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62023.02.

이달의 현장

우리동네 평화통일 공부방

“ 작지만 따뜻한 불빛을 만들어갑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50~60대 자문위원을 만나면 종종 이런 하소연을 듣곤 한다. 젊은 세대는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이 적고 행사 참여도가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일부의 ‘2021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8년 13.7%에서 2019년 19.4%, 2020년 24.2%, 2021년 25%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젊은 층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 방안을 실천에 옮기는 일일 것이다.

민주평통 성동구협의회 청년분과위원회 관계자들이 공부방 기획을 위해 학부모들과 의견수렴 회의를 하고 있다.
청년들의 생각과 고민이 모여 새로움을 만들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젊은 세대의 참여를 높이면서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사업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내에 거주하는 탈북 청소년에 주목하게 됐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 청소년들은 △탈북 과정에서의 교육 공백 △남북 교육제도 차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적응 등의 문제로 학교생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50%에 가까운 탈북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 따라가기’를 학교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을 만큼, 학업 문제는 남한 생활 적응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성동구협의회 청년분과위원회는 멘토링 활동을 통해 탈북 청소년의 학습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평화통일 공부방’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기획회의를 통해 사업의 운영 방식과 내용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탈북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탈북 청소년 학업능력 향상과 탈북 학부모들의 돌봄수요 충족, 멘토 모집, 운영 방안 등이었다.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은 탈북 학부모들은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가 낯설어 자녀의 학업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일을 하는 부모의 경우 한국에 친척도 많지 않아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을 가르칠 멘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기획팀과 논의 를 거듭한 끝에 협의회 자문위원보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멘토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입시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탈북 청소년들과 만나면서 통일 문제와 민주평통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 커뮤니티에 모집 공고를 올렸다. 지원자가 많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다행히 많은 대학생이 관심을 보였다. 2022년 5월 3일 최종적으로 선발된 5명의 멘토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듣기 위해 성동구청에 모였다. 탈북민 가정 출신의 한 멘토 학생은 자신이 했던 경험과 고민을 탈북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다는 기대를 밝혔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멘토-멘티.

성동구협의회 김은설 청년위원이
멘티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멘토-멘티가 함께 문화활동을 한 뒤
추억으로 남긴 스티커 사진.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며 미래를 꿈꾸다
이후 대학생 멘토와 멘티인 탈북 청소년의 매칭을 통해 본격적인 멘토링 활동이 시작됐다. 멘토들은 매주 탈북 청소년을 만나 교과목을 가르쳐줄 뿐 아니라 정서적인 멘토링도 진행했다. 처음에는 대학생 멘토와 탈북 청소년 모두 어색함과 낯섦 속에 서로를 경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차츰 마음을 열자 이들은 어느새 서슴없이 고민을 나누는 친한 동네 형, 동생이 됐다.

탈북 학부모들 반응도 뜨거웠다. 자녀 돌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부족한 교과목을 배울 수 있게 된 데 감사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지역의 대학생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아이의 성격이 더 밝아졌다는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2022년 우려와 고민 속에 시작돼 어느덧 110회를 넘긴 ‘우리동네 평화 통일 공부방’은 작지만 따뜻한 불빛을 만들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은 공부뿐 아니라 평화통일의 가치를 배우며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고, 멘토 또한 멘티들로부터 사랑과 순수함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평화통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미래세대에게 필요한 건 격려와 응원이다. 청년들이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해준다면, 더욱 새롭고 획기적인 민주평통만의 시그니처 행사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 Mentor Mini Interview +


김지영 멘토
탈북민 가정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탈북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멘토링을 신청했습니다. 제 경험과 조언이 학생들의 길을 밝혀주는 불빛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 희망이 믿음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강 백 민주평통 성동구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