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40년
공감대화
살아온 시대는 달라도
평화통일의 미래를 여는
우리는 ‘청년’입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창설 40주년을 맞아 1981년, 2003년 그리고 2019년에 자문위원 활동을 시작한 청년들을 만났다. 살아온 시간과 지나온 시대는 다르지만 이들은 ‘청년의 시간’을
평통과 함께했다. 네 명의 청년이 말하는 평통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 참석 송수일 자문위원(1~11기, 13~15기, 17~19기), 김태현 자문위원(11기, 18기~19기), 함예림 자문위원(19기), 문예찬 자문위원(19기)
* 진행 이현희 전문위원
내가 처음 만난 평통
  평통 창설 40주년을 맞아 네 명의 청년이 모였다. 평통 1기인 1981년부터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송수일 자문위원, 남북교류협력이 가장 활발하던 2003년 평통을 처음 만난 김태현 자문위원, 2019년 국민참여공모제를 통해 19기 자문위원이 된 함예림·문예찬 자문위원이다. 청년시절을 평통과 함께한 자문위원들은 첫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송수일 자문위원
송수일
1981년 1기부터 자문위원을 했어요. 당시는 평통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을 때인데, 어느 날 위촉됐다는 말을 듣고 가보니 지역 유지, 경제단체장이 모여 있었어요. 저는 당시 30대 청년이라 굉장히 어색한 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분들 눈치 보면서 잔심부름하고 총무, 간사 역할을 했었는데, 그 후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두 기수를 제외하고는 계속 자문위원으로 위촉됐어요. 평통 40여 년의 역사를 대부분 함께한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는 통일에 관심이 많으니 역할을 해보라’는 숙명이었던 것도 같아요.
함예림 자문위원
함예림
저는 접경지역인 강화도에서 나고 자랐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한반도 평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2019년에 국민참여공모제를 알게 되어서 지원했고, 지금은 청년자문위원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예찬 자문위원
문예찬
저는 사실 평통을 잘 몰랐었어요. 대학교 다닐 때 민화협 기자단을 했는데, 그때 같이 활동하던 선배들이 자문위원을 해보라고 추천해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초구협의회 자문위원이자 청년자문위원 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김태현 자문위원
김태현
저는 2003년 당시 제가 일하던 단체에 할당돼 있던 한 자리를 선배님께서 “네가 가라”고 했던 한마디로 시작했어요. 당신은 연세가 많으시니까 미래는 너희들이 결정하라는 의미로 저를 보낸 것 같아요. 그때 활동을 하면서 평통이 어떤 조직인지도 알게 됐고, 어떻게 발전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각기 다른 우리 시대의 ‘평화’
  평통은 1981년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당시는 평화와 통일보다는 안보와 경제발전이 우선되던 시기였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자문위원 활동을 위축시켰다. 시간이 흐르며 남북관계에 조금씩 물꼬가 트였고, 마침내 2000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6·15 공동선언 이후 활발해진 남북교류로 한반도에는 평화의 분위기가 넘실댔다. 격변의 시기를 겪은 기성세대 자문위원과 격변의 시기에 태어난 청년 자문위원들이 느낀 평화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송수일
1980년대는 정치·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울 때였죠. 모든 국민이 수출을 목표로 매진하던 산업화 시대였고, 반공·멸공정신으로 무장된 시기라 평화통일을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평통 배지를 달고 평화통일을 말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했어요. 평통이 출범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
김태현
제가 자문위원이 됐던 해는 남북관계에서 민간교류가 굉장히 활발하던 때였습니다. 저희 세대는 정치적·경제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교류협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마음으로 통일운동을 해왔던 것 같아요.
문예찬
요즘 청년들은 흔히 ‘영끌’이라고 해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코인이나 주식을 하는데요. 그만큼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시대인 것 같아요. 청년들이 평화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삶에 여유가 없으니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함예림
저도 공감해요. 청년들은 지금 취업이나 집값 등 걱정거리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되고 통일이나 평화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죠. 청년들이 평화를 논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예요.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좌담회의 단연 화제는 송수일 자문위원이 가져온 기념품이었다. 송 자문위원은 “위상이 대단했다”는 1기 자문위원증과 너무 많아서 사진으로 찍어온 17개의 자문위원 위촉장, 훈장을 보여주며 “자손에게 남겨주려고 아껴놨다”고 말했다. 40년, 20년, 그리고 2년. 활동한 시기만큼 추억도 쌓였다. 평통과 함께한 시간 속에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 순간’이 있다.
위촉장을 찍어 온 사진을 보여주는 송수일 자문위원
송수일
1980년대는 자문위원 활동이 주로 장학금 수여, 이웃돕기, 자매결연, 궐기대회 참가 등이었죠. 그래도 열심히 활동해서 제가 속한 도봉구협의회가 당시 우수단체로 선정돼 부부동반 유럽여행도 갔었습니다. 가서 평화통일 강연도 듣고 88올림픽 팸플릿도 돌리고 교민을 만나 이야기 나누기도 했던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김태현
자문위원을 하던 시기인 2003년에 민간에서 활동하며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공동행사에 실무진으로 갔었습니다. 당시 북측 안내자분이 “남쪽 사람들은 우리를 뿔 달린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우리도 자식 키우는 재미가 있고 일 끝나면 친구들하고 술 한잔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라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삶의 동질성이 바로 평화운동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제가 통일운동을 하는 데 큰 동인이 됐죠.
함예림
저는 청년기자단 활동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다른 청년기자들과 워크숍도 하고 지역협의회와 함께 고등학생 대상 통일교육, 합동망향제를 했었어요.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제한되면서 웨비나를 통해 자문위원 교육이나 정책관련 교육을 많이 듣고 있는데, 19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예찬
맞아요. 청년들을 모아서 기자단 활동을 하니까 그 안에서 공감대도 형성되고 청년으로서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저는 서초구협의회 청년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지만 청년위원회를 중심으로 많이 챙겨주고 기자단으로 역할도 있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평통 40년, 이것만은 계속되길
  창설 40년. 사람으로 치면 세상 일에 현혹될 일 없는 나이 불혹이다. 지나온 40년을 헛되이 하지 않고 다가올 시간들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네 명의 청년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평통이 더 다양하고 더 촘촘한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함예림
평통 기관지랑 블로그에 ‘청년기자단이 간다’라는 코너가 있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자문위원들의 소식을 생생하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문예찬
그동안 평통은 종전선언이나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 같은 굵직한 담론을 주도해 왔습니다. 이런 활동을 계속하면서 앞으로는 기후변화 같은 미래의 의제들을 평화통일과 연결하고 논의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어요.
송수일
저는 1944년 평양에서 태어난 실향민이예요. 북한이탈주민은 오늘날의 실향민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지역에서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각 지역협의회들이 그들에게 지금 사는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고,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태현
평화와 통일을 꼭 한반도로 국한시켜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요. BTS 같은 그룹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 문제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세계적 이슈가 되도록 하는 것도 평통의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40년 그 너머에 거는 기대와 바람
  현재 평통에는 국내 228개, 해외 43개 협의회에서 1만 9,000여 명의 자문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국민이 참여하는 가장 폭넓은 조직이자 전 세계가 같이 한반도의 평화 문제를 이야기하는 유일한 조직으로서 앞으로 평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송수일
한반도의 평화는 모두의 염원이기 때문에 평통이 정당이나 이념을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되어 평화를 향해 가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아울러 위원 구성도 사명감 있는 분들이 많이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랍니다.
김태현
저는 40주년 되는 평통이 환갑잔치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년 안에 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변화에 평통이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함예림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만큼 국민과 함께 나아가고, 국민의 삶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평통이 되면 좋겠습니다.
문예찬
평통은 민간공공외교가 가장 활성화된 단체니까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 정부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께 자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러면 조직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평화통일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