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62021.06

평화통일 칼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남북 대화 채널부터 복원해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부의 발표대로 오랜 숙원이었던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면서 자주국방과 우주개발의 길을 열었고, 기후·글로벌 보건·신흥기술·공급망 등에 있어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등 한미관계를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신기술 분야의 국가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자신의 국가전략에 포함해 접근한 결과였다. 특히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기 위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양국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의 남북,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합의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외교적 해법의 기조를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길은 멀고 어깨는 무겁다’. 비록 판문점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 남북협력 사업(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서해평화수역 등), 종전선언 채택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으나, 북한이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부분적 제재를 통한 돌파 등에서는 구체적인 협력에 이르지 못했다. 단계적, 동시행동, 제재 완화 가능성 등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당사국의 한 축인 중국부담 요인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맹 현안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나, 미국의 요구로 쿼드(Quad)와 남중국해, 특히 대만해협 문제 등 중국 이슈를 거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동성명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쿼드에 대해서도 여러 형태의 역내 다자주의 중의 하나로 거론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서도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언급하는 등 최대한 민감도를 낮추고자 했다. 실제로 한중 양국은 대화채널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했고, 중국도 상당히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처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관철하고자 했던 것은 바이든 신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정책이었다. ‘지금 여기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평화의 제도화를 통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의 공고화를 위한 새로운 돌파이다. 그런데 이 두 갈래 길은 서로 맞닿아 있다. 불안한 평화를 역진 불가능한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어렵게 만든 평화를 다시 쌓아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고, 실무협상(bottom up)을 통한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북·미 정상이 마주앉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도 확고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도 제약되어 있다. 여기에 북한도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체결 60주년까지는 중국에 기대면서 신중하게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대화채널부터 복원해야 한다. 또 신뢰에 기초해 일종의 근본 문제로 등장한 ‘제재 문제’에 대해 스냅백(snap back)을 포함한 창의적 방안을 제시하고 남·북·미, 남·북·중 협력의 틀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