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62021.06

북한 포커스

엄격한 사상 문화 통제,
검열의 주체가 된 청년



북한이 제10차 청년동맹 회의를 개최했다. 북한에서 청년이 갖는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살펴보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북한이 어떻게 청년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진단한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북한은 집단주의적 의무를 강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도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체제를 지켜내는 것이다. 북한의 세계관 속에서 외부의 제국주의, 자본주의 국가는 북한의 사회주의 혁명을 좌절시키기 위해 고립압살책동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 세대가 국가를 사랑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은 북한의 혁명이 계속될 수 있을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어린 세대는 사회주의 사상 주입의 단초
  북한에서 소년과 청년기는 사회와 집단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는 고상한 도덕품성을 배우고 체화하는 시기이다. 김일성 주석은 미래를 사랑하지 않는 혁명, 미래를 가꾸지도 돌보지도 않는 혁명은 전망이 없다며 어린 세대가 미래를 사랑해야 함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임과 동시에 그러한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개인의 욕망에만 종속되어버릴 수 있는 위기의 시간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은 청년에게 집단을 사랑하고 집단을 위해 노동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헌신임과 동시에 집단에 소속된 개별인간 스스로를 위한 것임을 깨닫길 요구한다. 그런 성찰이 우선되어야 개인의 욕망을 부추기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을 위해 노력하고 집단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분명히 아는 청년은 자신의 꿈 역시 소중하게 성장시킬 것이다. 집단을 위하는 이상을 가진 청년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알아보고 서로의 꿈을 존중하고 믿으며 국가를 위한 길을 함께 걸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친구, 동료 간의 사랑 등 모두 서로의 이상과 노력을 독려해 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북한의 철학자 안만히는 “오다가다 기차간에서 만났거나 길에서 서로 스쳐 지내 보내면서 눈을 맞추거나 극장이나 영화관의 옆자리에 앉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마음이 둥둥 떠서 한 생의 중대사를 매듭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하며 다음의 시를 인용한다.

사랑은 가는 손목에 아니라 / 생활을 틀어잡음에 있다 /
사랑은 높은 젖가슴도 / 별 같은 눈매도 아니다 /
사랑은 그 뿌리를 참된 인생의 봄에 두었다. /
봄이 없을진대 / 어찌 높은 사랑이 있으랴! /
봄을 위해 / 조선의 봄 / 인민의 봄을 위해 싸우라.
​-안만히, 『혁명적도덕관이란 무엇인가』, (평양: 금성청년출판사, 1991)

지난 4월 29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의 외곽 청년단체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의 제10차 대회 폐막식.
이 대회를 통해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으로 개칭됐다. ⓒ연합 / 조선중앙통신

청년동맹으로 집단 소속감 강화
  개인보다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주의적 인간이 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우며, 집단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인민은 나이, 성별, 직업에 따라 단체에 소속되어 전 생애에 걸쳐 교육받는다. 소학교 2학년부터 초급중학교 3학년까지의 어린이는 민족의 꽃봉오리로 표상되는 소년단에 소속되어 집단주의 정신이 무엇인지 배운다. 고급중학교 즉, 14세부터 30세까지의 청년은 민족의 꽃이며 앞날의 기둥으로 표상되는 청년동맹에 소속되어 활동한다* 이후 각자의 직업과 성별에 맞춰 노동자와 사무원은 직업총동맹, 농민은 농업근로자동맹, 여성은 여성동맹에 소속된다.


*청년동맹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연구는 김종수의 글을 참조. 김종수, 『북한 청년동맹 연구: 체제 수호의 전위대, 청년동맹』, (서울: 한울, 2008), 김종수, 『북한청년과 통일』, (서울: 선인, 2018).



  1946년 창립된 청년동맹은 조선민주청년동맹(1946년), 조선사회주의로동청년동맹(1964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1996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2016년)을 거쳐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2021년)으로 다섯 차례 변화했다. 지난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제10차 청년동맹 대회 마지막 날 김정은 위원장은 명칭은 변경했지만 모든 동맹단체가 목표로 삼는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지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라는 명칭 자체가 청년이 가져야 하는 이상을 요약하고 있으며, 전체 인민과 국가가 청년에게 얼마나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상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조국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청년은 사회주의 정신에 맞게 품행을 단정히 하고 열심히 배워서 조국을 보위할 인재가 되어야 하는데,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행위가 만연하면 청년들의 건전한 생각을 보호할 수 없다는 걱정과 우려도 토로하였다.



문화 유입 속 더욱 엄중해진 청년 통제
  청년기는 가능성의 다발이다. 국가를 사랑하고 사회주의적 품성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는 길에는 많은 유혹이 있다. 북한은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를 지켜본 바 있다. 사회주의를 포기한 국가의 청년세대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들어온 영상을 보고 들으며 노래하고 춤을 췄다. 북한의 청년세대 역시 아무리 교육해도 외부의 문화를 궁금해한다. 정부가 비사회주의적 행위가 얼마나 나쁜지 교육해도 허락받지 않은 양태로 춤을 추고, 외부의 출판물과 녹화물, 소설, 영화, 음악을 향유하며 상상한다. 고상한 사랑을 아무리 교육해도 남한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을 들으면 ‘헤어진 게 얼마나 가슴이 아프면 총을 맞은 것처럼 아플까?,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라는 것일까’ 상상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자신의 감정을 발산한다.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공동연 ‘우리는 하나’ 에서 이선희, 백지영 등 남북 가수들이 노래하고 있다. ⓒ연합

  외부문화에 대한 관심은 비단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남한의 문화는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주목할 만한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은 직후에 더욱 폭발적으로 북한사회로 인입된다. 북한 주민은 외부 문화가 담긴 저장장치를 빌려주고 받으며 서로가 믿을 만큼 가까운 관계인지를 확인하고 그 안에 담긴 즐거움을 공유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저장장치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점점 확장되면서 외부정보를 탐닉할 수 있는 은밀한 사적 공간 역시 확대된다. 특히 컴퓨터 사용의 확대와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를 은닉하고 문화콘텐츠를 직접 생성할 수 있는 개인이 탄생한다. 가장 빠르게 정보를 습득·생성하고 공유하며 은닉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 역시 젊은 세대이다.

  청년동맹의 5번째 명칭 변경과 1946년 창립 이후 10번째 대회 개최는 지난 1월 진행된 조선로동당 8차 당대회의 연결선상에서 수행되는 의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이후 첫 시작부터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비롯한 건전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잡도리를 완전히 새롭게 할 것을 예정한 바 있다. 대회의 기본사상과 정신은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여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 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요약된다.

  비(非)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실, 비행(非行)을 의미한다. 그러나 반(反)사회주의는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명백한 의도를 지녔다는 점에서 비사회주의와 다른 지위를 지닌다.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은 북한 안에서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다.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비사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검열은 항시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12월 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기존의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에 해당하는 퇴폐적인 문화를 반입하고 유포한 죄, 적대방송을 청취한 죄, 적지물을 수집·보관·유포한 죄의 성격을 기존의 비(非)사회주의적인 비행의 범주에서 반(反) 국가적인 행위로 격상해 죄와 벌의 무게를 강하게 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최고형이 사형이라는 점은 북한이 이러한 행위를 기존보다 훨씬 엄중하게 다루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와의
투쟁을 청년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청년의 지위를 검열의 대상에서 검열을 하는
주체로 격상함을 의미한다.


2019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창립 73주년을 맞아 청년중앙예술선전대 공연이 열렸다. ⓒ연합 / 조선중앙통신

청년, 검열 대상에서 검열의 주체로 지위 격상
  북한은 1950년 제정형법에서 50여 개의 범죄에 대해 사형을 규정했으나 1974년 33개, 1999년 5개로 대폭 축소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후 2012년 7개, 2015년 8개로 소폭 늘어났으며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며 9개가 되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그중에서도 사형에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를 보고 유포하는 행위에 사형을 부과한 것은 이러한 행위를 과거처럼 실수로 이해하는 데에서 벗어나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 확고한 인식, 고의적 태도를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청년동맹에서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적 행위들과의 투쟁에 조직의 힘을 최대로 발동하고 청년대중을 한 사람같이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청년들 속에 악성종양과도 같은 반동적 사상 문화의 해독성과 후과를 명백히 인식시켜 그와의 투쟁을 청년들 자신의 사업으로 전환시키며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들을 조장하거나 청년들의 건전한 정신을 좀먹는 사소한 요소도 절대로 묵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정은,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한 력사적 진군에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의 위력을 힘있게 떨치라,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낸 서한”, 로동신문, 2021.4.30.)

  이는 청년동맹 조직이 청년 사이에 행해지는 반국가적인 행위를 스스로 검열할 수 있도록 기구와 조직을 정비하고 임무분담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와의 투쟁을 청년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청년의 지위를 검열의 대상에서 검열을 하는 주체로 격상함을 의미한다. 당분간 북한에서는 반국가적인 행위 즉, 외부(특히 남한)에서 인입된 문화콘텐츠를 보는 행위를 색출하고 벌을 주는 잡도리가 주민 각자가 속한 조직의 내부검열을 통해 수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북한 사회에서 외부 문화콘텐츠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검열, 즉 잡도리를 요구한 정부의 의도를 북한 주민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보영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