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Ⅱ
서울지역회의 신년 인사회 및 통일 강연회 개최
“北 주민, 배급제 붕괴와 시장화로 변화 중”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1월 19일 경상북도를 시작으로 2월 말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한반도 정세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신년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강연회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평화통일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 확산을 목적으로 계획됐다.
1월 2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지역회의 주최로 ‘2024 민주평통 신년 인사회 및 통일 강연회’가 열렸다. 북한 인권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국제사회 공조를 요청하기 위한 전문가의 해법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지역회의 자문위원 4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행사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윤동한 민주평통 서울부의장의 인사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강연 등으로 이어졌다. 김 수석부의장은 신년 인사를 통해 “민주평통이 국민통합과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멘토링 활동을 집중적으로 추진하자”면서 “오늘과 같은 강연회 등을 통해 통일에 대한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며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민주평통 내에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탈북민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며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에 대한 민주평통의 실천적 역할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이에 “민주평통 서울지역 자문위원들이 솔선수범 자세로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을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 및 최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강연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어 새해를 맞아 서울 지역 자문위원들의 새해 소망과 활동 의지를 담은 동영상 시청이 이어졌다. 동영상 속 서울 25개구 지역협의회 자문위원들은 구별로 삼삼오오 모여 통일 의지를 피력한 피켓을 들거나 퍼포먼스를 펼쳤다. “북한 인권 연구와 탈북민 지원 활동에 앞장서겠다”, “국민이 공감하는 통일 준비를 위해 달려가겠다”, “통일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나가기를 소망한다”, “청년들의 통일 토론회 사업으로 미래 통일을 준비하겠다” 등 제21기 자문위원의 다부진 포부와 각오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건배 제의가 이어졌다. 윤동한 서울부의장은 각 협의회의 소망과 각오,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새해 행복, 건강, 그리고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기원하자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 서울부의장은 “지금은 앞으로 나가는 동시에 뒤도 돌아봐야 하는 시기”라며 “자문위원들은 민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반성과 훈련을 거듭하며 통일을 향해 꾸준히 전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 및 최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회가 열렸다. 김 장관은 이날 통일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만 18세 이상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북한 경제·사회 심층 정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보고서 내용을 처음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1100여 개에 달하는 폭넓은 설문 수집을 바탕으로 핵심 부분을 선별해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탈북민 1 대 1 면접을 통해 심층 정보를 획득하고, 김정은 집권 이전과 이후 등 5년 단위로 나눠 20여 년간 시계열로 분석한 점도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난 10여 년간 축적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북한 사회의 감춰진 모습과 변화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배급제 붕괴’ ‘무임금’ 北 정권 실패 보여줘
조사 내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탈북한 사람 중 ‘식량 배급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0년 이전 탈북한 사람들의 응답률 보다 10%포인트 가량 늘어 7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직장의 식량 배급 및 노임을 지급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률은 33.5%에서 50.3%로 늘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권은 실패했고, 계획 경제와 통제의 틈새에서 주민들은 시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 장관은 현재의 북한 사회를 ‘핵·미사일에 대한 과다 지출로 민생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서 “2017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한층 강화된 이후 북한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경제난과 식량 위기는 도외시한 채 그나마 가용한 재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소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또 “만약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은 재원을 주민들의 민생에 사용했더라면 북한 경제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과 민생난의 원인은 북한 정권의 왜곡된 정책과 경제 지출”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여성 탈북민으로 이뤄진 ‘물망초 합창단’의 특별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물망초 합창단은 사단법인 물망초에서 운영하는 탈북여성 합창단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는 한편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글·김건희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