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위드 코로나 정책의 파장과 세계 경제
민간 소비 회복세에도
글로벌 경기에 미칠 영향 크지 않을 것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새해 들어 ‘위드 코로나’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세계의 눈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정책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발표를 중단했다. 올해 1월부터는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시설 격리 의무를 폐지하고 입출국 제한도 상당 부분 완화했다. 중국에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후 중국 내 상황은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의약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그러나 중국 방역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 수가 향후 2개월 내에 정점을 기록한 뒤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위드 코로나 정책이 본격화한 뒤 대도시의 지하철 운송객 수, 여행객 수 등이 증가해 점차 중국 내에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투자’에 방점 찍은 확장적 재정정책 전망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봉쇄기간 누적된 중국 가계 초과저축은 2022년 기준 약 6조 1000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민간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광업, 운송업, 음식업, 숙박업 등 대면 서비스 분야에서 이른바 ‘보복 소비’가 크게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조치와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면 올 2분기 이후 중국 경제 성장률 반등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양로(養老) 산업 육성 및 자동차·가전제품 소비 판매 확대 등을 강조했다.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소비 회복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3월로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내수 진작 및 부동산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중국 각 지방정부 양회에서 제시된 소매판매 목표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목표를 보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방향을 알 수 있는데, 고정 자산투자 목표가 2022년에 비해 상향 또는 유지되는 지역 비중이 70%에 달한다. 중국 정부 정책의 방점이‘투자’에 찍혀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추후 지방정부별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프라 투자 확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출처: 중국 각 지방정부 양회 자료,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최근 중국 정부가 지난해 강화했던 플랫폼 및 부동산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것도 민간 소비 회복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갔으나,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플랫폼 기업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정책을 펴는 동안 중국 소비가 감소한 것은 단순히 대면 활동의 제한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인의 소비여력이 실제로 줄어든 결과였다. 따라서 소비 경기가 회복되면 게임,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중국의 플랫폼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 과거만큼 크지 않아
부동산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을 재개하는 등 기존의 고강도 제재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관련 주식 발행과 매각도 허용했다. 향후 중국 정부가 추가 금리 인하, 대출 승인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면 부동산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소비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 경제는 새해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V자 회복세’를 전망하는건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또 제로 코로나 정책 기간 차질을 빚었던 생산 및 물류 기능이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급격한 증가로 중국 내 생산 가능 인력이 부족하고 춘절연휴까지 겹쳐 생산과 물류 기능 회복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중국은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회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뉴시스)
세계 경제 GDP의 약 18%를 차지하는 경제대국 중국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의 경제 회복이 곧 세계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중국의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2023년 세계 경제는 침체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유럽·일본 등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성과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한 정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소비재 및 서비스 분야 교역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 중국 소비자의 해외명품 소비욕구 상승, 중국인의 해외여행 확대 등으로 글로벌 소비시장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둔화한 중국 경제 성장 속도와 미중 디커플링 등 탈세계화 기조를 고려하면,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과거처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의 경우 중국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중국의 주요 교역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제1위 수입 품목은 원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올해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 등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분야 또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거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세계수입(2022.1.~11.)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2021년 30.1% 증가폭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또한 중국은 최근 핵심 기계 및 전자제품 국산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소비재의 경우에도 ‘애국 소비’, 즉 자국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이 지속돼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의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일부 원자재 또는 핵심 중간재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품목에서는 갈수록 대외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어 중국 소비시장의 수요 확대가 대중국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월 6일 중국 베이징의 기차역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기차 탈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인원 약 20억 9,5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는
춘제 이후 중국이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뉴시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2분기부터 대중국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년 대비 2.0% 감소(2022.1.~11.)한 수준이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대중국 수입은 증가해 지난해 2~4분기에는 대중국 무역 수지가 30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중국의 경기 회복과 수요 확대가 대중국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최근 한중 간 주요 품목의 교역구조를 보면 장밋빛 전망만 내놓기는 어렵다. 중국은 꾸준히 자국 기술·기업을 육성해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반면, 한국은 중국산 원자재·중간재 수입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양국 간 무역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중국 경제 회복이 곧바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적자 감소나 수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세계 경제는 공급망 리스크, 대외교류 감소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왔다. 따라서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세계 경제 회복에 있어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등 지속되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즉각적인 긍정적 영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경제 회복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수요가 확대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고 이는 다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및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중국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교역 측면에서 중국의 대외경제 의존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며,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축소되고 있다. 또한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로 인한 상대적인 경쟁력 약화 등으로 우리 산업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대중국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 은 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