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현황과 과제
외국인 노동자보다 낮은 호감도 높이려면
‘특별한 국민’ 아닌 ‘지역 주민’으로 통합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북한이탈주민(탈북민)에 대한 ‘따뜻한 포용’과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추진을 지시하면서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탈북민 실태와 정착 지원 현황, 그리고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선결 과제에 대해 알아봤다.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은 3만4078명이며, 이 중 여성은 2만4536명으로 72%를 차지한다. 1990년대 이전 연간 10여 명 규모로 입국했으나,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2~2019년 기간에는 연간 입국 인원이 1000~3000명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감소해 입국자가 2021년 63명, 2022년 67명, 2023년 196명에 그쳤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지역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양강도와 함경북도 출신이 80% 수준으로 매우 높고, 노동자와 무직, 부양가족 비율도 80%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 외 학력, 직업, 입당과 군 경력 등 인구통계학적 배경은 북한 주민 전체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의 60% 이상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나머지는 전국 광역시·도에 인구 분포와 비슷한 수준으로 거주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일반 국민과 큰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취업률과 실업률, 경제활동인구, 부채 및 저축, 정규직 비율, 평균 급여 등 경제적 영역에서 일반 국민과 격차가 줄고 있으나, 평균 급여는 일반 국민의 3분의 2 수준이며, 정규직과 안정적인 일자리 비율도 일반 국민의 3분의 2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2023년 기준 20%를 상회하고 있어 일반 국민의 5% 수준과 비교할 때 4배 이상 높은 상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정착 수준을 보여주는 범죄율과 범죄 피해율, 이혼 및 자살률, 학교 중도 탈락률 등도 일반 국민보다 높으며, 국민 호감도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낮고,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북한 가족에 대한 경제적 책임까지 가중
북한이탈주민 정착 과정의 어려움은 경제적 곤란과 함께 이질적 문화에서 오는 차이와 차별, 가족과의 이별이나 탈북 과정의 산물인 신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이 크게 작용한다. 북한이탈주민은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척들을 지원해야 하는 책임까지 맡고 있다. 재북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북 송금이 등장했고, 가족에 대한 대북 송금은 북한이탈주민만이 갖는 특성이며, 이들에게 심리적 위안과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중적, 복합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2023년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한 번이라도 대북 송금 경험을 가진 북한이탈주민은 63.5%였으며, 2023년도에 송금한 경험자 비율은 20%로 전년도보다 2.2%포인트 증가했다. 북한 가족에 대한 송금은 전문 브로커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 2023년 재북 주민과 연락을 주고받은 북한이탈주민의 83.2%는 북한 쪽에서 먼저 연락해온 경우이며, 16.8%만이 남한 거주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측에 먼저 연락한 것이다. 최근 북한 측에서 먼저 송금을 요청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적응교육과 정착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과 주무부처는 1962년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이 제정돼 원호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지원한 것이 출발이었다. 그 이전 시기는 군 및 정보기관에서 안보 대상으로 관리했으나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1979년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 제정으로 국방부와 국가보훈처에서 체제 선전을 위한 국가유공자로 높은 대우를 하다가 냉전체제 해체 이후 1993년 ‘귀순북한동포보호법’ 제정과 함께 사회복지 지원 대상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보건복지부로 주무부처를 이관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에서 사회복지 지원 대상으로 변경되면서 정부의 지원 수준이 현저히 낮아지고 북한이탈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1997년 통일 대비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이하 북한이탈주민법)을 제정하고 현재까지 통일부가 주무 부처를 맡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은 크게 지역사회에 배정되기 전인 초기 정착 지원 단계와 거주지 보호 단계로 나누어진다. 초기 정착 지원 업무를 위해 북한이탈주민법 10조에 따라 설립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는 보호 결정을 받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12주간 사회 적응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하나원에서 지원하는 업무는 사회 적응교육, 가족관계등록 창설 및 주민등록 신고 지원, 정착금 및 장려금 지급, 주거 지원(임대주택) 등이다.
탈북민 지원 서비스 전달체계 문제
입국 이후 5년간의 거주지 보호 단계에서는 취업 지원, 교육 지원 및 학력·자격 인정, 사회보장 지원(의료보호, 국민연금, 생계급여 등),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 전국 25개) 운영, 보호담당관 제도(거주지보호담당관, 취업보호담당관, 신변보호담당관) 운영과 더불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은 매우 체계적으로 완비돼 있으며, 외국의 이주민 및 난민 지원과 비교할 때 지원 내용과 지원 범위 및 수준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관련 조직과 예산, 인력 및 지원 수준의 부족보다는 서비스 전달체계가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정착을 위해 주무부처를 통해 체계적 지원과 일반 국민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중앙정부 중심의 독점적 지원체계, 일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분리, 대상자 지역사회 고립, 민간 자원과 인력 투입 통로 제약으로 북한이탈주민과 일반 국민의 접촉면 확대에 제한이 크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고착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 하부 조직을 갖추지 못한 중앙정부 중심의 지원체계와 특례 수준의 지원 정책이 오히려 북한이탈주민의 고립과 차별을 초래해 사회통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선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회 통합적 관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 당사자의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먼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 전환을 위한 ‘대상자 성격 규정의 변화’가 요구된다. 북한이탈주민은 입국 시점부터 사망 시까지 정부의 특별 관리 대상인 ‘특별한 국민’으로 규정돼 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법률은 보호 기간을 입국 이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정부 관리체계는 사망 시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입국 이후 보호 기간이 경과되면 ‘특별한 국민’에서 ‘지역 주민’으로, ‘영원한 이방인’에서 ‘일반 국민’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정부 관리 대장에서 삭제해 영원히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꼬리표를 삭제해줘야 한다. 북한이탈주민 상당수는 자신과 자녀들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평범한 일반 국민으로 생활하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영원한 이방인’에서 ‘일반 국민’으로
둘째는 북한이탈주민 분리 서비스 전달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은 정부 차원의 12주 사회 적응교육 수료 후 전국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행정 복지 지원 서비스는 일반 행정 복지 전달체계와는 차별화된 특별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지역사회 전입 이후 전국적으로 25개소가 운영되는 하나센터를 통해서 정착 및 지역 복지 서비스를 받게 되며, 서울 소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의 지원 대상이 된다. 북한이탈주민 밀집 거주지역인 임대아파트 단지에 사회복지관과 민간 지원 단체들이 존재하더라도 이들 기관은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에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된 ‘특별 분리된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일반 행정 및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적용되는 북한이탈주민 지원 서비스 전달체계는 1997년에 결정됐으나, 당시는 일반 행정 및 복지 전달 서비스와 수준이 높지 않아 북한이탈주민에게 특례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했지만, 현재 지역사회 행정 및 복지 전달체계와 수준은 매우 높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일반 행정 및 복지 전달체계를 적용하고 북한이탈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일부 영역에서 지원 수준 등을 상향하는 조취를 취하는 것이 사회통합 차원에서 합리적일 것이다.
셋째는 정착 지원 모델과 주무부처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은 법률과 주무부처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중심의 지원 모델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과 복지 서비스는 1990년대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역 중심으로 전환돼왔다. 그리고 지역사회는 풀뿌리 지방자치를 강조하며 시민사회와 민간단체의 활동 역량과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은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중심으로,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그리고 ‘중앙행정’ 중심에서 ‘지역 현장’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며, 정착 지원 모델이 변경될 경우 주무부처도 ‘통일부(특별한 국민)’에서 ‘행정안전부(지역 주민)’로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 기조는 영원히 ‘특별한 국민’에 대한 지원에서, 특별한 국민이 ‘지역 주민’으로 통합돼 건강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중앙행정기관에서 지역 거주 북한이탈주민을 담당할 경우 영원히 특별한 국민으로 인식돼 육지 속 섬처럼 고립이 심화될 것이며, 지역사회 정착과 사회통합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을 국정 과제로 선정해 지원 수준을 높이고,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검토하는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관 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정착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전국 시·군·구와 해외에 지역조직을 두고 있는 민주평통과 자문위원들이 지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에게 멘토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사회통합형 정착 지원 모델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여 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