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62023.02.

윤석열 대통령(맨 왼쪽)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프놈펜=AP/뉴시스)

분석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현황과 전망

대북 대응, 비전통 안보
중심으로 협력 기반 닦아야

국제질서 변화 속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에 대한3국의 인식을 살펴보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방향을 모색한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22년 10월과 12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일제 강제동원피해자(강제징용공) 문제로 대표되는 한일 간 현안 해결을 통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활발히 보이고있다.

이러한 한·미·일 상호 연대 강화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인한 역내 지역질서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형성으로 발전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동아시아 국제질서 변화와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미중 경쟁 심화, 북한의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 등 힘(power)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며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인식은 대체로 일치하는 반면,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위협 인식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한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질서 변화,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하는 유사 상황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반면 일본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응하는 미일 동맹 역할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 및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에 대한 3국의 인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은 한·미·일 지역안보 협력체제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한·미·일간 정보자산 공유를 통해 북한의 개발 및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한다.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한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자위대가 대만 영역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위대의 역할은 미군에 대한 물자보급과 수리, 구조 등에 머물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유사시 주한미군을 동원하는 것과 함께 한국군의 북한 억제 및 서해에서의 감시 활동 등을 기대할 것이다. 즉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유연하게 지원 전력을 파견하기 원한다. 단, 한국은 일본 이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민감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정치적 지지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주로 북한 대응 차원에서 인식한다. 특히 일본의 대북 문제 관련 3대 해결 과제(일본인 납치자 문제, 북핵, 탄도미사일 등)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관여 및 협력, 공동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고, 2022년에는 동해에서 한·미·일 탄도미사일 방어 및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국 안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자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일체화하는 것이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연합’과 ‘합동’ 개념에서 한·미·일 3국의 군사공조를 이루고 이것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부정적 측면은 두 가지 방향에서 언급된다. 첫째, 미중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국의 원치 않는‘개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를 심화해 한반도 분단체제를 고착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2022년 일본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 ‘반격능력’이 포함되면서 자위대 활동 지역에 북한 지역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둘러싸고 갈등의 소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한반도 전체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대한민국 헌법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미일동맹 및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사전에 적극적인 논의 및 제도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북 대응 문제가 포함된다면 한일 안보협력을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은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과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비전통 안보분야다.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 형성을 위한 한일 협력 방안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의 대외정책을 둘러싸고 3가지 지점에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첫째, 대북정책 차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대북정책과 맞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능력 및 미사일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둘째, 대중정책이다. 일본은 미중 경쟁 시대에 미국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베 정부 이후 기존의 대중정책을 ‘관여’에서 ‘견제 혹은 대응’이라는 기조로 바꾸면서도, 전통적인 ‘전방위 외교’를 계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중국과의 대화를 그만두지 않았다. 일본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을 ‘전략(strategy)’에 담았다가 ‘구상(vision)’으로 수정하고, 이후 아예 구상에서조차 삭제했다는 점은 일본이 중국을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역사 문제와 대외정책의 분리 노력이다. 2016년 미국과 일본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아베 총리의 하와이 방문을 통해 역사 문제를 일정 정도 보류(혹은 해결)하면서 양국관계를 강화했다. 중국과 일본 간에도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과 관련해 논의됐던 ‘다섯 번째 정치문서’에서 역사 문제 제외에 합의하는 등 역사 문제와 대외정책을 분리해 대응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결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1월 13일 경기도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육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과 미2사단 스트라이커여단이 대대급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한미 장병 800여 명과 K808차륜형장갑차, 미 스트라이커장갑차, 정찰드론, 무인항공기(UAV), 대전차미사일(현궁)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투입됐다. (뉴스1)

아베 전 일본 총리는 보통국가화를 명목으로 일본 자립의 기반을 형성했다. 특히 일본은 FOIP를 선도하면서 미국과 함께 규칙기반국제질서(rule-basedinternational order) 수호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균형자 역할을 지속하는 가운데,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동아시아 안정에 공헌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한일 관계를 국제질서 변동과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축으로 두고 국제질서를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한편, 한국에는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함께 진행되는 군사력 강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 미국은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지지하면서 일본에게 일정 정도의 군사적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미일동맹 강화는 일본의 과거와 같은 ‘일탈’을 방지하는 역할, 즉 병마개(bottle neck, 瓶の蓋)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3국 간 논의 강화를 통해 일본이 과거와 같은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 역시 2023년 상반기 중에 FOIP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이전까지 일본은 자신의 FOIP 구상 속에 한국이 포함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전통안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과 관련한 한일의 인식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양국의 안보협력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북 대응 문제가 포함된다면 한일 안보협력을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은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과 일본이 보다 적극적 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비전통 안보 분야다. 일본이 그 동안 선도해온 기후안보, 환경안보, 인간안보 등에서 한일 간 협력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볼 수있다.

지난해 9월 동해상에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연합 훈련을 하는 모습. 제일 앞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인 아나폴리스다. (해군 제공)

이 기 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