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커스
제21기 국내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
북한이탈주민 지원 위한 실천적 방안 논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2월 20~2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21기 국내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시·도, 이북5도 및 여성부의장과 228개 시·군·구 지역협의회장이 참석해 성황리에 진행된 합동회의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근거를 둔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의장인 대통령이 평화통일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자문에 응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민주평통법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와 이북5도, 전국 228개 시·군·구와 해외에 설치되는 지역회의 및 협의회는 민주평통 활동의 중심이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회의와 협의회를 이끌며 통일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 확산 활동을 해나가는 부의장·협의회장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제21기 민주평통 국내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 현장은 통일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개회선언 및 국민의례에 이어 진행된 첫 순서는 김관용 수석부의장 특강이었다. ‘국민통합과 민주평통의 역할’을 주제로 연단에 선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민주평통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에 대한 멘토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점을 언급하며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탈북민들이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것이 자랑스럽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주평통은 의장이신 대통령님과 뜻을 함께하며 탈북민 멘토 역할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실천하고자 최근 ‘북한이탈주민 지원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소개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마지막으로 현장에 참석한 지역 부의장, 협의회장들에게 “탈북민들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인식하고 우리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북한이탈주민의 동행은 통일의 새 역사가 될 것”이라고 당부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관용 수석부의장과 국내 지역부의장, 여성부의장, 협의회장 등이 진지한 표정으로 토크콘서트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통일 기반 다지는 노력 긴요한 때”
이어서 2월 6일 열린 제166차 민주평통 운영위원회를 통해 구성된 ‘북한이탈주민 지원 특별위원회’ 조용근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취임 소감과 활동 포부를 밝혔다. 조용근 위원장은 대전지방국세청장과 한국세무사회장 등을 지낸 공직자 출신 세무사로, 1984년 석성장학회를 설립해 약 30년간 수천 명에게 34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한 독지가로도 유명하다. 조 위원장은 “그동안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지속해온 나눔과 기부 활동 경험을 살려 제게 맡겨진 일을 혼신의 힘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으로 동승철 민주평통 사무차장의 ‘2024년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동 사무차장은 올해 민주평통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핵·전략무기 고도화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주요 선거 등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 교착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적으로는 통일공감대 확산 등 자유민주주의 통일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 더욱 긴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특히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북한의 공세적 선전선동과 도발에 대비해 올바른 북한·통일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국민통합을 강조해야 한다”며 민주평통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 사무차장이 밝힌 올해 민주평통 활동 목표는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준비’다. 핵심 과제로는 ①따뜻한 탈북민 포용과 북한 인권 증진 노력 ②통일에 관한 남남갈등 극복으로 국민통합 선도 ③국내외 현장에서 자유·민주·통일 담론 확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인사말을 하는 조용근 북한이탈주민 지원 특별위원장
동 사무차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부의장, 협의회장 등 자문위원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평통 활동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언론 매체 등을 통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홍보 활동 우수 사례로 최근 유튜브 채널 ‘천안TV’에 출연한 충남 천안시협의회, 2023 민주평통 어워즈 최다보도상을 수상한 대구 군위군협의회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평통 사무처는 올해 통일·대북정책,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민주평통 활동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온·오프라인 채널로 실시간 제공하며, 각 지역회의와 협의회의 평화통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어 박선영 (사)물망초 이사장이 연단에 올라 최근 나타나는 탈북의 새로운 경향과 젊은 탈북민의 특성, 향후 전망 등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제18대 국회의원, 동국대 법대 교수 등을 지낸 박 이사장은 “20년 넘게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하면서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탈북민 지원과 통일에 대해 같은 뜻을 가진 수많은 분을 뵙게 되니 기뻐서 마음이 터질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탈북민 정착 성공기’에 따뜻한 박수갈채
박 이사장에 따르면 최근 제3국을 거쳐 입국하는 젊은 탈북민 상당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탈북민과 매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넉넉한 생활을 하던 상류층들이 ‘공화국(탈북민이 북한을 지칭하는 용어)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한국행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이들은 배가 고파서 도망쳐 나온 게 아니다. 한국에서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내겠다는 꿈을 가진 이들”이라며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자신들의 꿈을 이루면, 그래서 2300만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은 따뜻한 곳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면 머잖아 DMZ에 평화가 깃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는 동승철 사무차장
뒤이어 강연을 진행한 손혜영 나타샤인권협회 대표는 1985년 함경남도 단천시에서 태어나 2015년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지독한 생활고를 겪으며 부모를 모두 잃고 오랫동안 ‘꽃제비’ 생활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후에도 온갖 고생을 한 끝에 마침내 한국의 품에 안긴 그가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강연장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탈북 여성들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의 공연 이후 ‘토크콘서트’가 막을 올렸다. 주제는 ‘탈북민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로, 김재숙 남북하나재단 사회적응부장, 이지영 서울사이버대 교수, 김주찬 (사)위로 대표, 유민휘 연극·뮤지컬 배우 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가운데 이지영 교수와 김주찬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일군 탈북민들이다. 이지영 교수는 탈북 초기 북한식 말투 때문에 차별받았던 경험 등을 털어놓으며 “그래도 다행히 나를 따뜻하고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분을 많이 만난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올랐다”면서 “민주평통 자문위원님들이 탈북민을 가족처럼, 동네 이웃처럼 대해주시면 제2, 제3의 이지영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뭉클한 감동을 줬다.
토크콘서트 참석자들이 ‘탈북민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화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각 지역에서 통일 선봉장 역할 해주길”
김주찬 대표는 탈북민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위로’ 설립과 운영 과정 등을 소개한 뒤 “탈북민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수혜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기술을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 탈북민이 한국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 그러면 나중에 탈북민도 도움을 주는 시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김동원 민주평통 대전부의장과 조창진 강원부의장, 이한기 서울 강서구협의회장이 탈북민 지원 활동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2월 21일 진행된 2차 토크콘서트에서는 ‘통일 준비를 위한 실천과제 추진 방안’을 주제로 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날 패널은 윤기철 민주평통 서울 성동구협의회장(사업 우수), 이우석 대구 군위군협의회장(법정회의 참석률 우수), 김경옥 전남 영광군협의회장(청년위원 참여 우수), 최등원 전북 완주군협의회장(지방의회의원 참석 우수) 등으로, 모두 연단에서 각자의 운영 성과를 소개하고 노하우를 공유했다.
탈북여성들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 공연 모습.
또 한도섭 인천부의장이 대행기관(인천시)과의 원활한 협조 방법을 들려주고, 고충홍 제주부의장과 김도연 서울 강남구협의회장은 대행기관 지원예산 증액 방법을 공개했다. 안상국 충남 천안시협의회장(충남 부의장 직무대행)과 윤경한 경북 상주시협의회장은 원활한 사업 홍보 방안을 참석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틀간 이어진 제21기 국내 부의장·협의회장 합동회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번 행사에서 지역 부의장, 협의회장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현장의 고충을 잘 이해하게 됐다. 우리가 같이 노력해 민주평통의 위상을 세워나가자”며 “이제 지역으로 돌아가 통일의 선봉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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