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6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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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성평화회의

여성, 새로운 역사를 세우다



지난 5월 2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여성평화회의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회의에서는 평화를 위해 헌신한 여성 명사들의 강연과 토론, 여성평화헌장 발표와 채택이 이뤄졌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열린 평화회의에는 1,000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평통 여성자문위원들이 세운 새로운 역사의 현장을 소개한다.



   “여성의 발걸음마다 평화의 꽃이 피어난다” 여성평화회의는 평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과 비전을 담은 주제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2년여간 여성평화회의를 준비해 온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개회사에서 “평통의 대표적인 여성브랜드 사업인 여성평화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공감대와 지지를 높이고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낙균 여성부의장 개회사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신낙균 여성부의장과 여성위원들의 노력에 감사인사를 보내며 “평화의 원동력인 여성이 평화통일활동 현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축사에 나선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남북교류협력과 평화분야에서 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1991년 시작된 남북여성 교류의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국회도 관심을 갖겠다”고 전했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여성의 주체성을 높이며 평화통일활동을 이끌어가는 자문위원들의 열정과 노고를 격려하며 “여성의 평화 연대와 평화 행동을 지지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      

  이날 여성평화회의에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아니타 바티아(Anita Bhatia) UN 여성기구 부총재도 영상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반기문 전 UN 사무처장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여성의 참여는 새로운 시대의 명령
  개회식 후 시작된 기조강연에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평화와 여성의 권익을 위해 힘써 온 세 명의 여성이 발제자로 나섰다.

그라사 마셀 전 남아공 영부인      

  그라사 마셀(Graca Machel)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영부인은 여성과 어린이의 삶을 개선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한 여성 정치인이다. 마셀 여사는 ‘평화구축과 한국여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평화프로세스에서 여성의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하는 UN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 협상 테이블에서 여성의 비중은 놀라울 정도로 미미하다”며 여성이 왜 분쟁해결 과정에서 필수 이해당사자가 되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감수성과 침착한 태도, 타인에게 귀 기울이며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여성은 협상 테이블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분쟁 해결과정에서 여성의 리더십이 돋보였던 라이베리아의 여성 평화집단행동, 케냐의 여성 자문단, 브룬디 여성평화회의 등 아프리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평화재건, 갈등 방지 및 해결 등에서 여성의 유의미한 참여는 새로운 시대의 명령”이라며 한국이 이와 관련하여 전 세계의 귀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앤 라이트 미국 평화운동가      

  두 번째 강연은 앤 라이트(Ann Wright) 미국 평화운동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29년간 미군으로 복무한 후 니카라과,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몽골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그는 미국 정부의 이라크전에 반대하며 퇴임한 것을 계기로 평화운동에 뛰어들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2015년 30명의 국제여성평화걷기(Women Cross DMZ) 소속 여성들과 북한을 방문해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한국에 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당시 만났던 북한 여성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임명된 웬디 셔먼(Wendy Sherman) 국무부 부장관에게 큰 기대를 하며 “외교만이 대북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며 대화와 인내심 있는 외교, 모든 당사자의 현실적인 안보 우려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세 번째 기조강연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평화를 위한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했다. 강 전 장관은 “평화는 공기처럼 생명에 필수적이지만 이를 잃어버린 후에야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며 중동, 아프리카의 전쟁과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예로 들었다. 이어 여성의 완전한 참여가 이뤄질 때 더욱 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도 협상 테이블에 여성이 참여하고 여성의 열망과 목소리가 논의에 반영된다면 보다 지속가능하고 탄탄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정부 대 정부의 협상 테이블뿐 아니라 관련 논의를 위한 수많은 공식·비공식 협의 테이블에 여성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강 전 장관은 전 세계에 난립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며 “이른바 ‘탈진실’의 시대에 평화안보 분야에서 여성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성의 평화,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기조강연 후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안정현 한림대 교수의 사회로 기조발제를 한 세 명의 연사와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김선욱 전 총장은 그라사 마셀 여사의 발제를 복기하며 여성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여성들이 보여준 사례에서처럼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모였음에도 통합된 의견을 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이에 마셀 여사는 “여성들의 정치 성향, 소속, 배경이 모두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분쟁이 생명, 삶, 가족의 안녕과 직결된 문제이며 분쟁의 모든 피해자는 결국 ‘여성의 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공통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여성 자문위원들

  김은주 소장은 2015년 국제여성평화걷기에 앤 라이트 여사와 함께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반도 평화운동을 위한 그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의회에 발의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법안 통과를 위한 평화운동가들의 노력에 함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앤 라이트 여사는 “미국 전역에서 한국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평화활동가와 여성단체들의 운동이 활발하고, 미국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안 동의를 호소하는 활동도 전개되고 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물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김성경 교수는 코로나19로 국제적인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여성이 새로운 평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8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된 원인이 국민과의 소통과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에 있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질의했다. 이에 강 전 장관은 “다자주의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쉬운 답이 없다”면서 “확실한 것은 중견국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을 이끌어내는 노력들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또 2018년 평화프로세스의 교착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국민 외교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토론 후에는 온-오프라인으로 현장을 지켜본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광저우협의회 김효임 자문위원은 코로나19로 증오범죄가 늘었는데, 특히 여성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질문했다. 이에 강 전 장관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리더들이 이 문제를 사회적 담론으로 만들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종합토론 후 플로어 질문

  북한이탈주민과 한국교민이 함께 거주하는 뉴몰든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영국협의회 채은정 자문위원은 북한 주민과 함께 어울리기 쉽지 않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이들에 대해 어떤 시각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 물었다. 이에 김성경 교수는 “우리가 통합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엄밀한 의미의 통합된 사회는 실험실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름을 확인하고, 다름을 통해서 내 안의 장벽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뉴몰든이라는 접촉지대에 모인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면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평화헌장이라는 또 다른 이정표
  종합토론 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평화헌장의 발표와 채택이 이어졌다. UN 세계여성대회의 베이징행동강령, UN 안보리결의안 1325 등 평화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통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여성이 주체적인 참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평화헌장 채택을 추진해 왔다.

여성평화현장 제정 경과 발표

  평통은 지난 1월 구성된 여성평화회의 기획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외 여성위원 대상 의견수렴, 토론 등을 거쳐 여성평화헌장을 마련했다. 이날 여성평화회의에서는 김정수 상임위원이 여성평화헌장 제정 경과 발표하고 여혜숙 여성분과위원장이 여성평화헌장 전문을 낭독했다. 모든 참석자들의 박수로 채택된 여성평화헌장은 6월 4일 평통 운영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상정돼 정식 채택됐다.

  장시간 진행된 여성평화회의는 김태영 상임위원의 <아름다운 나라> 축하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신낙균 여성부의장은 “회의를 준비하고 참석해 준 모든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여성평화회의를 계승·발전시켜 우리가 바라는 평화를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하겠다”고 전했다.

  여성평화회의에서 발표된 여성평화헌장은 40년을 맞는 평통의 여정에 또 하나의 이정표였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여성, 평화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 또 다른 평화의 이정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