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62023.02.

청년 상상플래닛


평화통일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여한 청년들의 톡톡 튀는 제안과 상상을 소개한다.

한반도 콩 종자은행 프로젝트

번뜩이는 재치와 지지고 볶는 노력으로
통일을 만들어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고라(Agora)’라는 장소에서 시민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곤 했다. 흔히 청년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청년들에게도 아고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공간마저 없다면 청년과 통일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통일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오던 차 기회가 생겼다. 통일부가 주최하는 ‘사통팔달 아이디어 콘테스트’가 개최된 것이다.

통일부가 주최한 ‘사통팔달 아이디어 콘테스트’포스터.
‘7번방의 선물’이 준 ‘선물’
콘테스트 예선을 앞두고, 우리 팀은 진부하고 흔한 아이디어가 아닌 우리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의욕이 너무 컸던 탓인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똑딱똑딱 시간만 무심히 흘러갔다. 코앞으로 다가온 마감시간을 보며 팀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때 현우라는 친구가 영화 ‘7번방의 선물’ 명대사를 가지고 농담을 던졌다

“현석이 콩 먹어야 돼. 콩 비타민! 콩을 많이 먹어야머리가 똑똑해져.”

농담을 듣자마자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라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이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아이디어를 써내려갔고, 마감 26분 전에야 제출할 수 있었다.

한반도 전역에는 야생 콩이 흔하다. 중간종도 발견 돼 학계에서는 한반도와 만주를 콩의 원산지로 추측한다. 실제로 한반도에는 갈색아주까리, 밤콩, 선비잡이, 수박태, 아주까리, 오리알태, 우렁콩, 호랑무늬콩등 다양한 희귀 콩 토종자원이 분포해 있다. 이러한 토종 콩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한반도 콩 종자은행’이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콩을 남북 이 협력해 수집한 뒤, 분류작업을 거쳐 공동 식별코드를 부여하고 ABS(정보공유체계)에 등록한다. 등록을 마친 한반도 콩 종자는 DMZ에 보관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콩 종자를 보존해나가자는 아이디어다. ‘한반도 콩 종자은행’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단백질이 부족한 북한 주민은 주요 단백질 공급원을 얻을 수 있고, 남한에서는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콩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콩을 시작으로 남북협력 모델을 만들어 점차 다양한 종자로 확장해나가면서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통일부가 주최한 통일 실현 아이디어 공모전 ‘사통팔달 아이디어 콘테스트’ 시상식 모습. ‘한반도 콩 종자은행’ 아이디어를 낸 '한반두팀'이 대상을 받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재미 심은 데 재미 난다
팀 이름을 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통일 문제를 쉽고 재밌게 소개할 수 있는 네이밍을 하자는 것이었다. 콩을 의미하는 태(太) 자를 활용한 태구르르, 태진아, 태평성태부터 콩 두(豆)가 들어간 한반두, 두리번, 두물머리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때마침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호날두 선수가‘등 어시스트’(?)로 ‘한반두’라는 별명을 얻어 화제가 됐 고, ‘한반도의 콩’이라는 뜻과도 잘 맞아 ‘한반두’를 우리 팀 이름으로 정하게 됐다.

그렇게 한반두팀이 된 우리는 팀 이름 덕분인지 본선에서도 다른 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본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참가자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나 말고 다른 팀이 상을 받는다면 어느 팀이 1등할 것 같아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10팀 중 4팀이‘한반두팀’을 뽑았다. “만약 인기상이 있다면 한반두팀일 것”이라는 칭찬도 들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우리 팀의‘한반도 콩 종자은행’ 아이디어가 콘테스트 대상작에 선정된 것이다. 대상 수상이 확정된 순간 팀원들과 그동안 노력한 과정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때로는 단순한 재미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큰 성과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최근 저출생, 고령화와 함께 저성장 문제가 심각한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가 되어가고, 청년의 주거·일자리 문제가 곧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은 이러한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 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통일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청년들이 통일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지지고 볶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양 현 석 ‘한반두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