을 위해 각계각층이 함께하는 공론의 장을 더욱 활발히 열어나갈 예정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전봉근
(국립외교원)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이정철
(서울대학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진창수
(세종연구소)
황지환
(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