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62023.02.

지난해 11월 캄보디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네 번째)와 라온제나 어린이 합창단원들.
라온제나 어린이 합창단은 한국-캄보디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로 구성돼 있다.

평화통일 공공외교

다문화가정 대상 공공외교 펼치는 캄보디아지회

“태산이 될 그날까지 티끌의 역할 다할래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순수하고 맑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래의 주인공은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라온제나’ 어린이 합창단. ‘라온제나’는 우리말로 ‘기쁘고 즐거운 우리’라는 뜻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캄보디아 방문 기념으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동요 ‘반달’, ‘꿈꾸지 않으면’, 현지 전통민요 ‘아랍삐야’ 등을 불러 많은 이를 감동케 했다.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 라온제나 합창단
라온제나 합창단이 첫발을 내디딘 건 지난해 3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캄보디아지회와 주요 한인 단체가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700여 쌍의 한국·캄보디아(한캄) 다문화가정 자녀를 돕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캄보디아는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한 국공립학교 대부분이 음악, 미술 등의 예체능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경우 음악 수업을 받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한인들은 만국 공통어인 음악을 통해 이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힘과 뜻을 모았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후원으로 창단된 라온제나 합창단은 매주 토요일 음악 이론과 피아노, 발성 등을 배우며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들의 노래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캄보디아 한인 사회에 큰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17~18일에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한캄 다문화가정 워크숍’이 열렸다. 민주평통 캄보디아지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다문화가정 부부와 자녀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캄보디아 남서부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곳에서 강연을 듣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숲 속 공기를 마시며 진행한 바비큐 파티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배경 삼아 이뤄진 텐트에서의 하룻밤이 모두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다. 행사를 주관한 문병수 지회장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한캄 가정 구성원들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화합하게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주변인이 아닌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을 잇는 글로벌 인재로 당당히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쌀쌀한 밤 날씨에도 함께함의 의미를 나눌 수 있어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는 소감을 전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한캄 다문화가정 워크숍’
바비큐 파티에서 참석자들이 음식을 들어보 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라온제나 합창단 어린이들이 첫 수업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 함께함을 배우다
캄보디아지회는 이 외에도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주니어 민주평통’ 위원으로 위촉하고 평화통일 행사에 초대하는 등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로는 많지도 않은 재캄보디아 다문화 가정을 상대로 하는 활동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태산을 쌓기 위한 티끌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꾸준함이 만들어내는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많은 부분이 달라 보이지만 사실 식민지 경험과 내전의 아픔 같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나가며 배려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통일공공외교의 시작이 아닐까. 재캄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활동은 우리의 통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조차 포용하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겠는가.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걷어내고 이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길과 다르지 않다.

오는 7월 27일이면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된다. 오랜 분단의 세월은 너무나 다른 ‘우리’를 만들어버렸다. 그사이 남북한 주민은 평균 신장 등 외적 지표뿐 아니라 언어, 사상, 가치관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점점 다른 민족이 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이다.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통일을 이루고 난 뒤 남한과 북한 주민이 한민족으로서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2023년을 시작하며 라온제나 합창단이 노래한 ‘꿈꾸지 않으면’ 가사를 되새겨본다. 새해에는 더욱 꿈꾸고 사랑하는 삶을 살자. 그리고 별 헤는 맘으로 낯선 길을 걷자.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박 재 홍 민주평통 캄보디아지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