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로 가는 첩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는 군사적 공격을 지속해 우크라이나에 큰 피해를 끼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국제사회에는 힘을 기반으로 하는 현실주의 정치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힘이 담보되지 않은 평화는 위장평화에 불과하며, 오히려 많은 인명 살상과 파괴를 초래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한때 전 세계에서 세 번째,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비핵화 모범 사례국으로 거론됐다. 1994년 12월 미국·영국·러시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모여 우크라이나 독립과 주권을 보장하고, 국경선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자제한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우크라이나 핵 협상 모델을 그대로 북핵 문제에 적용하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공격까지 감행하면서 말뿐인 평화의 허구성이 잘 드러났다. 평화 문서가 단순한 휴지조각이 되지 않으려면,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남북 간에도 수많은 합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서가 한반도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합의문의 실효성이 사라진 경우가 더 많다. 평화는 문서나 말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실천과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 송나라는 당시 세계에서 최고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국가였다. 상비군이 100만 명 이상이던 송나라는 10만 명의 군대를 가진 요나라와 6만 명의 군대를 보유한 금나라로부터 자주 침략을 당했고, 결국 인구가 50분의 1에 불과한 몽골에 점령당하게 된다. 경제력이 뛰어나도 안보를 소홀히 하면 국가의 안위가 위태롭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북한의 핵무력 정책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작년부터 북한은 노골적으로 대한민국이 북핵의 공격목표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열린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1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독자핵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우리 국민이 북핵의 위험성을 더 잘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자체 핵무장은 확장 억제를 강조하기 위해 나온 원론적 발언이다. 자체 핵무장론을 바로 핵개발 논리로 이어가기보다는 우리의 선택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해, 다양하고 확실한 핵 억지수단을 갖추고 북한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첩경이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수 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