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62021.06

분석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중국의 경제전략,
쌍순환의 성패는?



반도체와 기술 등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중 전략경쟁과 중국의 동아시아전략을 통해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진단한다.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중국 경제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크게 발전하였다. 2010년 명목상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한 중국은 2030년을 전후로 미국마저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이뤘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하루 생활비가 1.9달러 이하인 빈곤층도 완전히 사라졌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G20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에 성공한 중국은 올해도 최소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캉(小康) 사회: 중국이 국가 발전 목표로 제시한 보통 사람도 부유하게 사는 이상 사회

중국의 새로운 발전방식, 쌍순환 전략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수출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지만, 과학기술력에서 미국은 고사하고 일본과 독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중국은 수입대체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추진했지만 반도체, 배터리, 광학 제품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첨단 제품을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수출품에 들어 있는 주요 부품과 소재는 중국산이 아니라 수입품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중국산 상품에서 고부가가치 소재와 부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미국이 탈동조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중국이 미국산 장비를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화웨이를 비롯한 일부 중국 기업과 연구소는 군민융합(军民融合)에 전용될 수 있는 미국산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수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2018년 4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한의 반도체기업 XMC를 방문했다.
중국은 아직 반도체에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연합

  2020년 5월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새로운 발전방식인 ‘쌍순환(双循环)’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이 전략은 올해 3월 발표된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 및 2035년 장기 목표 요강’에 포함되어 있어, 향후 5년간 경제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추진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쌍순환은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세 번째 구조개혁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49~1976년 경제정책 기조는 내수를 발전시키는 국내대순환이었다. 냉전 시대 자본주의 국가와 경제 교류가 거의 단절된 상황에서 중국은 자력갱생 이외의 대안이 없었다. 1960년대 중·소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사회주의권과의 경제 교류마저 중단되었다. 따라서 중국은 국가건설에 필요한 중화학공업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는 산업정책에 주력하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연평균 약 6.5% 성장하였다.

  1977년에는 경제기조가 국제대순환으로 선회하였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정책 기조로 설정한 이후, 연해지역에 유치한 해외투자기업에 농촌의 잉여 노동력을 활용하는 가공무역은 중국을 저소득국에서 중간소득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의 고속성장을 하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7% 내외의 중속성장을 이뤘다.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위기로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쌍순환이 등장하였다. 내수를 촉진하는 국내대순환을 통해 난관에 봉착한 국제대순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즉 국내대순환은 외부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내부 역량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양자는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되는 것이다. 물론 중심축은 경제성장의 안정적인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국내대순환에 있다.


중국의 공급망 재편전략과 동아시아 연계 강화
  국내대순환은 수요측개혁(需求側改革, 내수를 늘리기 위한 개혁)을 통해 향후 10년간 민간소비를 2019년 GDP 대비 40%대에서 50%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소비의 질적 제고와 양적 확대를 위해 소매 신업태, 인터넷+건강·의료, 디지털 문화관광, 온라인 교육, 스마트 스포츠를 포괄하는 신형소비(新型消.)를 강조하고 있다. 2021년 3월 국가발전개발위원회를 포함한 28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신형소비 육성 가속화 실시 방안’은 소비 촉진을 위한 정보 인프라 구축, 유통분야 구조 전환, 스마트화 등 24개 과제를 담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국제소비중심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5월 하이난성 하이커우시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 소비재 박람회는 70개국이 참여하여 신형소비의 국제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제대순환이 완전히 폐기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의 탈동조화정책에 있다. 대부분의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무역적자가 크게 줄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공급망에서 고립·배제시키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사이버보안 위험을 명분으로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동시에 동맹국과 우방국에 화웨이 장비의 폐기를 요청하였다. 2020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산 앱, 앱스토어, 통신사, 통신케이블, 클라우드의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적 연대인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를 제창하였다.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미국산 장비, 소프트웨어, 특허 없이 AI, 5G, 바이오테크, 블록체인,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대부분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아직도 중국을 많이
앞서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탈동조화가 신냉전으로 비화하여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와 교류를 단절할 경우,
중국이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코로나19 위기는 지정학적 위기와 다른 문제를 야기하였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일부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적으로 붕괴되었다. 또한 많은 국가가 의약품과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통제정책을 활용했다. 그 결과 등장한 백신 민족주의는 공공보건에 필수적인 상품의 교역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국제대순환의 궁극적 목표는 가공무역 발전에서 공급망 재편으로 재설정되었다. 중국이 첨단 제품을 독자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현재 가장 심각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반도체 칩의 경우, 설계는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 위탁제조는 SMIC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기업들도 최첨단인 5나노는 고사하고 14나노 미만의 제품도 생산할 수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첨단 산업을 보유한 한국 및 일본, 노동력과 구매력이 풍부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사이에서 중국이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설명에는 빠져 있지만, 세계 최고의 반도체 위탁제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 역시 공급망에 포함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중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된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중고 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3월 재정부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관련 부품의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SMIC마저 화웨이 제재를 자발적으로 준수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에서 드러나듯, 미국산 장비 없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차량용 배터리에서는 중국 기업이 상당히 약진하였다. CATL과 BYD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및 일본의 파나소닉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생산국이기 때문에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의 주도권은 더 공고화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싱글의 날(11월 11일)을 맞아 진행된 쇼핑축제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4,982억 위안(한화 83조 8,000억 원)을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총 거래액을 보여주는 알리바바 본사의 대형 스크린 ⓒ연합

중국 경제 성장의 관건은 미국의 대응과 반도체 산업
  국제대순환의 성패는 미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후 화웨이의 매출이 급속하게 감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미국의 상호의존성 무기화는 중국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대부분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아직도 중국을 많이 앞서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탈동조화가 신냉전으로 비화하여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와 교류를 단절할 경우 중국이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또한 군사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 중심의 지역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취임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의 공급망을 100일 안에 검토하라고 지시하였고, 4월 12일에는 백악관 국가안보실과 국가경제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를 직접 주재하였다. 여기에 외국기업으로는 TSMC와 삼성전자가 초청되었다. 3나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 두 기업은 미국의 애리조나주와 텍사스주에 반도체 생산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공세에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말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으며 유럽연합(EU)과는 포괄적투자협정에 합의했다. 중국 지도부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언급했다. 미국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한·중·일 FTA도 중국의 헤징(위험분산)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공급망을 재편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