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62023.02.

진단

2030 청년들의 통일인식과 정책 과제

통일의 긍정적 측면 이해하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일인식 조사는 미래세대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실시한 청년 통일인식 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생각하는 통일의 모습과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본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해 11월 14~21일,‘통일과나눔’의 의뢰를 받아 청년들의 통일인식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20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 1,000명이다. 표본집단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바탕으로 모집단 인구에 비례해 거주지역,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샘플링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다. 설문조사 문항은 통일인식을 비롯해 현실 인식, 대북한 인식, 대북정책 인식, 북한의 핵·미사일 인식 등의 주제로 구성됐다. 이 글에서는 통일인식에 대한 응답을 중심으로 그 외 필요한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청년 10명 중 3명,
“통일 되면 남한 경제에 손해될 것”
먼저 통일인식에 대한 조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에 대한 관심: 2030 청년 응답자의 62.6%가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했고, 56.4%는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통일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37.4%,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평소 남북관계나 통일에 대해 자주 대화하지 않는다는 청년이 응답자의86%에 달했다.

둘째, 통일의 필요성: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전쟁위협을 없애기 위해서’를 꼽은 응답자가 33.5%로 가장 많았다. ‘남한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라는 대답도 29.4%에 달했다. 이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21.8%),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14.2%) 등이 뒤를 이었다.

통일이 될 필요가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남한 경제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31.7%로 가장많았다. ‘새로운 사회갈등을 낳을 것’이라는 응답도 28.7%를 차지했고 ‘남북한 주민의 생활 및 인식의 격차가 커서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을 표현한 청년도 22.3%에 달했다.

셋째, 통일과정의 문제: 통일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통일비용의 부담’을 꼽은 사람이 많았다. ‘남한 주민이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응답자가 38.6%였다. ‘사회적 혼란’에 대한 우려는 20.9%, ‘정치·군사적 혼란’을 걱정한 답변은 17.7%로 각각 나타났다.

통일비용과 통일편익에 대한 질문에서는 ‘비용이 더클 것’이라는 응답이 53.4%로 ‘편익이 더 클 것’이라는 답변(17.5%)의 3배에 달했다. 통일이 북한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73%로, 남한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응답(50.6%)보다 20%p 이상 높았다. 통일로 이익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이 자신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은 29.9%에 그쳤다.

청년들은 통일의 긍정적인 면을 알고, 당위성 또한 이해하지만 발생 가능한 부담과 부작용을 더 크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에 대한 청년들의 현실적 인식
현재 우리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청년들은 통일이 되면 전쟁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민족으로서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고 보고, 통일이 되면 이산가족의 아픔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둘째, 통일에 대해 현실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통일의 필요성을 인지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부담과 잠재적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통일의 모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통일을 원한다. 그리고 통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커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통일 후에도 남북한 주민의 생활 격차가 크지 않고 인식의 차이도 빨리 극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

통일과나눔재단이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디지털큐브에서 진행한‘2030 대토론회: 야, 진짜 통일이 미래냐’에서
참가자들이 통일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통일과나눔재단 제공)

셋째,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 통일을 원한다. 청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다. 자신들의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자기 세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운한 세대라고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각종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풀어나갈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여긴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년의 70% 이상이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보다 가난하고 사고방식도 다른 북한과 통일하는 것을 염려스러워한다.

넷째, 통일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한다. 그 배경에는 북한을 낯설게 여기는 시선이 있다. 조사 결과 북한을 ‘적’ 또는 ‘남’(타인)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49.9%에 달했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응답자의 81%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과 집권세력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사람은 69.8%였다. 북한 사람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청년은 30.8%로, 동남아시아인을 친근하게 여기는 비율(34.6%)에도 못 미쳤다. 최근의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겠지만,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응답자의 62.3%는 남북통일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해도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종합하면 우리 청년들은 통일의 긍정적인 면을 알고, 당위성 또한 이해하지만 발생 가능한 부담과 부작용을 더 크게 생각한다. 북한 사람을 가깝거나 친근하게 느끼지 않고, 통일의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통일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적고 통일이 미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청년세대 통일관을 바꾸기 위한 정책 과제
이번 설문조사는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러한 경향은 30대보다 20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미래로 갈수록 통일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이 통일에 우호적이 되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통일비용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독일 통일 후 초기 발생한 경제적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됐고, 그 이후 독일이 누리게 된 편익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통일 사례를 보면 초기 5년간 비용 부담이 가장 컸고, 10년 후 통일비용은 더이상 부담이 되지 않는다. 반면 전쟁의 위협, 자본 시장의 리스크 같은 분단비용은 영구히 사라지고 국토의 확대, 인구 및 시장의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활용, 지리적 입지의 변화 및 생산자원의 증가 등 항구적 편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총합으로 보면 편익은 무한대이며, 비용 부담은 초기 5년에 집중된다.

통일로 인해 청년세대가 지게 될 부담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통일되는 시점에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할 연령층은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년층이 될 것이다. 청년세대는 통일비용을 부담하기보다는 편익을 누리는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통일의 경제적 효과와 시기 및 여건별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고 분열된 상태에서는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 어렵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역량을 갖추려면, 우리 사회가 먼저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독일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해 동독보다 더 나은 사회적 안전장치를 갖춘 것이 통일의 기반이 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남북관계의 평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남북한이 서로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통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일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남북한 사이에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어서는 곤란하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의 통일관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짚어두고자 한다. 기성세대가 통일비용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관련 논의가 통일 담론을 압도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분열되도록 만든 것도 장년층이다. 선대가 만든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 청년들이 통일을 미래로 생각하지 못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들이 새로운 내일을 꿈꾸게 하려면 기성세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윤 덕 룡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