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미국의 확장억제,
북한의 핵 독트린,
한반도 위기 안정성
2022년 9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4년 8개월 만에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양국 국방·외교 차관은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철통 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확장억제 신빙성을 제고하는 미국의 언명은 동맹국 한국에는 방기(放棄)의 공포를 줄이는 안심 공여 효과를, 적성국 북한에는 7차 핵실험 도발을 자제하도록 하는 억제 효과를 각각 도모하고 있다. 같은 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핵 독트린’ 연설을 지켜봤던 국민 입장에서 이번 한미 공동성명은 시의적절한 조치였지만 문제는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미국의 확장억제 신빙성 제고는 북한의 도발 그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도발 이후 ‘응징(punishment)’에 의한 억제 신호의 명확한 ‘발신(signaling)’을 기대하는 측면이 강하다. 도발 이후 발생할 ‘긴장 격화(escalation)’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도록 하는 ‘위기 안정성(crisis stability)’ 확보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물론 7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증가시켜 도발과 관련한 손익계산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포함하지만, 도발 이후 북한이 노리는 긴장 격화의 수준을 통제하고 위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능력에 대한 신빙성을 높이는 효과를 중시하는 언명인 셈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도발 이후 위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방어적 의도를 갖는다는 사실을 북한에게 정확하게 발신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장 해제를 전제로 한 어떠한 형태의 외교협상도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위기 징후 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명시해 ‘비대칭 확전(asymmetric escalation)’을 핵 태세로 못 박았다. 확장억제 전략의 방어적 성격을 공격적 성격으로 오인할 경우의 한미동맹이 치러야할 비용을 크게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미동맹의 입장에서 확장억제의 방어적 신호를 어떻게 정확하게 북한에 전달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확장억제 신빙성 제고를 통해 대북 억제력을 명징하게 발신하는 효과와 더불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경우 어떠한 ‘보증(assurance)’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발신하는 군사·외교 통합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확장억제 전략은 적성국에 대한 억제 효과 및 보증 효과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도록 발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억제책 및 보증책을 설계하면서 양자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그 응징 효과 및 보상 효과를 북한의 입장에서 명징하게 수신토록 만드는 ‘발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발신 능력 결손이 발생하면 확장억제 전략이 애초에 의도한 위기 안정성 확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대칭 확전 핵 독트린 선포 이후 미국의 확장억제 신빙성 제고가 북한을 억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오인 위험을 줄여 위기 ‘소용돌이(spiral)’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전략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김 정
북한대학원대학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