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민주평통
민주평통에는 131개국에서 활동하는 3,900명의 해외 자문위원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자문위원들의 삶과 활동상을 그들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K-컬처를 사랑하는 ‘제2 중동붐’의 중심
사우디아라비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는 1962년 수교 후 60년 이상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사우디는 1970~80년대 한국의 경제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국내 건설사와 자동차 및 전자제품 관련 기업이 대거 사우디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것을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최근엔 K-방산 및 전기차 업계가 배턴을 이어받아 ‘제2 중동붐’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사우디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애쓰고 있는 자문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EE |
허선영 민주평통 중동협의회 사우디아라비아지회장, 이미란 민주평통 중동협의회 사우디아라비아지회 자문위원
허선영(왼쪽), 이미란(오른쪽)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허선영 | 저는 2013년 사우디 파견 근무를 오게 된 남편을 따라 처음 이 나라에 도착했습니다. 낯선 타지지만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필라테스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최근 사우디 정부가 여성의 외부 활동을 장려하는 데 발맞춰, 필라테스 교육을 통해 이곳 여성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란 | 2009년 사우디 교육부가 발주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한국 기업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사우디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였어요. ‘열사의 땅’ 사우디가 제 삶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죠. 현재는 한국의 우수한 제품을 발굴해 사우디에 소개하는 마케팅 및 B2B 비즈니스 컨벤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지 ‘세상의 끝(Edge of the World)’.
300m 높이의 절벽 꼭대기에서 탁 트인 평야와 지평선을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Gettyimage)
Q. 사우디는 어떤 나라인가요?
이미란 | 세계에서 12번째로 넓은 국토를 갖고 있습니다. 석유 매장량 세계 2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5위에 해당할 만큼 천연자원이 풍부하죠. 또 미국 그랜드캐니언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하는 300m 높이의 절벽 ‘세상의 끝(Edge of the World)’ 등 아름다운 관광지도 많습니다. 다만 이곳 사람들의 삶의 기반은 ‘아랍인은 쿠란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는‘와하비즘(Wahhabism)’이에요. 그러다 보니 처음 왔을 때는 여성으로서 활동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요즘 여성 운전이 허용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기쁩니다.
Q. 사우디에서 살면서 ‘이런 점은 참 한국과 다르다’라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허선영 | 사우디 사람들이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사우디의 특징은 주요 시스템이 매년 재정비된다는 점입니다. 과거 사우디는‘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상 시스템 부재 상태였어요. 지금은 정부가 여러 부문에서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지속적인 관심 없이는 시스템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이미란 | 여성은 외출할 때 검은색 아바야(몸을 전체적으로 가리는 망토 모양의 사우디 전통 의상)를 입고 머리카락을 스카프로 가려야 해요. 익숙해질 때까지 활동이 불편해 참 힘들었죠. 또 사우디의 업무 처리 속도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느린 편입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사우디 정부가 전자정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온라인 업무 환경은 오히려 한국보다 좋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작지만 강한 기술·문화 강국’으로서의 한국
Q. 10년 이상 사우디에서 생활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허선영 | 사우디 정부가 여성 운전을 허용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날이 떠오르네요. 또 사막 한가운데 조성된 잔디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골프를 친 일도 생각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강생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 속에 필라테스 스튜디오 문을 열었던 순간입니다. 사우디에서 여성이 혼자의 힘으로 사업을 펼쳐 성과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곤 합니다.
민주평통 사우디지회가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입상자들.
Q. 사우디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요?
허선영 | 사우디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대 미만 젊은 세대가 K-드라마와 K-pop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제는 부모 세대까지 자녀의 영향을 받아 한국을 배우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신기한 점은 사우
디 사람 상당수가 현재 한국의 모습뿐 아니라 한국의 발전사까지도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한국이 단기간 내 경제 성장을 이루고, 큰 문화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게 된 것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 호감이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기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어요. 사우디에서 한국이 지닌 위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작지만 강한 기술·문화 강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한국과 사우디는 2022년 수교 60주년을 맞았는데요. 양국 관계는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이미란 | 한국은 1962년 사우디와 수교를 맺은 이후 줄곧 막대한 양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건설 회사들이 대거 사우디로 진출했죠. 또 1980년대에는 자동차 및 전자제품 분야 기업들이 사우디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우리 경제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고요. 2022년 양국은 청정수소, 스마트시티 건설, 보건의료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K-방산 및 전기차 수출을 위한 협력,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원팀코리아’의 사우디 방문 등 ‘제2 중동붐’을 일으키기 위한 활발한 활동이 양국 간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우디 비전 2030’과 ‘제2 중동붐’에 거는 기대
Q.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비전 2030’계획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허선영 | 2014년 유가가 50% 이상 하락하는 대폭락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우디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경제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석유 중심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깨달은 사우디는 탈석유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죠. 그것이 바로 사우디 비전 2030입니다. 이 계획의 핵심 내용은 △정보통신(IT)·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수입 증대 △자국민 실업률 하향 △여성 경제참여 확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의 도약등입니다. 향후 사우디에서는 비전 2030 관련 프로젝트만 무려 3,600개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약 700조원을 투입해 100% 신재생 에너지로 가동되는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이 있죠.
민주평통 사우디지회가 국경일 리셉션 행사장에 설치한 '원코리아 사우디
캠페인' 홍보 부스에서 한 현지인이 한국 홍보 자료를 보고 있다.
Q. 민주평통 사우디지회를 소개해 주세요.
허선영 | 사우디지회는 수도인 리야드와 동부 담맘지역 위원 11명, 남서부 젯다지역 위원 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경일 리셉션 행사장에 ‘원코리아 사우디 캠페인’ 코너를 만드는 등 사우디 사람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K-pop 콘서트 등 각종 한국 문화관련 행사에 참석해서도 홍보 활동을 합니다. 현장에서 달고나 만들기, 비빔밥 만들기, 한반도 배지 증정같은 여러 이벤트를 함께 진행해 현지인의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Q. 앞으로 사우디에서 어떤 일을 해 나가실 예정인가요?
허선영 | 제가 운영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한국인 강사가 운영하는 이른바 ‘필라테스 맛집’으로 자리잡고, 그 결과로 현지인의 한국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좀 더 커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제17기부터 제20기까지 민주평통 자문위원 활동을 이어오면서 좋은 결과를 냈던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을 정리하고, 다음 활동에 반영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미란 | 저는 한국에서 큐레이터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대학에서 ‘예술과 사회’, ‘아트마케팅’ 등을 강의했습니다. 전시기획 및 저술 활동도 했고요. 이런 경력을 살려 사우디에 한국 순수 예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또 기업인으로서 한국 제품과 서비스 전반을 사우디에 소개하는 일에 힘써 한국과 사우디 간 활발한 교류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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