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62023.02.

민주평통 당진시협의회가 지난해 12월 18일 주최한 ‘우리 고장 알아가기’ 행사에 참가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이 당진의 명소인 평화통일염원탑을 방문한 모습.

평화통일 현장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우리 고장 탐방

“새해에는 남북관계에
선물 같은 풍경이 펼쳐지길”

지난해 12월 18일 일요일 오전, 상기된 얼굴의 민주 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추위를 뚫고 당진시청 앞에 모였다. 그리고 이내 하나둘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보였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들이다. 민주평통 당진시협의회가 개최한 ‘우리 고장 알아가기’ 행사에 함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정을 나눴다. ‘북한이탈주민 우리 고장 알아가기’는 충남 당진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당진시의 지역 명소를 탐방하며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됐다.
줄다리기 정신으로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다
일행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마을에 있는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이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던 기지시 사람들은 윗마을, 아랫마을로 나눠 줄을 당기면 재난을 이겨내고 나라의 평안과 안녕, 풍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무려 500년을 이어져 온 기지시줄다리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멋스러운 한옥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니 줄다리기 관련 각종 자료와 유물, 줄 꼬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활기찼던 과거 장터 모습을 재현해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이동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줄다리기는 상대방을 밀치거나 쓰러뜨려야 이기는 다른 겨루기와 달리 상대방을 내 쪽으로 끌어들여야 이기는 경기다. 그리고 누가 이기든 승패에 관계없이 풍성함을 함께 나누는 경기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화합과 번영, 단합이 줄다리기의 진짜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참가자들은 윗마을, 아랫마을로 나뉜 남북이 줄다리기 정신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함 께 통일의 에너지를 모아나가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어 삽교호관광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바다가 바라보이는 명소에 위치한 이곳엔 삽교호함상공원과 해양테마체험관이 나란히 자리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오기 좋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삽교호관광지에는 뜻깊은 조형물도 마련돼 있다. 2014년 당진시 협의회가 건립한 평화통일염원탑(염원탑)이다. 이 탑에는 역대 대통령의 평화통일 기원 휘호가 조각돼 있다.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들은 염원탑과 삽교호를 바라보며 새해에는 각 가정과 한반도에 좋은 일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당진의 명소인 신리성지을 방문한 모습.

당진의 명소인 줄다리기박물관을 방문한 모습.

어린이의 마음으로 통일을 꿈꾸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솔뫼성지다. 이곳에는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국내 제1의 가톨릭 성지이자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장소이기도 해 1년 내내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솔뫼성지에서 차로 10여 분을 더 가면 신리성지가 나온다. 신리성지는 다블뤼 주교 등 가톨릭이 조선에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여러 신부와 신자들이 순교한 성지다. 이국적인 풍경의 신리성지에 따뜻한 오후 햇살이 비치자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눈밭에 누워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북한이탈 주민들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고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레트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면천읍성이다. ‘당진(唐津)’이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당진시는 예로부터 중국과의 통상에서 중요한 통로이자 국방상 주요 거점이었다.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면천읍성은 동서남북 사대문을 갖춘 상당한 규모의 성이다. 참석자들은 성을 탐방하면서 안보의 중요성과 평화의 소중함을 함께 나눴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에는 조그마한 카페에 모여 차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들은 예년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낸 서로를 위로하며 다가오는 새해는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평화통일은 가만히 기다리면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귀한 가치를 가진 만큼 그 앞에는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쉽지 않은 길이지만 쉬지 않고 가야 하는 그 길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당진시협의회는 다가올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어울림 한마당, 평화통일 동행 등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 되는 통일을 꿈꾸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꿈꾸고 노력하면 한반도에도 선물 같은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 영 규 민주평통 당진시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