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62021.06

재한UN기념공원 ⓒ한국관광공사

우리고장 평화의 길

세계 유일의 UN평화문화특구에서
아이와 함께한 부산 평화로드



주말에도 지역 일정을 소화하는 구의원 엄마는 아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부산 남구 곳곳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일명 ‘부산 남구 평화로드 완주하기’ 미션을 계획했다. 코스는 대연동 일대의 UN평화문화특구다. 부산 남구는 2010년 세계 최초의 UN평화문화특구로 지정돼 대연동 일대(57만 4147㎡)를 UN군, 6·25 참전용사 추모성지로 조성하고, 인근 대학과 문화시설을 연계해 평화체험 문화관광지로 개발했다. 이곳에 부산의 7개 평통 협의회가 만든 평화로드 ‘번영의 길’은 UN 기념공원, UN 평화기념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워커하우스, 평화공원을 연결한 길로, 도심 속에서 역사와 평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Course 1
알려지지 않은 공간 ‘워커하우스’
워커하우스 ⓒ부경대학교

  첫 번째 코스인 워커하우스는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공간이다. 워커하우스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의 영웅, 월턴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의 기지로 쓰이던 곳으로 그를 기리기 위해 ‘워커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8군 사령관이었던 월튼 워커 중장은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밀고 내려와 낙동강 방어선(일명 워커라인)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통신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대구에 있던 미8군 사령부를 1950년 9월 6일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로 옮겼다. 포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지어진 1m에 달하는 방호벽을 지금도 볼 수 있다.

Course 2
오직 부산 남구에서만 볼 수 있는 UN묘지
재한UN기념공원

  아이가 첫걸음을 떼던 시기에 자주 방문했던 UN기념공원은 묘역이라기보다 잘 가꿔진 도심정원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정갈한 공간이다. 때문에 남구 주민들에게는 산책 코스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공식 명칭은 ‘재한UN기념공원’이지만 부산 시민들에게는 ‘UN묘지’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6·25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전국에 가매장되어 있던 UN군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조성된 후 지금까지 매년 숭고한 희생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기념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Course 3
전쟁의 무게 느낄 수 있는 UN평화기념관
라미 작가의 사진전에서 아이와 함께

  UN기념공원과 5분 거리에 위치한 UN평화기념관은 국가보훈처 산하 현충시설로, 전쟁의 참상과 정전협정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참전자들의 희생을 올곧이 전달하기 위해 참전국 교류사업 및 국제협력 지원, 시민들로 구성된 UN패밀리서포터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시민교육, 평화스쿨, 레고 블록을 좋아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험존, VR 체험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체험존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Project-Soldier 사진전 ⓒUN평화기념관

  때마침 6·25전쟁 참전용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진작가 ‘라미’의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자긍심 가득한 얼굴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관 내 벤치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짧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문구다.

Course 4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강제동원의 상처를 표현한 역사관 외벽

  UN평화기념관에서 고개를 돌리면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바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관은 건물 외관에서부터 그 아픔이 진하게 느껴진다. 부산항에서 강제동원된 사람들이 탄 배 모양으로 지어진 건물과 강제동원자들의 상처를 표현하는 부서진 벽돌은 수많은 조선인과 물자를 차출해간 일제의 강제동원 실상을 담고 있다. 역사관 내부에는 정부에서 수집한 강제동원 수기, 사진,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매주 전문가와 함께 강제동원의 역사를 배우는 강좌가 진행되고 있는데,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Course 5
도심 속 생태숲, 부산 평화공원
부산 시민의 휴식공간이 된 부산 평화공원

  부산 평화공원은 아이가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배운 곳이다. 2005년 APEC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UN기념공원 인근을 공원으로 정비하며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광장 바닥분수와 그 둘레를 둘러싼 생태 연못, 잔디 광장, 파고라 등 공원 전체가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0월의 국화축제와 오륙도평화축제, 시시때때로 열리는 야외결혼식 등으로 주민들에게 친숙한 도심 공원이다.

  나라를 빼앗긴 절망스러운 시기에도 독립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 머나먼 타국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참전용사들의 흔적이 부산 남구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대연역에서 UN기념공원까지 향하는 길 바닥에는 유엔참전국들의 다양한 언어로 ‘평화’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평화’가 보이는 부산 남구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평화감수성 여행을 해보기를 제안한다. Freedom is not free!


박구슬 자문위원(부산 남구협의회 간사)
부산 남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